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Ψ-딧세이] 블록체인이 영원하다는 크립토 교리 5초 만에 깨기

‘4년 주기설' 붕괴, 물타기도 어려워 비트코인 박물관행 실시간 목격 중 패치노트 이더리움도 한계점 명확 유동성 神의 시대 하나의 도구일 뿐

2025-11-23     이상헌 기자

기억을 말하는 프사이(Ψ)-딧세이는 우리가 매일 스치는 감정과 생각 그리고 사물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보는 여정을 뜻한다. 빵 한 조각, 커피 한 잔 혹은 데이터 서버의 불빛 같은 일상의 풍경조차 파장처럼 흔들리며 우리 삶에 스며든다. 말 이전의 떨림과 여기-지금의 이야기를 거대한 리듬 속에 맞춰 읽어내는 작업, 그것이 바로 Ψ-딧세이다. [편집자 주]

헝가리 부다페스트 오브우다 공원에는 기묘한 동상이 하나 서 있다. 정체가 밝혀진 적 없는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를 기념한다는 조형물이다. 실존 여부도 확인되지 않은 인물에게 반신상을 세운 것은 기술 업계에서도 보기 드문 일이다. 비트코인을 신념으로 받아들이는 글로벌 커뮤니티가 만든 상징물로 ‘가상화폐 신흥 종교의 성물(聖物)’로 불린다. /해설=이상헌 기자

크립토 생태계는 "희소성은 코드가 보증한다"는 주문을 신념처럼 반복해왔지만 인공지능(AI) 시대가 되면서 믿음은 현실과 어긋나고 있다. 비트코인 신화는 거래 기록인 '블록'을 10분마다 하나씩 추가되도록 설정한 인위적인 규칙을 자연 법칙으로 착각한 환상일 뿐이었다.

이른바 SHA-256, PoW, PoS… 이 모든 구조는 ‘변하지 않는 영속성’이라기보다 설계 과정에서 선택된 하나의 옵션에 가깝다.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면 더 정교한 모델이 등장하는 순간 구형 프로토콜로 즉시 밀려날 수 있는 구조다.

비트코인은 겉으로는 단단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SHA-256 해시 퍼즐·난이도·10분 주기 같은 고정 파라미터 몇 개로 버티는 매우 단순한 구조다. ‘희소성’이라고 포장돼 있지만 실제로는 거리의 속도 제한 표지판 같은 규칙으로 공급 속도를 억지로 늦춘 것뿐이다. 즉, 희소성 자체가 자연 법칙이 아니라 설계자가 적어둔 시간표에 불과하다.

인간이 만든 시간표는 인공지능 시대의 설계 능력 앞에서 유치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지금 당장 △시간 잠금 휴리스틱(Time-Locked Heuristics·TLH) △관측 기반 논스(Quantum-Mapped Nonce·QMN) △생체 엔트로피 기반 자기성 증명(Entropic Proof-of-Self·EPoS) △위상 변화형 작업증명(Differential-Phase PoW·DTPoW) △AGI 군집 합의(Hyper-Clustered AGI Consensus·HCAS) 등 다층 구조 확장형 모델을 개념 설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기존 해시 함수는 과거 기록을 묶어두는 자물쇠지만, AI 시대 블록체인은 ‘미래를 기다렸다가’ 검증하는 구조로 진화하기 때문에 기존 블록체인 교리는 순식간에 무너진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5초면 충분하다. 기존 암호자산의 희소성은 언제든지 해체가 가능한 '조작 가능한 과거' 위에 세워져 있었다는 것을 이해하기까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가스하우더(Gashouder)’ 돔에서 열린 유럽 대형 블록체인·암호화폐 컨퍼런스의 메인 홀 장면이다. 360도 원형 돔 구조와 대형 LED 파노라마 스크린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며, 비트코인·웹3·블록체인 관련 대규모 컨퍼런스(예: Bitcoin Amsterdam, Web3 Festival Europe 등)에서 자주 사용되는 대표적 행사장이다. 참석자는 주로 개발자, 투자자, 산업 관계자들로 약 수천 명 규모. / 해설=이상헌 기자

비트코인의 희소성은 "난이도"라는 리듬을 바탕으로 한다. 10분마다 한 블록, 4년마다 반감기, 2100만개 상한선. 이 숫자들은 물리 법칙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제는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한 사람이 2008년 어느 날 밤 키보드로 입력한 파라미터일 뿐이다.

