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LIG넥스원, 주가는 급락한 역설 왜?
3분기 호실적은 '돈 더 벌었다' 아닌 '쌓인 비용이 4분기 몰린다'는 경고 금융 AGI 임박에 리서치도 고도화
LIG넥스원의 3분기 실적은 표면상 완벽했다. 매출 1조492억원, 영업이익 89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41.7%, 72.5% 증가했다. 방산 업종 특유의 분기 변동성을 감안해도 놀랄 만한 수치다.
13일 여성경제신문 분석에 따르면 LIG넥스원은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정작 일부 증권가는 전망치를 낮췄다. "좋은 실적인데 왜 목표주가가 떨어지나"라는 의아함이 시장에 퍼지면서 이번 급락의 출발점이 됐다.
재무제표상의 숫자가 만들어진 방식이 문제였다. 실적 발표 직후 나온 증권가 리포트는 '추후 지불해야 할 비용이 지연됐다'는 점에 방점을 찍었다. 개발비·시험평가비·충당금처럼 방산 기업이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비용이 3분기에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고 4분기로 밀렸다.
결국 3분기 이익은 실질 개선이 아니라 비용 인식 지연에 따른 '일시적 부풀림', 반대로 4분기는 미반영 비용의 일괄 반영으로 마진 압박이 확대될 구도가 됐다. 이 때문에 3분기 호실적은 "체력이 좋아졌다"가 아닌 "4분기 비용 폭탄이 커졌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KB증권은 "마진 개선은 일회성"이라고 평가했고 미래에셋증권은 목표주가를 57만원에서 51만원으로 낮췄다. 호실적 발표 직후 목표주가가 하락하자 주가는 즉시 반응했다.
기관은 연속 순매도에 나섰고 외국인도 동조했다. LIG넥스원 주가는 장중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하며 급락했다. 차익실현보다는 이익의 질(quality)에 대한 의심, 4분기 이익 훼손에 대한 선제 반영, 높았던 밸류에이션 조정이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에 LIG넥스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이미 글로벌 방산 업체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천궁Ⅱ·TMMR 등 기존 양산·개발 사업이 3분기 실적 개선에 기여했지만 시장은 숫자 자체보다 비용 인식 시점에 따라 이익이 일시적으로 확대됐다는 점을 더 주목했다. 단기 호재보다 '이익이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라는 구조적 불안이 더 강하게 작동했다.
다만 기업의 펀더멘털이 훼손된 것은 아니다. 수주잔고는 23조원 이상으로 여전히 견조하고 중장기 수출 파이프라인도 유효하다. 그럼에도 시장의 시선은 계약 규모가 아닌 충당금·개발비·시험평가비 인식 시점에 맞춰졌다.
LIG넥스원의 선제적 주가 반응은 금융 AGI 시대를 의식한 증권사 분석 방식의 변화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증권가는 숫자 그 자체보다 숫자를 만든 메커니즘·비용 인식 구조·현금흐름 시차를 훨씬 더 깊이 들여다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과거처럼 분기 실적을 나열하는 방식으로는 인공지능(AI) 기반 리스크 모델과 속도 경쟁을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권 알고리즘이 실적 공시 직후 데이터를 즉시 재해석하고 비용 인식 타이밍까지 예측하는 환경에서 증권사 역시 리포트의 해석 강도를 높이며 "호실적 속 위험 신호"를 먼저 포착하려는 흐름이 강화됐다.
재계 관계자는 "LIG넥스원 사태는 인간 애널리스트가 AI보다 먼저 '지연된 비용'이라는 구조적 리스크를 짚어내며 시장 심리에 선행한 사례"라며 "금융 AGI 시대에 긴장한 증권사 보고서의 고도화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