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보사 3분기 보험손익 부진···'정교한 ALM'이 승부 갈랐다
금리 안정 속 자산운용 전략 차이 실적 좌우 신한·미래·농협 운용 개선으로 하락폭 최소화
올해 3분기 생명보험사 실적은 보험손익 악화가 공통적으로 나타난 가운데 운용손익의 개선 여부가 순익 격차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IFRS17 도입 이후 금리와 평가변동이 손익에 직접 반영되는 구조가 강화되면서, 장기채 비중 조정과 대체투자 정상화 등 ALM 전략의 차이가 회사별 실적 흐름을 크게 갈랐다. 운용손익을 확대한 회사는 순익 방어에 성공했지만 보험과 투자 손익이 동시에 둔화된 회사는 실적 하락폭이 두드러졌다.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보험손익이 5738억원으로 전년 대비 4.4% 감소했으나 금융손익이 1789억원으로 49.6% 증가하면서 전체 실적을 지탱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5145억원으로 10.1% 늘었는데 이는 금리 변동 완화에 따른 채권평가이익 복원 영향이 컸으며 운용 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전년보다 크게 확대된 결과다.
미래에셋생명은 보험과 투자가 모두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638억원으로 134.8% 늘었고 별도 기준 보험손익은 1179억원, 투자손익은 459억원으로 두 부문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특히 전년도 해외 부동산 투자 손실이 제거되며 운용손익이 회복된 점이 이번 분기 증가폭을 키웠다.
NH농협생명은 보험손익이 3062억원으로 전년 대비 26.5% 감소했지만 투자손익은 652억원으로 289억원이던 전년보다 125.6% 증가했다. 순이익은 2109억원으로 14.9% 감소했으나 운용손익 확대가 보험손익 악화를 상당 부분 완화했다. 보장성 중심 체질 개선 과정에서 나타난 보험손익 감소를 운용 부문에서 일정 부분 흡수한 구조다.
반면 동양생명은 보험과 투자 모두에서 이익이 크게 줄어 누적 순이익이 1099억원으로 55.1% 감소했다. 보험손익은 950억원으로 53.0% 줄었으며 투자손익 역시 535억원으로 52.3% 감소했다. 보험·투자 부문 동반 악화가 실적을 저해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등 대형사들은 보험손익 부담에도 운용손익 개선 효과로 실적 변동성을 완화했다. 삼성생명은 3분기 누적 순익 2조1171억원을 기록해 3.7% 증가했고 투자손익은 1조7129억원으로 11.9% 늘었다. 반면 보험서비스손익은 1조93억원으로 7.9% 감소했다. 한화생명은 3분기 누적 순익이 7689억원으로 5.8% 늘었고 3분기 단일 분기 순익만 3074억원으로 414.9% 급증했는데 이는 해외법인 순익 491억원이 반영되며 운용 부문의 복원력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실적 흐름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체제에서 생보사의 실적 변수가 보험영업의 성과보다는 ALM(자산·부채종합관리) 전략의 정교함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구조 하에서는 금리 변동이 자산·부채뿐 아니라 손익에 즉각 반영되기 때문이다.
한편 해외 시장은 이미 자산운용 중심 구조로 이동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 생보사는 일정 규모 이상의 자산을 대체투자에 배분하고 있으며 유럽 생보사도 펀드 및 비상장자산 비중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유가증권 비중이 70~80%에 달하는 안정성 편중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투자수익률은 글로벌 대비 크게 뒤처지지 않지만 포트폴리오 다양성 부족이 ROE(자기자본이익률)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한국의 규제 환경도 운용전략 전환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자회사 지분 보유 한도를 총자산의 3% 또는 자기자본의 60% 중 작은 금액으로 제한하고 특정 자산군 투자 비중 한도를 두는 직접 비율규제는 2003년 도입된 체계가 거의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보험사 관계자는 여성경ㅈ에신문에 "자금조달 시에도 '재무건전성 유지' 목적 외에는 허용되지 않아 대규모 해외 진출이나 자산 구조 재편에 제약이 따른다"고 귀띔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