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탄핵' 청원 6만 모였지만···국회가 처리 외면하는 이유

성립 214건 중 210건 계류 심사 기한 없는 법적 허점

2025-11-21     이상무 기자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이재명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이 6만1495명 동의를 얻었다. 성립 요건인 5만명을 넘겼으나 상임위 문턱을 넘어 실제 본회의장에서 논의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국회의 청원 처리 성적표가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21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해당 청원은 공개 직후 빠른 속도로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대통령의 헌법 위반과 직무 유기를 이유로 탄핵 소추안 발의를 강력히 요구했다.

청원인은 이 대통령이 △비상계엄 왜곡 및 국가안보 질서 파괴 △검찰청 폐지 추진으로 인한 권력분립 침해 △특검 남용 및 전직 대통령 강제체포 방조 △한중 MOU 체결로 인한 주권 침해 △대형 화재 및 재난 대응 직무유기 △부동산 정책 실패와 경제질서 교란 △언론 왜곡과 허위 프레임 조장 △정치시위 및 표현의 자유 통제 등을 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청원 외에도 현재 게시판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인권보호 및 사법정의 회복 촉구에 관한 청원'이 8만3624명, '비동의 강간죄 도입에 관한 청원'이 7만8143명 동의를 얻었다.

현행 국회법상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청원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원칙대로라면 상임위는 이를 심사하여 본회의에 부의할지, 아니면 폐기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자동 회부'가 '자동 방치'로 이어지는 구조다. 국민의 목소리를 입법에 직접 반영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국민동의청원' 제도가 사실상 국회의 직무유기로 인해 '여의도의 메아리'로 전락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여성경제신문이 이날 기준 국회 국민동의청원 현황을 전수 분석한 결과 22대 국회 개원 이후 성립 요건을 달성한 청원은 총 214건에 달했다. 그러나 이 중 처리 결과가 나온 것은 단 4건에 불과했으며 그마저도 모두 '본회의 불부의(폐기)' 결정이었다.

나머지 210건(98.1%)은 여전히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 4월 '대통령 석방한 지귀연판사 탄핵 반대에 관한 청원'은 5만1218명 동의를 얻어 법제사법위원회 회부됐다. 이후 221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서랍 속에 잠들어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 캡처

국회가 국민의 청원을 외면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강제성 없는 심사 기한'에 있다.

국회법 제125조는 "위원회는 청원 심사 기간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어겼을 때의 제재 조항은 없다. 통상적으로 상임위는 청원이 회부되면 90일,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60일을 연장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핑계로 기한을 무기한 연장하거나 아예 심사 안건으로 올리지 않는 '뭉개기' 전략을 쓴다.

국회법에서는 150일 안에 심사를 마치지 못했더라도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추가 연장을 요구할 수 있다. 언제까지 연장할 수 있는지 기한은 따로 명시돼 있지 않다. 이에 2022년 11월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청원 심사 기간을 무기한 연장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을 삭제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이재명 대통령 탄핵 청원과 같은 민감한 정치 사안의 경우 여야의 셈법은 더욱 복잡하다. 여당은 대통령 방어를 위해 심사를 거부하고, 야당은 역풍을 우려하거나 정쟁의 도구로만 활용한 뒤 실제 처리는 미루는 식이다. 

국회 임기가 끝나면 계류 중인 청원 역시 함께 폐기된다는 점도 문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수많은 청원이 '임기 만료 폐기'라는 이름으로 휴지조각이 됐다. 현재 22대 국회에 쌓여있는 210건의 청원 역시 별다른 법적 강제 장치가 마련되지 않는 한 같은 운명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권 관계자는 "6만명이 서명한 청원이 심사조차 받지 못하는 것은 대의 민주주의 시스템의 오작동"이라며 "영국처럼 일정 수 이상의 청원이 모이면 의무적으로 의회에서 토론하게 하는 등 제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청원 게시판의 동의 숫자는 매일 올라가고 있지만 국회의 시계는 멈춰 있다. 이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제기된 탄핵이라는 담론이 국회의 '침묵의 카르텔'을 뚫을 수 있을지, 아니면 또 하나의 '폐기 예정' 문서로 남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프로세스

1. 성립 요건: 청원서 등록 후 30일 이내 100명의 찬성을 받으면 공개되며 그 후 30일 이내에 5만명 이상의 동의를 받으면 성립된다.

2. 성립되면 바로 실행 여부: 아니다. 성립된 청원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법제사법위원회 등)로 회부될 뿐이다. 여기서 심사를 거쳐 '본회의 부의' 의결이 되어야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할 수 있다.

3. 현재의 문제점: 상임위로 넘어간 뒤 '언제까지 심사를 마쳐야 한다'는 강제 조항이 없다. 이로 인해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사안은 상임위 단계에서 무기한 계류(보류)시켜 사실상 사장시키는 편법이 관행화되어 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