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주 칼럼] ‘가성비 여행’의 시대, 스페인·포르투갈이 뜨는 이유
[허영주의 크리에이터 세상] 가심비 유럽 여행지 급부상 낮은 물가·높은 수준의 경험 인스타그램 풍경 사진 최적화 여행 난이도의 낮음 큰 장점
평소 여행 인스타그램을 보며 여행 트렌드를 읽는 것이 취미인 필자는 올해 들어 부쩍 스페인과 포르투갈 관련 게시물이 늘어난 것을 발견했다. 그리고 최근 발표된 한국인 해외여행 만족도 조사를 보고 그 이유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스페인이 만족도 1위, 포르투갈이 2위를 차지한 것이다.
컨슈머인사이트의 분석에 따르면 최근 물가 상승, 항공권 비용 인상, 높은 환율이 겹치면서 한국인들의 해외여행 패턴은 ‘가심비’(비싸도 만족도 높은 여행지)보다 실질적인 ‘가성비’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예전에는 파리·런던·로마 같은 메이저 도시가 ‘꿈의 유럽’으로 여겨졌다면 지금은 ‘현실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유럽’을 선택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필자는 최근 남편의 스페인·포르투갈 출장을 따라 2주간 그곳에서 머물며 이 변화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느낀 건 ‘물가의 체감 차이’였다. 유럽의 다른 국가들과 비교하면 식당, 숙소, 교통, 카페 가격이 모두 놀랄 만큼 저렴했다. 관광객이 몰리는 지역임에도 가격이 지나치게 부풀려진 곳이 거의 없었고 메뉴 구성이나 숙소의 퀄리티 역시 가격 대비 훌륭했다.
그렇다고 해서 경험의 수준이 낮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건축물과 도시 분위기, 음식의 맛, 거리 풍경, 박물관 어느 하나도 저렴한 가격에 맞춰 품질을 낮춘 느낌이 없었다. “이 가격에 이런 경험이 가능하다고?”라는 놀라움이 반복될 정도였다.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만족’을 주는 요소에는 ‘인생샷’ 장소도 포함된다. 스페인·포르투갈은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명소가 압도적으로 많다. 마드리드의 광장, 포르투의 강변, 리스본의 언덕과 트램 등은 카메라를 어느 방향으로 돌려도 작품이 되는 풍경을 가진 도시들이다. 요즘 여행에서 ‘인스타그래머블한 순간’을 얼마나 건질 수 있는지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는데, 이 두 국가는 그런 장면들을 거의 무한정 제공했다.
여기에 ‘여행 난도의 낮음’도 큰 장점이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치안이 안정적이고 대중교통이 직관적으로 구성돼 있으며 영어 소통도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실제로 트립어드바이저나 레딧 해외여행 커뮤니티에서도 스페인·포르투갈을 “스트레스 없는 유럽 여행지”, “초보자도 실패하지 않는 나라”, “안전하고 걷기 좋은 도시”로 소개하는 글이 많았다.
음식 또한 만족도의 핵심 요소다. 한국인 여행자들의 리뷰를 보면 공통으로 “입에 잘 맞는다”는 반응이 많다. 스페인은 해산물, 고기, 파스타, 타파스처럼 익숙한 메뉴가 많고, 포르투갈은 생선구이, 그릴 요리, 에그타르트 등 한국인의 입맛에 부담 없는 음식들이 많다. 음식 선택 스트레스가 적으니 여행 경험이 자연스럽게 만족도로 이어지는 것이다.
만족도 1위와 2위를 차지한 나라답게 실제 여행자들의 체감 반응도 뜨겁다. 필자 역시 여행 중 많은 한국인 여행자와 마주쳤고 포르투에서 만난 한 한국인은 “포르투갈만 여섯 번째 방문”이라고 말해 이 지역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여행 크리에이터나 인플루언서를 꿈꾼다면 앞으로 더 커질 수요를 고려해 스페인·포르투갈 여행 브이로그를 시도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콘텐츠 제작 비용도 다른 유럽 국가보다 낮기 때문에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필자 역시 대부분의 여행 정보를 유튜브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얻었고 사람들이 관심을 두는 곳에 조회수가 몰린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년에 유럽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스페인·포르투갈을 추천하고 싶다. 가성비와 만족도를 기준으로 본다면 이보다 더 좋은 선택지는 드물다. 소셜미디어의 트렌드와 실제 여행자들의 후기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으니 실패 없는 유럽 여행을 꿈꾼다면 스페인·포르투갈은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허영주 크리에이터 ourcye@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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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주 크리에이터
성균관대학교에서 연기예술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걸그룹 ‘더씨야’, ‘리얼걸프로젝트’와 배우 활동을 거쳐 현재는 팬덤 640만명을 보유한 글로벌 틱톡커 듀자매로 활동하고 있다. <2022콘텐츠가 전부다> 책을 썼다.
다재다능한 ‘슈퍼 멀티 포텐셜라이트’로서 여러 채널에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설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평생 내가 될 수 있는 모든 것이 되어 열정적으로 살아보기’를 실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