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입 닫아라?···이언주-구윤철이 감추는 '원화 약세'의 덫

중앙은행 때려 정책 실패 물타기 국내 정치용 단선 비판 논리 난무 환율을 정치의 종속 변수로 여겨

2025-11-16     이상헌 기자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9월 17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경제·부동산·산업 현안을 놓고 구윤철 경제부총리를 상대로 질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을 향한 정부·여당의 공세가 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화 약세가 국내 경제의 가장 시급한 위험 요인으로 부상한 상황에서 일부 정치인이 중앙은행 때리기에 나서면서 금리 및 환시 개입의 덫에 빠질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1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이창용 한은 총재의 포워드 가이던스를 “시장 불안 촉발”로 규정하며 한은 때리기에 나서면서 원화 약세 리스크를 논의 테이블 밖으로 밀어내는 효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치권이 통화정책 표현 방식만 문제 삼을 경우 외환시장 개입 논란 → 책임 공방 → 정치적 오해 확산으로 이어지며 정책 신호가 왜곡될 수 있다는 우려다. 통화·환율 시장은 글로벌 금리, 외국인 포지션, 달러 인덱스 등 다층적 변수로 움직이는데 이 총재의 발언 한마디가 시장을 흔들었다는 해석은 정치적 과장이라는 비판이다.

또한 일각에서 제기된 “정책 전환 가능성 언급이 금리 인상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주장은 발췌 해석으로 볼 수 있다. 미 연준·유럽 중앙은행과 마찬가지로 한은 역시 조건부·데이터 기반 커뮤니케이션(conditional forward guidance) 원칙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이 총재의 발언을 방향성 확정으로 치환하는 것은 국제 관행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된 국채 가격 하락 → 외국인 매도 → 환율 급등 → 주가 하락이라는 일련의 설명 역시 사후적 인과 서술(post hoc ergo propter hoc) 에 불과하다. 원화 대비 달러 강세 심화가 이미 선행된 상황에서 중앙은행 발언만을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은 희생양 만들기 서사에 가깝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지난 12일 “금리 인하의 폭과 시점, 정책 전환 여부는 향후 데이터에 따라 결정된다”고 언급하며 확정적 신호를 피했다. 원화 약세·역내 자금 이탈 위험이 존재하는 국면에서는, ‘정책 경로가 고정되어 있지 않다’는 시그널을 전달하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 분산이 될 수 있다.

이 밖에도 환율 관련 언급이 “권한 밖 발언”이라는 이언주 의원의 주장은 경제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환율은 통화정책, 대외 자본 흐름, 무역 결제 구조가 교차하는 영역으로, 한은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은 구두 개입을 핵심 정책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 총재가 AI·교육·부동산 등 다른 영역에 발언했다는 비판에 대해, 이언주 의원은 중앙은행의 분석 기능과 금융 인프라 연구 범위를 협소하게 해석했다는 비판을 받는다. AI 관련 분석 역시 BIS·OECD·연준 등이 공통적으로 다루는 미래 통화·결제 시스템 연구 의제다.

이언주 의원은 지난해 말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시기 환율 급등 흐름을 두고 “내란 해소 기대가 커지면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며 환율을 정치 이벤트의 종속 변수처럼 해석했던 인물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환율이 안정되지 않자 올해부터는 비판의 방향을 중앙은행으로 돌린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환율 안정 카드로 국민연금 동원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야말로 한은의 구두 개입보다 시장 불확실성을 더 키우는 위험 신호란 지적도 있다.

김영훈 경제지식네트워크 사무총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정책 평가 기준과 통화정책을 혼동하면 유동성 위기가 증폭될 위험이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총재 발언 공방이 아니라 원화 약세의 구조적 원인과 리스크 관리 체계, 정책 신뢰 회복”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