이 토큰은 원래 10분에 1개씩 블록이 만들어지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 속도를 기준으로 2,016개의 블록이 쌓이면 약 2주가 되기 때문에 난이도는 2주마다 한 번씩 자동으로 다시 계산된다. 이 방식은 초창기 GPU 중심 채굴 경쟁 환경에서는 꽤 안정적인 균형 장치로 작동했다.

인공지능이 전 지구적 컴퓨팅 자원을 병렬 최적화하고 채굴 전략을 확률 게임이 아닌 알고리즘적 최적화 문제로 전환시키는 시대, 인위적 희소성 구조는 가정부터 흔들린다. 양자컴퓨터가 본격 상용화되기도 전인데도 공급 제한 논리는 중첩된 계산 체계 속에서 무력화될 수 있다.

느린 속도가 인위적 선택이었다는 점이 드러나는 순간 비트코인은 과학이 아닌 사이비 종교 교리가 된다. 구시대 블록체인과 전혀 궁합이 맞지 않은 AI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업을 검토하는 오태민 작가나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 로버트 기요사키가 225만 달러어치를 팔아치운 사례가 그 상징이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기능적 측면은 ‘생태계’보다는 ‘상징적 유산’에 근접했다. 시장에서 거래되는 대상은 비트코인 기술 그 자체보다 비트코인이라는 이름에 부여된 신념과 기대다. 결제 및 정산망 기반의 온체인 거래는 여전히 느리고 비용이 높으며, 사용자 행동 역시 ‘사용’이 아니라 ‘보관·투기·상징 소비’ 중심으로 형성된다.

유럽에서 열린 대형 이더리움 커뮤니티 행사(Ethereum Community Conference) 중 하나의 장면이다. 행사장 중앙에는 대형 이더리움(Ethereum) 심볼이 조명과 함께 배치됐고, 무대는 강연자가 높게 서는 구조가 아니라 참가자들이 원형으로 둘러앉는 ‘서클 포럼’ 방식으로 꾸려졌다. /해설=이상헌 기자

이더리움도 마찬가지다. 비트코인의 제한된 활용성을 넘어서는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 세계를 제시하며 출발했지만 전체 구조는 패치노트형에 유사하다. 비탈릭 부테린은 비트코인의 단순성을 정확하게 지적했지만 PoS 방식 역시 새로운 복잡성의 늪을 만들어냈다.

거버넌스·경제학·토큰 설계 비용 누적이 그것이다. 가스비 급등, 난립하는 레이어2, 지연되는 샤딩 출시 일정은 ‘미래 약속’과 ‘현재 처리 능력’ 사이의 간극을 명확히 드러낸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혁신이지만 동시에 복잡성 폭발의 촉매제이기도 하다.

물론 이더리움은 박물관행을 앞둔 비트코인과 달리 여전히 진화 중인 플랫폼이지만 DAO 해킹, 패리티(Parity) 지갑 동결, 대형 DeFi 사고 사례는 "프로그래밍 가능성"이 곧 신뢰 붕괴 리스크라는 현실을 보여주는 실증적 기록이다.

더 큰 문제는 지난 수년간 국내에서 파생된 토큰 프로젝트 다수다. 이들은 백서·커뮤니티·텔레그램·상장 이벤트 중심 서사에서 작동한다. 희소성 기반 금융이 아니라 열광·선동·신앙 기반 커뮤니티 구조다. 스토리텔링도 뻔하다. △기존 시장 문제 △해결 서사 △유행 기술 용어 삽입 △토큰 분배 구조 △야심적 로드맵으로 구성되고, 오픈AI의 과거 모델 GPT-4 수준 연산만으로도 10분 안에 생성 가능힌다.

