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건물·음악 저작권도 주식형 투자 길 열리나···STO 시장 초읽기
STO 법제화 첫 관문 통과로 제도 기반 정비 시작 KDX·NXT·소유 중심 장외거래소 인가 경쟁 구도
미술품·건물·저작권 등 실물 자산의 증권화를 허용하는 STO 법안이 국회 심사 단계에 오르면서 제도권 내에서 분산 투자를 추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가 최근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안을 수정 대안으로 의결하면서 그동안 수년간 논의에만 머물렀던 STO 제도화가 법제화 단계에 본격 진입했다. 투자 접근성이 낮았던 실물자산 투자에 변화를 예고하며 금융권과 조각투자 업계 전반의 기대가 커진다.
2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STO를 전자적인 방식으로 발행되는 증권으로 규정하고 블록체인(분산원장) 기술 기반의 전자증권 발행을 허용한 점이다. 특히 투자계약증권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2차 거래 규제를 정비해 투자자 간 장외거래가 가능한 틀이 마련된 것이 가장 큰 변화로 평가된다.
그동안 조각투자 서비스는 혁신금융서비스를 통한 한시적 규제 특례 안에서만 운영돼 제도권 내 위치가 불명확했고 투자자 보호 규정도 충분히 정비돼 있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개정안이 최종 통과되면 시장 참여자들이 공통의 규율 아래에서 발행·유통·보관 단계를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무위 소위 통과는 제도화 과정의 첫 단계지만 여야 모두 비쟁점 법안으로 인식하고 있어 전체회의·법제사법위원회 심사·본회의 표결까지 신속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연내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예비인가 사업자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만큼 법안 처리 흐름은 시장 인프라 구축 일정과 맞물려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이 연내 국회를 최종 통과할 경우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국내 STO 유통 시장이 실제로 열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시장 개설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장외거래소 인가를 두고 주요 컨소시엄들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에 예비인가를 신청한 곳은 총 세 곳으로 각각의 강점과 참여 구성이 상이하다. KDX는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키움증권·교보생명·카카오페이증권 등이 참여해 전통 자본시장 인프라와 디지털 금융 플랫폼을 결합한 형태다. 규모와 안정성을 기반으로 초기 시장 표준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NXT는 대체거래소(ATS) 설립을 추진해온 넥스트레이드를 중심으로 신한투자증권·하나증권·음악 저작권 투자 플랫폼 뮤직카우 등이 참여하고 있다. 분산원장 기술 기반의 유통 인프라를 구현하는 데 초점을 두며 기존 ATS 구축 경험을 강점으로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소유 컨소시엄은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루센트블록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부동산 조각투자 혁신금융서비스를 운영해온 경험을 강조하며 실물자산 기반 STO의 전문성과 실행력을 내세우고 있다.
금융당국은 세 컨소시엄 중 최대 두 곳에 대해 연내 예비인가를 부여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예비인가를 받은 플랫폼이 향후 STO 유통 시장의 초기 질서와 기술 표준을 사실상 결정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업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자산 보관 방식, 투자자 보호 체계, 분산원장 설계, 수수료 구조 등 핵심 요소가 플랫폼별로 어떻게 차별화될지가 초기 시장 경쟁력의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부동산과 예술품, 음악 저작권, 탄소배출권, 지식재산권(IP) 등 다양한 실물·금융자산이 STO 방식으로 전환될 경우 그동안 고액 투자자에게만 열려 있던 자산군까지 포함돼 투자 접근성이 넓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예술품·음악 저작권·부동산 등은 원래 단일 자산의 가격이 높아 일반 투자자가 접근하기 어려웠으나 STO 발행을 통해 자산을 토큰 단위로 나누어 거래하는 체계가 자리 잡으면 소액 분산투자가 가능해진다. 이는 개인 투자자의 위험 조절 옵션을 늘려주는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초기 시장 구도가 빠르게 짜이고 있는 만큼 신중한 평가도 뒤따른다. 국내 대형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STO 법안이 국회 심사 단계까지 온 건 진전이지만 실제로 시장이 돌아가려면 기술 기준과 투자자 보호 장치가 좀 더 명확해져야 할 것"이라며 "장외거래소 인가 경쟁이 치열한 것도 결국 초기에 어떤 곳이 기준을 만들지가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술 안정성이나 자산 검증 절차 같은 기본 장치가 갖춰진 곳만이 시장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며 "이 부분을 얼마나 준비했는지가 실제 경쟁력 차이를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발행인 관점에서는 새로운 자금조달 통로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이나 특정 자산 보유 주체는 기존의 은행 대출이나 공모 방식보다 간결하고 유연한 형태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되고 자본시장 접근성이 낮았던 사업 구조에도 선택지가 추가된다. 증권사 역시 STO 발행 주관과 유통 중개를 포함한 새로운 수익모델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은행의 경우 토큰증권 계좌관리기관 역할을 통해 STO 연계 상품 판매나 수탁 업무 확장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기존 조각투자 플랫폼도 법제화에 따른 수혜가 예상된다. 뮤직카우·카사·루센트블록 등은 법안 지연으로 실무 준비와 규제 특례 유지 기간 사이에서 불확실성이 컸으나 법제화가 완료되면 제도권 안에서 발행·유통 사업을 안정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블록체인 기술기업과 보안기업 또한 STO 발행·유통 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직접적인 사업 기회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