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상 부회장 첫 M&A, 실리콘 음극재로···배터리 신시장 정조준

원천기술·지적자산 기반 가치 경영 유미코아와 합작법인 EEM 설립해 피지컬 AI 등 차세대 기술분야 모색 1조5000억원 투자로 생산라인 확보

2025-11-18     김성하 기자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왼쪽 네 번째)과 바트 삽 유미코아 CEO(세 번째)가 벨기에 브뤼셀 유미코아 본사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HS효성

HS효성이 배터리 산업을 미래 성장축으로 낙점하고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제인 '실리콘 음극재' 분야에 본격 진출한다. 지난해 효성그룹에서 분할된 이후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내온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의 '원천기술·지적자산 기반 가치 경영’이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18일 HS효성은 글로벌 소재기업 유미코아의 음극재 사업을 인수해 합작법인 EMM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HS효성첨단소재가 1억2000만 유로(약 2000억원)를 출자해 지분 80%를 확보하고 유미코아는 실리콘 음극재 기술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으로 20% 지분을 가져간다. 이번 거래는 관련 당국 승인 후 올해 중 마무리될 예정이다. 

벨기에에 본사를 둔 유미코아는 1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첨단소재 전문기업으로 배터리·촉매·반도체·항공우주 등에서 세계적 연구·생산 역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유미코아가 보유한 실리콘 음극재는 기존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밀도가 10배 이상 높은 차세대 핵심 소재다. 충전 시간을 단축하고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어 글로벌 완성차·배터리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큐와이리서치는 실리콘 음극재 시장이 2024년 5억 달러에서 2031년 약 47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투자는 조 부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선 첫 대형 인수합병(M&A)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그는 평소 "기술·지적 자산 기반의 고부가 포트폴리오 구축과 AI 활용"을 강조해 왔으며 최근에는 엔터프라이즈 AI·피지컬 AI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서도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S효성은 기존 주력 사업인 타이어코드·아라미드·탄소섬유 등 기존 고강도 섬유소재 사업에서 축적한 제조 기술을 실리콘 음극재 생산에도 접목할 계획이다. 실제로 배터리 음극재 생산에는 정밀화학과 고순도 처리 기술 등이 필요해 기술적 연속성이 크다는 게 조 부회장의 판단이다.

회사는 인수한 EMM에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을 추가 투자해 대규모 생산라인을 확보할 방침이다. 후보지로는 60년 전 그룹 산업 기반을 닦은 울산공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울산공장은 현재 아라미드·자동차 소재를 제외한 대부분 사업이 해외로 이전한 상태로 투자가 현실화하면 고부가 소재 중심의 국내 리쇼어링(해외 사업 국내 복귀) 효과도 기대된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