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늘리는 돌봄 대책 '공회전'···"젊은 요양보호사 양성부터"

일 안 하는 외국인 요양보호사 71% 간병인 등으로 이탈···낮은 처우 탓 "청년 인력 양성·업무 체계화 시급"

2025-11-13     김정수 기자
외국인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의 70% 이상이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원인은 낮은 처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국인 확대보다 청년 인력 양성과 업무 전문화가 우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챗GPT

“국내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도 장롱 면허 투성이인데 외국인마저 장롱이래요.”

외국인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의 70% 이상이 현장에서 일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핵심 원인은 낮은 처우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국인 확대보다 청년 인력 양성과 업무 전문화가 우선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13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외국인 요양보호사의 낮은 근무율은 열악한 노동환경과 낮은 보수에 따른 이탈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인력 확대로는 지속 가능한 돌봄 인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청년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처우 개선과 직무 체계 정비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30일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2월 말 기준 외국인 요양보호사 자격 보유자 2만2766명 중 71%(1만6122명)가 현장에서 근무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요양보호사 자격 보유자 중 일하지 않는 비율인 77%와 큰 차이가 없다.

정부는 급증하는 돌봄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 확대 정책을 연달아 발표했다. 복지부는 지난 4월 제11차 인구비상대책회의에서 2043년까지 99만명의 요양보호사가 추가로 필요하다며 외국인 요양보호사 인력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외국인 유학생의 취업 허용과 국내 체류 동포의 요양보호 분야 진입 장려 등도 지난해 내놓았다. 내년부터는 전국 24개 대학을 외국인 요양보호사 양성대학으로 선정해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젊은 외국인 요양보호사’ 유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장기 체류가 가능한 특정활동(E-7) 비자를 통해 실제 요양 시설에 취업한 외국인 학생은 2025년 8월 기준 10명에 불과했고 유학(D-2) 비자로 자격을 취득한 이도 9월 기준 14명에 그쳤다. 자격 취득자 연령 구조 역시 60대 이상이 절반을 넘고 전체의 87퍼센트가 50대 이상으로 고령화가 두드러졌다.

김 의원은 “외국인 인력 확대를 만능 해법처럼 제시할 것이 아니라 처우와 노동환경을 개선해 자격증 소지자들이 실제로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력만 늘리면 외국인 역시 현장을 이탈하는 구조적 불안정만 심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전문가들은 통계에 조선족 등 국내 거주 외국인이 다수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짚었다. 이들은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도 실제 일자리는 간병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김정은 숭실사이버대 요양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외국인 요양보호사 자격 취득자 중에는 조선족 등 국내 거주 인력이 많이 포함돼 있을 것”이라며 “자격은 요양보호사를 따지만 실제로는 간병 일로 많이 빠진다. 간병은 자격도 필요 없고 일당도 훨씬 높다. 병원에서 숙식이 해결되는 곳도 있어 더 선호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인력은 비용이 많이 들어 조선족 간병인을 찾는 경우가 많고 그중에서도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어느 정도 검증된 인력으로 본다”며 “이런 배경이 반영되면 외국인 요양보호사 미취업률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가 설명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근본 원인으로 열악한 처우를 지적했다. 그는 “일에 비해 급여가 너무 적으니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요양보호사 일을 기피한다”며 “노인 인구는 계속 늘지만 현장의 근로조건은 바뀌지 않고 있어 인력난이 이어진다”고 했다.

외국인 유입 정책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김 교수는 “젊은 사람을 요양보호사로 키울 생각을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베트남·태국 등에서 인력을 데려오면 교육비와 정착 비용이 많이 들고 힘들면 금방 떠날 수 있다. 일본도 먼저 도입했지만 효과가 거의 없었다”고 했다. 또 “임금과 근무 환경을 비교하면 그들이 굳이 한국을 선택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결국 젊은 인력을 유입시키기 위해서는 업무 전문화와 노동환경 개선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요양보호사 업무 체계가 없고 질이 낮다.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전문가 역할을 못 하고 있다”며 “이런 환경에서는 국내외 누구도 오래 일하기 어렵다. 젊은 인력을 영입하고 키울 수 있도록 처우와 근로환경을 바꾸는 것이 먼저”라고 제언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