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키우려고 펩타이드 맞으면 암세포 성장 돕는 꼴"

빠른 근육·회복 목적 미승인 펩타이드 사용 확산 혈관 생성·성장 신호 암세포 기전과 동일 축 FDA·PSM 장기 안전성 검증 부재 지적

2025-11-11     김현우 기자
미승인 펩타이드가 근육 회복 신호와 암 성장 신호가 겹친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성분 불일치 사례도 확인돼 장기 안전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티이미지뱅크

근육 증가 효과가 있다는 이유로 일부 미승인 펩타이드를 투여하면 암이 자라나는 데 필요한 혈관 유입 신호를 자극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BPC-157, TB-500, IGF-1 LR3 등의 미승인 펩타이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

"근육이 빨리 붙는다", "운동 후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미승인 펩타이드를 사용하면 암세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다수 전임상에서 확인됐다.

펩타이드는 몸 안에서 생성되는 작은 단백질 조각이다. 상처 회복, 호르몬 신호 전달, 면역 반응 조절을 돕는다. 따로 펩타이드를 투여하지 않아도 몸 안에서 계속 만들어지고 사용된다.

예를 들어 격렬한 운동 후 근육에 손상이 생기면 회복 과정에서 펩타이드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사람이 만든 인공 펩타이드를 몸에 직접 주사하면 '얼마나 강하게 작동하는지', '정확히 어디에 작용하는지', '장기적으로 어떤 위험이 있는지' 아직 검증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 파트너십 포 세이프 메디신즈(PSM)의 2024년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승인 펩타이드 제품 중 일부는 표기된 성분이 전혀 검출되지 않거나 과량이 검출되는 사례가 확인됐다. FDA는 미승인 연구용 제품을 인체 투여용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반복 경고하고 있다.

즉 미승인 펩타이드를 활용해 '빠른 회복·빠른 근육 증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몸이 새 혈관을 만들고 성장 신호를 세게 보내야 한다. 그런데 이 혈관 생성 신호와 성장 신호는 암세포가 몸 안에서 커지고 퍼질 때 사용하는 신호와 동일한 축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일부 사이트에서 BPC-157, TB-500, IGF-1 LR3 계열 펩타이드 성분이 포함된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현재 대부분 연구용 시약으로 분류되거나 해외에서 개인 반입되는 경우가 많다.

얀 왕 미국 쳄파트너 센터 펩타이드 화학과 이사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미승인 펩타이드를 계속 강하게 반복적으로 쓰면 몸 회복 신호 → 암 성장 신호까지 동시에 더 밀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미승인 펩타이드는 사람 기준 장기 안정성 연구가 없다는 점"이라며 "암과 실제 인과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장기 데이터가 없다. 기전이 겹친다는 건 이미 문헌에서 확립된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