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는 시중銀 '홍콩 ELS 불완전판매' 파장···연내 제재 결론 왜 어렵나

초기 ‘조 단위’ 전망 대신 수천억원 수준 관측 확대 자율 배상 결과와 내부통제 계획이 감경 요소 작용 증선위 절차까지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 넘길 가능성 은행 불완전판매 주장 피해자들 집단 소송 진행 중

2025-11-14     박소연 기자
시중은행의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사태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연합뉴스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관련 과징금 심사 일정이 연내에 마무리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데다, 설령 다음 달 제재심이 열린다 해도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절차가 뒤따르기 때문에 최종 과징금 확정 시점은 내년 상반기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1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오는 20일 열릴 예정인 금감원 제재심에서도 홍콩 ELS 안건이 다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재심에 상정하려면 최소 3주 전에 해당 금융회사에 징계 수준을 담은 사전 통지 문건을 보내야 하지만 11일까지 이 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이 임원 인사를 앞둔 상황이라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기 어렵다는 점도 배경으로 거론된다.

홍콩 H지수 ELS 불완전판매 논란은 만기가 도래한 상품에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하면서 이 상품을 판매한 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판매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사건이다. 논란의 핵심은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여부다. 조사 과정에서 가장 크게 문제로 떠오른 부분은 투자자 적합성 원칙 위반 의혹이다. 상당수 고령층 고객이나 투자 경험이 부족한 이들에게 구조가 복잡하고 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권유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투자 목적과 성향에 맞지 않는 상품을 판매했다는 주장이다.

설명의무 위반 가능성도 주목된다. 은행 창구에서 원금 손실 위험을 충분히 강조하지 않았거나, “손실 가능성이 매우 낮다”, “예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식으로 위험도를 축소해 설명했다는 피해자 진술이 다수 제기되었다. 특히 녹인(knock-in) 배리어 등 구조적 위험을 일반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설명했다는 지적이 반복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서는 부당 권유 의혹도 불거졌다. 투자 성향을 임의로 ‘공격형’으로 조정하거나 계약 서류의 핵심 항목을 직원이 대신 기재하는 등 가입을 유도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이 포함된다. 은행권의 단기 실적 중심 평가 체계(KPI)가 고위험 상품 판매를 과도하게 자극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해당 상품 판매 규모가 가장 컸던 곳은 KB국민은행으로 총 8조1972억원이다. 뒤이어 신한은행 2조3701억원, 농협은행 2조1310억원, 하나은행 2조1183억원 순으로 집계됐다. SC제일은행은 1조2427억원, 우리은행은 413억원 수준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홍콩 H지수 ELS 논란이 불거진 초기부터 금융권에서는 제재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금소법상 과징금 산정 기준이 그 배경이었다. 현행 법령은 불완전판매 등 위반 행위를 통해 금융사가 얻은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의 50%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을 넓게 해석해 총 판매액 약 19조원을 산정 기준으로 삼을 경우 불완전판매율에 따라 이론상 조 단위 규모의 제재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에는 실제 부과액이 예상치보다 크게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자율 배상 조치와 내부 통제 강화 계획을 감경 요소로 적극 고려하고 있고 관련 감독 규정도 일부 정비가 이뤄지면서 초기 예상과 같은 과도한 수준의 제재가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또 ‘수입 또는 이에 준하는 금액’에 대한 법적 해석이 명확하지 않아 과징금 산정 방식에 따라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는 점도 제재 수위 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는 30~65%의 배상 비율을 책정했다. 국민·농협·SC제일은행은 30%, 신한·하나은행은 20%가 기본 비율로 책정돼 있으며 이후 투자자 경험·가입 금액 등 투자자 요인과 설명 의무 위반 여부 등 판매사 요인을 반영해 가감이 이뤄진다. 금감원 분조위가 결정한 대표 사례의 배상 비율은 30%에서 최대 65%까지 분포해 개별 사안에 따라 차이가 크다. 다만 자율 배상에 동의할 경우 소송 제기가 어려운 만큼 배상 비율에 불만을 제기한 일부 투자자는 집단 소송에 참여하고 있다.

일부 피해자들은 시중은행 4곳(하나·국민·신한·농협)을 상대로 36억원의 부당이득 반환 및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지난 6월 25일 원고인 홍콩 ELS 피해자 17명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정세는 서울중앙지법에 사기 등 불법행위에 의한 계약 무효 및 부당이득 반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소장을 접수했다.

원고 측은 시중은행 4곳이 과거 대형 금융사고 이후에도 동일한 형태의 불완전판매를 되풀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이 ELS의 구조적 위험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실적 압박 속에서 유사한 고위험 상품을 반복적으로 설계·판매했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융소비자보호법과 자본시장법이 규정한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금지 조항을 위반했으며 내부통제 미비 등 조직 차원의 문제도 드러났다는 것이 원고 측의 주장이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