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누적액 50조원 시대 임박···건설사 연말 총력전
한남·압구정 등 조 단위 사업장 진행 영향 시공사 신용 의존도 높아져 대형사 이점↑
연말 결산을 앞두고 10대 건설사들이 정비사업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들어 대형사들의 누적 수주액은 이미 40조원을 돌파했으며, 남은 핵심 사업장의 시공사 선정이 마무리되면 50조원 돌파가 확실시된다.
업계 전반적으로 전년 대비 실적이 확대된 가운데, 특히 수도권의 대형 정비사업이 잇따라 발주되면서 건설사 간 경쟁이 극단적으로 심화한 모습이다.
1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10대 건설사 상당수가 전년 대비 올해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상향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건설은 올해 9조445억원을 확보하며 7년 연속 정비사업 1위를 사실상 확정한 상태다. 지난해 6조612억원에서 큰 폭으로 확대됐으며, 장위15구역(1조4663억원)의 수주 여부에 따라 업계 최초 10조원 달성의 가능성도 높아졌다.
삼성물산은 3조6398억원에서 8조3488억원으로 두 배 넘게 성장하며 뒤를 추격한다. 은평 증산4구역을 확보할 경우 9조원에 도달하며 현대건설과의 격차를 더 좁히게 된다. 포스코이앤씨, GS건설, HDC현산, 롯데건설, DL이앤씨 등도 나란히 실적 상승을 기록했다.
DL이앤씨는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손잡고 공사비 약 2조원 규모의 은평구 증산4구역 도심공공복합사업 시공권 확보에 나섰다. 이달 29일 예정인 총회에서 시공자로 선정 시 DL이앤씨는 약 1조300억원, 삼성물산은 약 9100억원의 실적을 확보하게 된다. DL이앤씨의 올해 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2조6790억원이며 증산4구역을 더하면 3조7000억원을 넘기게 된다.
GS건설은 성북1구역에서 시공권을 사실상 굳힌 분위기다. 공공재개발 주민대표회의와 LH가 지난달 21일 GS건설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했으며, 시공자 선정 총회는 12월 20일 열린다. 성북1구역은 성북동 179-68 일대 30층 2086세대가 들어서는 약 9000억원 사업이다. GS건설은 창원 용호2구역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에 올라 있다.
롯데건설도 미아4-1구역, 가락극동아파트, 금호21구역 등 주요 사업에서 수주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세 개 사업장을 모두 확보할 경우 롯데건설의 연간 정비사업 실적은 4조5000억원을 크게 웃돌 전망이다.
대우건설은 성남 신흥3구역에서 유력 후보로 부상했다. 신흥3구역은 면적 15만3218㎡로 공공재개발을 통해 3422세대가 들어서는 초대형 사업이며 공사비는 약 1조2000억원이다. 대우건설은 현재 약 2조5039억원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신흥3구역을 확보하면 3조7000억원을 넘어선다.
올해 정비사업 수주 실적이 급증한 배경에는 한남4·5구역, 압구정2구역 등 조 단위 대형 사업장들이 대거 시공사 선정을 마쳤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조합들이 고금리·PF 경색으로 인해 재무 안정성이 높은 기업을 선호하면서 신용등급이 우수한 삼성물산(AA+), 현대건설(AA-)로 수주가 쏠린 것도 특징적이다.
정비사업의 사업비 조달 구조가 기본적으로 시공사의 신용 공여에 의존한다는 점에서 대형사의 이점이 더욱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건설업계에서는 연말 대형 구역들의 시공자 선정 결과가 올해 정비사업 실적 순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