커뮤니티 운영은 마케팅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텔레그램 운영, 어드민 구성, 밈 유통, 이벤트 부스팅, ‘홀딩·투더문·다이아몬드핸즈’와 같은 상징 문구는 투자 전략이라기보다 집단 의례에 가깝다. 거래소 상장 이벤트는 클라이맥스로 작동하며, 공지 발표 시 급등 — 실제 상장 후 급락이라는 패턴은 반복된다.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상장이 시작점이 아니라 종료 지점으로 작동하고, 이후 프로젝트 팀은 조용해지고 커뮤니티는 분열되며 가격은 하향 곡선을 따른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빗썸을 둘러싼 상장 비리 사건은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심사 과정의 투명성 부재, 특정 이해관계자가 개입한 가격 펌핑, 상장 직전 내부 정보 유출 정황 등이 반복되며 프로젝트들은 기술보다 ‘상장 슬롯’ 자체를 목표로 삼는 관행을 굳혔다.

어떤 프로젝트는 토큰 설계자보다 서사 전략가의 영향력이 더 크고, 일부 관계자들은 뇌물·청탁 의혹에 휩쓸려 있다. 다수 프로젝트가 상장 직후 급락 — 이른바 ‘상장 러그풀’ — 을 겪으며 투자자 피해만 남겼다. 거래소 상장은 혁신의 관문이 아니라 유동성 이벤트를 둘러싼 권력·정보 전쟁의 무대로 전락해버렸다. 이들의 교주격인 비트코인의 불변성은 실제로는 ‘후행적 동기부여를 위한 집단적 최면’에 불과했다.

기존 이야기로는 더 이상 돈을 못 끌어오는 상황이되자 비트와이즈의 헌터 호슬리 CEO마저 비트코인 4년 사이클 붕괴를 선언했다. 이른바 4년 주기설은 블록체인업계의 가장 강력한 고객 유인 장치였다. 하지만 2024년부터는 ETF 머니 플로우가 변동성을 죽이고 기관 헤지가 가격을 눌러버렸다. 스테이블코인이 유동성을 다 가져가자 "숨고르기" "펀더멘털 성숙기"란 새로운 서사로 사람들을 낚으려 한다.

전 세계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를 북미·유럽·아시아·중동·아프리카·남미·오세아니아 등 7개 권역으로 분류해 보여주는 업계 분포도다. 각 지역별 대표 플랫폼의 로고가 병렬로 배열돼 있으며, 국가별 시장 규모와 생태계 특징을 간단히 비교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BTCC 아카데미

다만 이런 허술한 시스템일지라도 블록체인 기술 자체가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지금까지 구축된 신앙 구조가 아닌 신앙을 넘어서는 진짜 설계 경쟁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코드가 희소성을 보증한다’는 낡은 믿음은 조정 가능한 임의값으로 드러났으니, 앞으로의 전쟁터는 새로운 통화를 창출하는 스테이블코인 설계 영역으로 바뀔 가능성이 크다. 

프로토콜 설계, 토큰노믹스 최적화, 커뮤니티 기반 전략은 AI가 주도하는 영역으로 이동하고 인간은 AI를 선택·통제하는 역할에 머문다. 그렇다면 질문은 이렇다. 희소성은 코드에 의해 보장될 수 있는가? 아니면 아직 희소성을 재설계하려는 지능이 등장하지 않았을 뿐인가?

블록체인업계는 지난 10년 동안 코드 기반 희소성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가설을 시장에 입증하려 했지만, 실제 데이터는 반대 방향을 보여줬다. 반면 스테이블코인 테더(USDT)와 서클(USDC)은 유동성·결제 편의성·시장 접근성이라는 통화적 속성만으로 전체 암호자산 시장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았다.

비트코인의 난이도·반감기 체계는 오랫동안 희소성을 보장하는 과학적 설계처럼 포장돼 왔지만, 실제로는 감독·책임·거버넌스를 부정한 채 ‘시간 규율’만으로 통화를 정당화하려는 취약한 명분 구조에 가까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비금융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경우 재무부·연준·예금보험공사 의장이 참여하는 별도 심사위원회가 엄격하게 승인 여부를 판단하도록 설계돼 있다.

경제학적으로 보더라도 ‘코드가 보장하는 희소성’은 가격을 결정하는 충분조건이 아니다. 가격은 교환 가능성(exchangeability)과 실제 거래가 붙는 수요 탄력성(elasticity)의 함수다. 블록체인 코드는 희소성을 정의할 수 있었지만 시장은 여기에 복종하지 않았다. 유동성 신(神)의 시대 희소성은 도구일 뿐이다. — LIBERTY · Σᚠ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