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 늘린다면서···AI 전력수요 폭증에 송전망은 ‘병목’
전력계통 ‘혈관’인 송전망 제자리걸음 한전 부채로 송변전계획 이행 미지수
이재명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속도전으로 밀어붙이고 있지만, 정작 그 전력을 실어 나를 송전망 확충은 현실적으로 멈춰 선 상태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AI·데이터센터 전력수요는 이미 폭증 곡선을 그리는데, 대한민국 전력계통의 ‘혈관’인 송전망은 여전히 병목을 해결하지 못한 채 자리에 묶여 있다.
21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전력을 생산해도 송전선로가 부족해 출력 제한(커터일먼트)이 반복되는 기형적 상황이 고착되고 있다. AI 서버와 데이터센터는 연중무휴로 전력을 소비하는 ‘전기 먹는 하마’인데, 수도권과 주요 산업단지의 전력 수급 여건은 갈수록 빠듯한 형편이다.
업계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려도 전기를 보낼 길이 없다면 국가 전략산업 육성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정부는 11차 장기송변전계획(2025~2039) 수립에 착수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뚜렷하다. 한전이 200조 원에 육박한 부채로 인해 송전설비 투자 여력이 바닥난 만큼, “계획을 세워도 실제 이행은 미지수”라는 냉소가 업계 전반에 퍼져 있다. 결국 계획은 작성되지만, 예산은 담기지 않는 ‘문서상의 계획’이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와 데이터센터는 대부분 지방에 위치하지만,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이 불일치를 해소하려면 신규 초고압 송전선로와 변전소 구축이 필수지만, 지역 민원·환경 갈등에 정부의 추진 의지가 약한 탓에 사업 기간은 이미 10년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 사이 생산된 전력이 계통으로 흘러가지 못해 출력제한(커터일먼트)은 일상화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지역 민원을 이유로 송전망 건설 문제를 사실상 방치해 왔다고 지적한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표에 도움이 되지만, 송전망 확충은 표를 잃는 사업”이라는 자조가 정책 당국 안에서도 나온다. 재생에너지 발전소만 늘리고 송전망을 확충하지 않는 현재 방식은 AI 시대의 ‘전력 대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경고도 이어지고 있다.
AI·빅데이터·전기차 산업 확대로 전력수요는 이미 과거의 예측치를 뛰어넘는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런 구조적 변화 속에서도 정부가 송전 인프라 병목을 풀지 못한다면, 재생에너지 확대·AI 산업 육성·전력안보 강화라는 국가적 목표는 모두 허공에 그려진 청사진에 그칠 수 있다.
한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내세우는 재생에너지 확대는 송전망 확충 없이는 공허하다”며 “AI 시대 전력수요는 폭증하는데 송전망은 병목 그대로라는 구조가 반복된다면 산업경쟁력은 물론 국가 전력안보까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