"피부과 원장들 오열"···강남 사모님들이 병원 끊고 선택한 '괴물 패치'

불황이 키운 '가성비 뷰티'의 반란 흡수율 80% '녹는 바늘'의 위력

2025-11-25     김현우 기자
불황 속 피부과 대신 '붙이는 주사' 마이크로니들 홈뷰티가 뜨고 있다. 마이크로니들은 미세 바늘로 유효 성분을 피부 깊숙이 침투시키는 기술이다. 라파스(제조), VT(유행) 등 관련 기업에 투자금이 몰리며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나노바나나

# 연말 모임이 늘어나는 11월 말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피부과 거리. 리프팅이나 보톡스 시술을 받으려는 예약 전쟁이 치열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는 묘한 기류가 감지된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여파로 1회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시술 대신, 집에서 전문적인 관리를 하는 '홈 뷰티(Home Beauty)' 시장으로 소비자들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스킨케어 유통 채널에서 가파른 매출 성장세를 보이는 카테고리는 '기능성 패치'와 '침투형 스킨케어'다.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가 이달 10일 발표한 '스킨 케어 시장 규모 및 지역별 예측' 보고서를 보면 개인 맞춤형 화장품 시장은 2020년 7억 5300만 달러에서 2024년 29억 7500만 달러로 크게 성장했다.

특히 고기능성, 효과적인 성분 전달 기술(침투 기술 포함)이 적용된 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졌다. 침투형 스킨케어는 소비자의 기능성 및 효능 중심 구매 성향과 기술 혁신 트렌드에 힘입어 전체 스킨케어 시장 내에서 중요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침투형 스킨케어 제품의 핵심 기술은 '용해성 마이크로니들(Dissolving Microneedle)'이다. 히알루론산(보습), 콜라겐, 보톡스 성분 등을 머리카락 굵기의 3분의 1 수준인 미세한 바늘 형태로 굳혀 패치에 부착한 형태다. 피부에 붙이면 미세 바늘이 각질층을 뚫고 들어가 체내 수분에 의해 녹으면서 유효 성분을 진피층에 직접 전달한다.

기능성 중시 소비자와 기술 혁신이 맞물려 '침투형 스킨케어'가 뜨고 있다. 핵심은 '용해성 마이크로니들'로 머리카락 1/3 굵기의 미세 바늘에 유효 성분을 굳혀 피부 각질층을 뚫고 진피층에 직접 전달하는 기술이다. /냅킨AI,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퓨처마켓인사이트(Future Market Insights)에 따르면 전 세계 마이크로니들 의약품 전달 시스템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6.6% 성장해 약 12억 달러(한화 약 1조 6000억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글로벌 코스메슈티컬(화장품+의약품) 시장이 2024년 이후 매년 7~8%씩 성장해 2026년에는 1000억달러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영준 미사화이트샷 피부과 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기존 화장품은 피부 장벽 때문에 흡수율이 1~3%에 불과하지만 마이크로니들은 물리적으로 길을 내어 침투시키므로 흡수율이 효과적으로 올라갈 수 있다"면서 "병원 시술과 홈 케어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중간재'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용기기 대장주를 찾는 투자자 관심도 쏠렸다. 미용 의료기기는 기기를 한 번 팔면 끝이지만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화장품처럼 매일 혹은 매주 사용하는 '소모품'이라는 점이 매력이라는 것. 반복 구매가 일어나 매출 변동성이 적고 영업이익률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라파스(214260)는 업계에서 '마이크로니들 분야의 TSMC'로 통한다. 핵심은 독자 개발한 'DEN(Droplet Extension)' 기술이다. 틀에 용액을 부어 굳히는 기존 '몰딩 방식'이 붕어빵을 찍어내는 수준이라면, 송풍 인장 방식으로 바늘을 뽑아내는 DEN 기술은 제조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 대량 생산의 길을 텄다는 평가다.

투자자들이 미용기기 대장주에 주목하고 있다. 마이크로니들 패치는 소모품으로 반복 구매되어 매출 변동성이 적고 영업이익률이 높아 매력적인 투자 대상으로 평가받는다. /냅킨AI,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라파스는 2024년부터 글로벌 제약업계 최대 화두인 '위고비'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패치 제형으로 바꾸는 연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성공할 경우 단순 미용 기업에서 고부가가치 의약품 플랫폼 기업으로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이 재산정될 전망이다.

VT는 2023~2024년 뷰티 시장을 강타한 '리들샷(Reedle Shot)' 신드롬의 주인공이다. 리들샷은 미세한 바늘 형태의 입자(시카 리들)를 배합한 화장품으로 바를 때 따끔거리는 통증이 유효 성분의 피부 흡수를 돕는다는 직관적인 효능을 앞세워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엄밀히 말해 의약품 등급의 '용해성 마이크로니들'과는 궤를 달리하지만, "피부에 길을 내야 성분이 들어간다"는 인식을 대중화하며 '침투형 화장품' 시장의 파이를 키운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시장 동향 업체 VMR은 '마이크로 니들 패치 시장 보고서를 통해 "2025년 하반기 들어 에스테틱 관련주들이 가격 조정을 거친 상태"라며 "겨울철은 전통적으로 안티에이징 제품 매출이 오르는 성수기인 만큼 기술적 해자(Moat)를 가진 마이크로니들 관련 기업을 저점에서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