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11월인데 벌써 트리 켜졌다”···백화점 조기 크리스마스 전쟁 돌입

감성·체험으로 MZ 공략 ‘체류형 소비’ 유도 전략 식음·뷰티·리빙 매출 연계

2025-11-12     류빈 기자
신세계百, 크리스마스 마켓 ‘신세계 원더랜드’ /신세계백화점

연말을 한 달 이상 앞두고 국내 백화점들이 일제히 크리스마스 장식과 시즌 마켓을 열며 조기 ‘홀리데이 모드’에 돌입했다. 3분기 회복세를 보인 소비심리를 끌어올려 4분기 매출 반등세로 이어가겠다는 전략이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주요 백화점들은 11월 초부터 크리스마스 콘셉트의 대형 트리와 포토존을 설치하고, 시즌 한정 상품전과 프로모션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예년보다 2~3주 빠른 행보다. 단순한 세일보다 감성·체험 요소를 앞세워 MZ세대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해 강남점과 본점에서 동시에 크리스마스 마켓 ‘신세계 원더랜드’를 선보였다. 강남점은 지하 1층에 위치한 ‘하우스 오브 신세계’와 ‘스위트파크’를 잇는 공간을 크리스마스 조명과 대형 트리로 꾸민 ‘트리로드(Tree Road)’로 변신시켰다. 유럽 감성의 향기·음악이 어우러진 마켓 콘셉트로, 인기 리빙 브랜드와 수공예 오브제, 향초 등 감성소품을 집중 배치했다. 본점에서는 오는 14일부터 ‘더 헤리티지 4층’에서 두 번째 원더랜드를 열어 서울 도심 속 ‘연말 명소’ 완성에 나선다. 특히 신세계와 참여 브랜드가 협업해 디자인한 원더랜드 한정 오너먼트·조명 액자 등 한정판 굿즈를 현장 판매하며 ‘오프라인 한정 체험형 마켓’ 이미지를 강화했다.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 조성된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 전경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은 매년 스토리텔링형 크리스마스 연출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올해는 지난 1일부터 ‘해리의 크리스마스 공방(Atelier de Noël)’을 주제로 압구정본점과 더현대 서울 등 백화점과 아울렛 전국 점포에서 크리스마스 테마 연출을 선보인다. 이번 컨셉트는 디지털보다 ‘손의 온기’와 ‘진심 어린 교감’을 강조했다. 더현대 서울 5층 ‘사운즈 포레스트’에는 아기곰 캐릭터 ‘해리’가 선물을 만드는 여정을 담은 5개의 코티지(산타의 집, 선물 공방, 포장 공방 등)가 꾸며졌다. 키네틱 아트 조형물, 미니 기차, 편지 체험존 등으로 꾸며 가족 단위 방문객이 몰리고 있다. 사전 예약 접수는 30분 만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현대백화점은 전국 주요 점포에도 트리·포토존을 확대하며 외국인 관광객 유입을 노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이달 20일부터 내년 1월 4일까지 수도권 최대 규모의 겨울 축제 ‘롯데타운 크리스마스 마켓’을 잠실 롯데월드타워 잔디광장에서 연다. 지난해 40만 명이 다녀간 마켓을 올해는 ‘타운화’로 확대해 46일간 운영한다. 유럽 전통 마켓을 모티브로 ‘스노우 샤워’, ‘하트 라이트 쇼’ 등 야외 공연형 콘텐츠를 강화했고, 네이버 예약을 통한 유료·패스트패스 입장권제를 도입해 ‘몰입형 체험’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줄 서서 입장’이 불편했던 기존 방식을 개선하고, SNS 인증을 유도하는 포토존을 확대해 2030세대의 참여를 높였다.

롯데타운 크리스마스 마켓 키비주얼 /롯데백화점

올해 백화점들의 크리스마스 연출 시점은 11월 초부터로, 평년(11월 셋째 주~12월 초) 대비 2~3주 앞당겨졌다. 이 같은 조기 크리스마스 마케팅은 단순한 이벤트를 넘어 소비심리 회복과 브랜드 이미지 제고를 겨냥한 전략적 행보다. 화려한 조명과 포토존이 ‘체류형 소비’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식음·뷰티·리빙 등 타 카테고리 매출까지 연계된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3분기 들어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선(100)을 회복하면서, 연말 소비를 선점하려는 조기 마케팅이 본격화됐다”며 “특히 MZ세대는 세일보다 감성·경험·콘텐츠에 반응하기 때문에 분위기를 일찍 띄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은행 소비자동향지수(CSI)에 따르면 소비심리지수가 지난 5월 101.8에서 지난달 109.8까지 상승해 기준선(100)을 웃도는 수준을 유지했다. 개인카드 승인금액 증가율도 개선되는 등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유통업계는 고물가 속에서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소비 트렌드가 이어지며 백화점의 4분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할인 중심’에서 ‘체험 중심’으로 전환하는 백화점 마케팅의 흐름을 보여준다. 최근 백화점들이 경쟁적으로 크리스마스 마켓, 포토존, 향기 연출 등을 강화하는 이유는 ‘매출보다 방문’을 늘리기 위한 전략이다. 이러한 전략은 코로나19 이후 강화된 ‘리테일테인먼트(Retail + Entertainment)’ 트렌드의 연장선으로, 단순 구매보다 ‘경험·감정 교류’에 가치를 두는 소비 패턴을 반영한다. MZ세대는 가격보다 경험과 공간의 분위기를 중시하고, SNS 공유를 통해 자연스러운 홍보 효과까지 이어진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세대별 소비가 ‘필요 소비’에서 ‘기분 소비’로 옮겨가고 있다”며 “백화점은 이를 활용해 단순한 유통 공간을 넘어 문화·여가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고물가·고금리 속에서도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는 소비가 이어지면서 백화점의 감성 마케팅이 체감 경기 회복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