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동양·ABL 편입 효과 본격화···임종룡 연임도 탄력

3분기 순익 1조2444억·33% ↑···편입 효과 확인 비은행 비중 확대···CET1 12.92%로 건전성 강화 "중장기 성장 기반 마련"···내년 시너지 더 기대

2025-11-14     허아은 기자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가운데)이 지난 7월 서울 용산구 드래곤시티에서 열린 '우리 WON Day' 행사에서 동양·ABL생명 직원 대표 4명에게 그룹 사원증, 명함, 휘장 등을 수여했다. /연합뉴스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 편입 후 처음 발표한 통합 실적에서 역대 최대 분기 순이익을 기록하며 인수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보험 계열사 확보를 통해 그룹의 오랜 구조적 약점이었던 '은행 중심 수익구조'가 빠르게 완화되면서 비은행 부문의 비중이 확연히 확대됐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성과가 임종룡 회장의 연임 논의에도 직접적인 긍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우리금융의 3분기 순이익은 1조2444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33% 증가했다. 예상을 크게 웃돈 실적의 핵심 요인은 동양·ABL생명 인수 과정에서 발생한 5560억원 규모의 염가매수차익이다. 시장에서 1500억~30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하던 차익 규모가 두 배 가까이 높게 확정되면서 우리금융이 인수전에서 가격·조건 측면에서 유리한 협상력을 발휘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건전성 지표도 개선됐다. 금융지주 핵심 자본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2.92%로 전 분기 대비 약 10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당국 권고 기준(10%대 중반)을 충분히 웃도는 수준으로 생명보험사 편입으로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자본 완충력은 오히려 강화되는 모습이다. 인수 발표 당시 가장 큰 논란이었던 'CET1 희석' 우려를 초기 실적으로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은행 부문 경쟁력 확대 효과는 수치로 확인되고 있다. 그간 그룹 순이익의 99%를 차지하던 우리은행의 비중은 3분기 59.1%로 급격히 축소됐다. 편입된 두 생명보험사는 IFRS17 체제에서 장기 부채 기반의 이익 인식 구조를 갖고 있어 그룹의 이익 변동성을 낮추고 자산부채관리(ALM) 안정성 확보에 기여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계열사 간 시너지도 나타나고 있다. 우리은행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보험 판매량이 편입 직후 급증하면서 동양·ABL생명의 판매 비중은 3개월 만에 22.5%까지 뛰었다. 단순 판매 증가뿐 아니라 보험사의 위험 보장 중심 상품과 은행의 자산관리(WM) 서비스가 결합되면서 교차 영업(Cross-selling) 효과가 구조화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와 함께 우리자산운용의 위탁 자산 역시 증가세가 뚜렷해 생명보험사 고유계정 자산 운용 물량 일부가 그룹 내부에서 선순환 구조로 편입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주목된다.

실적 개선은 임종룡 회장의 전략 추진력과도 맞물린다. 임 회장은 취임 이후 종합금융그룹 체제 구축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충을 일관되게 추진해 왔다. 지난해 우리자산운용·우리글로벌자산운용 편입에 이어 올해 동양·ABL생명까지 확보함으로써 2001년 우리금융 출범 이후 처음으로 은행·증권·보험·카드·운용 전 영역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완성됐다.

업계에서는 외형·자본·수익 구조 세 지표를 동시에 개선한 이번 실적이 연임 논의에 명분을 제공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금융지주 CEO의 연임은 통상 자본 적정성·위험관리·중기 성장전략의 구체성 등이 핵심 판단 기준인 만큼 이번 실적은 임 회장 체제의 연속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보험사 인수에 따른 과제도 남은 것으로 파악된다. IFRS17 체제에서 보험사 이익의 핵심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 관리 역량을 확보해야 하며 편입 보험사의 해지율·유지율·갱신율 등 질적 지표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금융당국의 인수 승인 조건에 따라 향후 5년간 약 1000억원 규모의 내부통제·리스크관리 시스템 고도화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기존 은행 중심의 리스크관리 체계와 보험업권의 정교한 자본·금리 리스크 체계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추가 비용과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

브랜드 및 사업 통합도 과제로 남아 있다. 동양·ABL생명의 두 브랜드를 어떤 방식으로 통합할지, 그룹의 고령층·중장년형 보험 수요에 맞춰 어떤 신규 상품군을 구체화할지가 향후 수익성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히 생명보험사 통합 이후 상품 포트폴리오 재편, 영업조직 효율화, 중복 인력·채널 조정 등 통합 프로세스가 본격화되면서 내년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보험 편입은 우리금융의 구조적 약점을 사실상 해소한 이벤트에 가깝다"며 "3분기 실적은 단순 M&A 효과가 아니라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이어 "내년부터 실제 시너지가 이익에 반영되고 CET1 유지가 가능하다는 점의 확인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