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 자는 AI가 中 쇼호스트 대체···폭발적 성장 속 '부작용' 급증
라이브커머스 온라인 소매 3분의 1 차지 바이두, 후이보싱 플랫폼으로 업계 1위 금지어·허위정보 제공 등으로 규제 나서 "AI 기술과 상업적 현실 간 간극 드러나"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에서 인공지능(AI) 기반 무인 디지털 호스트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스타 쇼호스트 몸값 폭등과 인력난을 해소하며 저비용·고효율 모델로 평가받는 한편 민감어(정책·플랫폼 금지어) 발언과 거짓 정보 제공, 관련 사기 사례가 잇따르면서 규제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8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온라인 소비 구조는 검색 중심 쇼핑에서 라이브커머스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중국국제전자상거래센터 조사 결과 지난해 중국 라이브커머스 시장 규모는 5조8000억 위안(약 1200조원)으로 전체 온라인 소매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으며 이용자 수는 5억9700만명을 넘어섰다.
스타 쇼호스트 출연료가 수억원대로 치솟아 시장 왜곡이 심화되자 AI 기반 '가상 쇼호스트(Virtual Influencer)'가 대안으로 부상했다. AI 쇼호스트는 24시간 운영이 가능해 시간 제약 없이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어 상업적 활용도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상품 특성에 맞춰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다는 점도 확산 요인이다. 화장품에는 'AI 뷰티 전문가', IT 제품에는 'AI 테크 전문가'를 구현해 상품 정보를 안내하는 방식으로 자연어 처리(NLP) 기술을 활용해 시청자의 질문과 댓글에 실시간으로 응답할 수 있으며 표정과 억양, 제스처까지 조절이 가능하다.
중국 시장조사기관 아이미디어 리서치는 AI 기술이 상품 선택과 스크립트 제작, 라이브 운영 등 전체 체인을 개조하면서 가상 호스트 침투율이 연간 113% 증가했고 라이브 준비 시간은 70% 단축됐다고 분석했다.
중국 AI 선도기업 바이두도 디지털 휴먼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바이두는 '후이보싱(慧播星) 디지털 휴먼' 플랫폼을 통해 라이브쇼핑과 AI 인터랙션, 디지털 IP 제작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 점유율 약 9.8%로 업계 1위를 달성했다. 지난 13일에는 해당 플랫폼의 글로벌 출시 계획을 밝히며 쇼피(Shopee)와 라자다(Lazada) 등 주요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확장을 추진 중이다.
다만 AI 쇼호스트 확산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플랫폼 금지어 발언, 사실과 다른 상품 정보 제공 사례가 증가하면서 일부 플랫폼은 규제에 나섰다. 징동·타오바오는 AI 쇼호스트 도입을 확대하고 있는 반면 위챗의 라이브 플랫폼 스핀하오(视频号)는 'AI 기반 라이브 방송 대행'을 명확한 위반 행위로 규정했다. 도우인(중국판 틱톡)도 제한적 허용 원칙을 유지하며 규정 위반 시 즉시 차단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이에 중국 시장감독총국과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올해 6월 '라이브커머스 감독관리 법'을 발표하고 AI로 생성된 인물 영상을 라이브 마케팅에 사용할 경우 방송 화면에 명확하게 표시하도록 의무화했다.
문제는 이를 악용한 사기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플랫폼마다 규정이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틈을 타 "AI 쇼호스트로 누워서 돈벌기", "휴대폰 한 대로 디지털 분신 만들기" 같은 과장된 광고로 상인을 유인한 뒤 기술 부족으로 계정이 차단되거나 환불을 거부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계약 단계에서 고지하지 않은 클라우드 저장비와 기술 지원비를 뒤늦게 청구하는 위장 영업도 늘고 있다.
양원(杨雯) IDC 수석 분석가는 "현재의 디지털 휴먼 시장은 AI 기술과 상업적 현실 사이에 남은 간극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플랫폼 안정성과 기술 대체 리스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고 규제 측면에서도 플랫폼 간 공통 표준과 감독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