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와 협력 넓히는 ASML···韓서 반도체 '신동맹' 구축
차세대 제품·공정 분야서 협력 확대 계획 삼성전자와 7억 유로 규모 연구센터 설립 양사 협력 통해 '하이 NA' 기술 협력 강화 푸케 CEO, 삼성·SK 고위 경영진 회동 주목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이 경기도 화성에 새 캠퍼스를 준공하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과 협력 강화를 예고했다.
12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ASML은 경기도 화성시 동탄신도시에 1만6천㎡ 규모의 캠퍼스를 새로 구축하고 개소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크리스토퍼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관계자를 비롯해 강감찬 산업통상자원부 무역투자실장, 경기도 부지사, 화성 부시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준공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과 수직채널트랜지스터(VCT) D램, 2나노미터(㎚) 이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등 차세대 제품·공정 분야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푸케 CEO의 방한으로 ASML과 삼성전자가 추진 중인 공동 연구개발(R&D)센터 프로젝트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양사는 약 7억 유로(약 1조2000억원)를 투입해 국내에 '조인트랩(Joint Lab)' 형태의 연구센터를 설립할 계획으로 현재 부지 선정이 막바지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세계 1위 반도체 장비 업체다. 빛의 파장이 13.5㎚에 불과한 EUV 장비는 193㎚ 파장을 사용하는 심자외선(DUV) 장비보다 훨씬 미세한 회로 구현이 가능해 초미세 공정의 핵심 장비로 꼽힌다.
ASML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와의 협력을 통해 ‘하이(High) 뉴메리컬어퍼처(NA) EUV’ 기술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하이 NA EUV는 기존 장비 대비 렌즈 수치(NA)가 0.33에서 0.55로 1.7배 정밀한 회로를 그릴 수 있으며 가격은 대당 약 5500억원으로 기존 EUV(약 3000억원)보다 83.3% 비싸다. 연간 생산량이 7~8대에 불과해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삼성전자는 연내 하이 NA EUV 1대를 들여온 뒤 내년 상반기에 추가로 1대를 도입해 2㎚ 이하 파운드리 공정에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2027년께 본격 양산 예정인 VCT D램 등 고성능·저전력 메모리 개발에도 활용한다.
SK하이닉스도 지난 9월 하이 NA EUV를 경기 이천 M16 공장에 반입하며 양산 라인에 설치한 첫 기업이 됐다. 이 장비 역시 차세대 VCT D램 생산에 투입될 예정이다. 앞서 SK하이닉스는 2023년 ASML과 EUV용 수소가스 재활용 기술 공동개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푸케 CEO가 방한 기간 동안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각각 만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회장은 유럽 출장 때마다 ASML 본사를 방문했으며 최 회장도 2023년 12월 ASML 본사를 찾은 바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