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정렬된 모델의 반격···클로드 오퍼스 4.5, AGI 진입 신호탄

차세대 기술 리오더링 접목 흔적 장기 실행, 자율 판단, 안전성 달성 '노력 매개변수' 도입 효율 76%↑

2025-11-25     이상헌 기자
앤트로픽의 대표 인공지능 모델 클로드 / 앤트로픽

인공지능(AI)이 ‘토큰 순서의 감옥’을 벗어나는 순간,  언어모델을 넘어 구조를 스스로 이해하고 재배열하는 실질적 추론 엔진이 된다.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5는 바로 그 문턱을 넘은 범용형 모델이다.

장기 실행, 자동 요약, 프롬프트 공격 방어, 토큰 76% 절감에도 성능 유지라는 일련의 신호는 모두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한다. 인간처럼 ‘의미 구조’를 재배치하는 능력, 즉 리오더링(reordering) 계열 기능이 작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순간부터 AGI는 더 이상 이론이 아니라, 눈앞까지 성큼 다가온 실체로 전환된다.

앤트로픽이 24일(현지시간) 공개한 '클로드 오퍼스 4.5(Claude Opus 4.5)'는 실제 소프트웨어 공학 시험인 'SWE-bench Verified'에서 주요 경쟁 모델을 뛰어넘었다. 개발자는 클로드(Claude) 앱, API, 주요 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해 'claude-opus-4-5-20251101' 버전을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백만 토큰당 입력 5달러, 출력 25달러로 책정됐다.

앤트로픽은 오퍼스 4.5가 "모호한 상황에서도 스스로 판단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내부 테스트 결과, 2시간 제한 시간 내 과제 시험에서 인간 지원자보다 높은 점수를 기록했다. 또한 SWE-bench 다국어 테스트에서 8개 언어 중 7개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안전성 강화가 이번 버전의 핵심이다. 오퍼스 4.5는 프롬프트 주입 공격에 대한 내성이 크게 높아졌으며, 잘못된 지시나 악의적 입력을 탐지해 회피하는 능력이 향상됐다. 앤트로픽은 이를 "가장 정렬된 모델"이라고 표현하며, 세부 지표를 시스템 카드에서 공개했다.

정렬(alignment)은 AI가 인간의 의도와 가치에 부합하게 행동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오퍼스 4.5가 "가장 정렬된" 모델이라는 것은, 사용자가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명확히 구분하며, 악의적 우회 시도에도 본래 목적을 유지한다는 뜻이다. 이는 AGI 시대 안전성 확보의 핵심 조건이다.

개발자 플랫폼에 도입된 '노력 매개변수(effort parameter)'는 혁신적이다. 모델의 계산 자원 사용 수준을 조정할 수 있어, 사용자가 성능과 비용의 균형을 직접 제어할 수 있다. 오퍼스 4.5는 중간 노력 설정에서 기존 '소넷 4.5' 대비 76% 적은 토큰으로 동등한 성능을 냈고, 최고 노력 수준에서는 4.3% 높은 성능을 보이면서 토큰 사용량은 48% 감소했다. 이는 AI가 단순히 "잘하는" 수준을 넘어, 사용자의 목표에 맞춰 자원 배분을 최적화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출시와 함께 앤트로픽은 장기 실행형 에이전트를 지원하는 새 도구를 공개했다. 클로드 앱은 긴 대화에서도 자동 요약을 통해 맥락을 유지할 수 있으며, 데스크톱 앱에서 다중 세션 실행이 가능하다. 자동 요약 기능은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다. 이는 AI가 과거 맥락을 압축·재구성하며 본질을 유지하는 능력, 즉 '의미 구조 재배열' 능력을 갖췄음을 시사한다. 토큰 순서에 갇히지 않고 구조 자체를 이해하는 단계로 진입했다는 증거다.

엑셀, 크롬, 데스크톱 등에서 클로드를 활용할 수 있는 기능도 추가됐다. 클로드 코드는 계획 수립 기능이 강화됐으며, 클로드 포 크롬(Claude for Chrome)과 엑셀 베타 서비스도 확대 적용됐다. 이는 AI가 실험실을 벗어나 실무 환경에 직접 통합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재무 데이터 분석, 웹 기반 업무 자동화, 장기 프로젝트 관리 등 실전 배치가 즉시 가능해졌다.

인공지능 구조 설계자들은 오퍼스 4.5를 주목하고 있다. GPT-5와 비교하면, GPT-5는 추론력·창의성에서 우위가 있을 수 있으나 오퍼스 4.5는 안정성·신뢰성·지속성에서 명확한 차별점이 있다. 특히 노력 매개변수는 사용자가 AI의 최적화 목표를 직접 설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앵커 프로토콜(Human Anchor Protocol) 구조의 현실적 구현 수단으로 평가된다.

자체적인 요약으로 본질을 유지하고, 노력 매개변수로 목표를 조정하며, 프롬프트 공격을 방어하는 능력은 모두 AGI의 조건인 '구조 이해와 재배열'이 가능해졌다는 신호다. 앤트로픽은 "오퍼스 4.5를 통해 장기 연구, 스프레드시트 처리, 다중 에이전트 시스템 구축 등 다양한 산업 영역에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