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자본이 한국 경제 싹쓸이"···안보 경고음 커지는데 정부는 느슨
'차이나 머니' 국채·주식·부동산 공습 알리·테무 침투, 부동산도 '큰손'으로 감시 부재가 만든 위험의 사각지대
‘차이나 머니’가 한국 핵심 자산을 사실상 휩쓴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채와 주식, 부동산까지 막대한 물량을 단숨에 매도할 경우 한국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중국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액은 22조7010억원이다. 지난해 말(14조570억원) 대비 61.5% 급증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홍콩 포함)의 대한국 직접투자 신고액은 67억9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147% 증가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바이오·콘텐츠 등 한국의 미래 산업을 대표하는 종목에서 중국 자본의 지분 확대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사드 사태 이후 주춤했던 엔터·게임 분야 투자 역시 최근 회복세를 보인다. 일각에서는 경영권 영향력 확보나 기술 유출까지 염두에 둔 전략적 행보일 수 있다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해외 투자 장려 목록에 ‘첨단기술·선진 제조기업’과 ‘해외 유전·광산 등 에너지 개발’을 포함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내 주도권 확보를 노린 장기 전략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현재 풍부한 유동성에 더해 올해 6월부터 적격금융기관(QDII) 프로그램의 한도와 대상을 확대하며 해외 사모펀드 출자를 늘리는 추세다. 특히 홍콩·케이맨 제도 등 역외 금융 허브를 거쳐 자금을 유출하고 페이퍼컴퍼니(위장 투자자)를 세워 실질적 소유주를 감추는 방식이 빈번히 활용되고 있다.
한국 사모펀드 시장은 ‘실제 소유자 확인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역외 펀드가 국내 계좌를 개설할 때는 ‘외국인 투자 등록증에 기재된 자산운용사 대표자’만 확인한다. 이런 구조적 빈틈이 중국 자본이 소유관계를 은폐하고 시장에 침투할 수 있는 통로로 활용되는 실정이다.
이치훈 국제금융센터 세계경제분석실장은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일부 중국 자금들이 사모펀드들을 통해서 적대적 M&A 쪽에 우려가 되는 측면이 있다"며 "지금은 차이나 머니만이 문제가 아니고 미국의 경제 환경 때문에 한국 증시가 왔다 갔다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채에서도 차이나 머니의 침투가 빠르다. 한국은행 자료를 분석한 결과 8월 말 기준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한국 국채 보유액은 138조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럽(109조원), 미주(27조원), 중동(14조원)을 모두 앞선 규모다. 2021년 말 대비 38조원 증가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미주 증가액(7조원)의 5배가 넘는다.
국채 보유가 특정 국가에 집중될 경우 단순한 금융 리스크를 넘어 정치·외교적 영향력으로 확대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이 미 국채를 지속적으로 매각하면서 미국의 금리가 상승한 전례가 있다. 한국 역시 '셀 코리아(Sell Korea)'에 나설 경우 증시 급락과 환율 급등이 동시에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체감 강도가 더 크다. 지난해 중국인의 부동산 매수 등기는 1만1363건으로 전체 외국인 매수(1만7504건)의 65%에 달했다. 지난달 말 국내에 부동산을 보유한 중국인은 9만9804명이다. 한국인들은 온갖 대출 규제가 있는데 중국인들은 자국 은행에서 대거 돈을 빌려 환전한 후 매수에 나서고 있다.
서울 강남·명동의 상업용 빌딩, 제주 대규모 토지와 리조트 등 핵심 부동산이 잇따라 중국 자본에 넘어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중국 자본이 상권을 장악한 뒤 자국 관광객 중심 영업을 하는 ‘폐쇄형 상권’이 형성되며 기존 지역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
한국 소비자를 겨냥한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는 국내 이커머스 대비 훨씬 저렴한 가격을 제시하는 초저가 전략을 취한다. 대규모 할인쿠폰, 무료배송, 무료 반품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해 소비자 유입을 극대화하는 중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한국 소비자들의 해외 직접 구매액은 2조12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는데, 지역별로는 중국이 1조4141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그다음 순위인 미국(3479억원), 일본(1503억원)과 큰 격차를 보였다.
이처럼 전방위로 확산하는 자본 유입 흐름이 있는데도 정부는 뒷북 대응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외국인 지분 변화에 대한 정부의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은 여전히 느슨하고 기술 보호를 위한 사전 심사 체계 역시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은 “대외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금 조달 구조가 한쪽에 쏠리지 않고 균형을 이루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치·외교 변수를 줄여 우리 금융시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투자 자체는 한국 경제에 필요한 요소다. 문제는 속도와 쏠림이다. 이미 시장 곳곳에서 위험 신호가 현실화하는 만큼 국적별 자본 유입 모니터링 강화, 안보 연계 산업 심사 확대 등 실질적인 제도 보완책 마련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