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환자 14배 급증, '백신 미스매치'가 유행 키웠다
백신 표적·유행 바이러스 불일치 "중증 예방 효과 위해 접종 필수"
독감 환자가 지난해 이맘때의 14배로 급증했다. 백신 표적과 실제 유행 바이러스 간 불일치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아동·청소년을 중심으로 최근 4주 내내 증가했다.
25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 독감 유행을 이끄는 건 A형 독감 H3N2의 새로운 하위 변이 'K(subclade K)'다. 질병청이 지난 11월 1~8일 기준 국내 유행 바이러스를 분석했더니 K 변이 점유율은 97.2%였다.
김탁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K 변이에 대해 "바이러스의 세부 계통에서 약간 변이가 생긴 것이다. 올해 유행이 빠르고 커진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설명했다.
K 변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빠르게 확산 중이다. 점유율은 72%를 넘어섰다. 유럽 질병통제예방센터(ECDC)는 지난 20일 "K 변이는 백신 표적 바이러스와 상당한 유전적 거리가 있으며 항원 불일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중증질환·입원·사망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백신 미스매치는 지난 5월 말 갑자기 등장한 K 변이가 한국을 비롯해 미국·일본·영국·캐나다 등 북반구 대부분의 나라로 확산하면서다. 독감 바이러스는 크게 A형, B형으로 나뉘고 그 아래 수많은 하위 변이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매년 2월이면 다음 겨울에 유행할 독감 바이러스 종류를 예측하고 각국은 거기에 맞춰 백신을 만들고 접종한다. 올겨울 백신은 A형 독감 일종인 H1N1·H3N2 J 변이와 B형 독감(빅토리아) 등 3가지 바이러스가 표적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올해 A형, H3N2까지 맞췄지만 이후 K가 등장하며 어긋났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의 감염 예방 효과는 다소 떨어질 수 있지만 중증 예방 효과는 여전한 만큼 미접종자는 지금이라도 반드시 접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탁 교수는 "중증 예방 효과를 누리기 위해 백신을 반드시 맞아야 한다. 백신을 맞더라도 독감에 걸릴 수는 있지만 중증 폐렴 등 합병증을 60~70%까지도 막아준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