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 대신 하루 한 알’···고지혈증 치료제 새 시대 연다

경구형 ‘엔리시타이드’ FDA 승인 임박 제약사, 고지혈증 치료 신약 개발 박차

2025-11-11     김정수 기자
미국 뉴저지주 머크앤컴퍼니 본사 /AP=연합뉴스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고지혈증 치료제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주사로만 가능했던 치료가 알약으로 개발되며 복용 부담이 줄었고 주요 제약사들이 앞다퉈 차세대 치료제 경쟁에 나서고 있다.

11일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머크(MSD)는 최근 고지혈증 치료 신약 ‘엔리시타이드’의 FDA 승인 절차를 곧 앞두고 있다. 이 약은 기존 시장에 나온 ‘PCSK9′ 단백질 차단 치료제 대부분이 주사 형태인 것과 달리 하루 한 알씩만 먹는 경구형 치료제다. 만약 승인된다면 콜레스테롤 및 고지혈증 치료제 시장의 판도가 바뀔 것으로 보인다.

고지혈증 치료제로 시장에서 널리 알려진 제품은 MSD가 40년 전 내놓은 ‘스타틴’ 정도다. 스타틴은 간에서 콜레스테롤 합성을 억제하는 기전의 약이다. 다만 이를 통해서도 콜레스테롤 관리가 안 되는 이들은 간에서 생기는 ‘PCSK9′ 단백질을 직접적으로 차단하는 억제제를 맞아야 했다.

문제는 이런 ‘PCSK9′ 단백질 억제제는 대부분이 주사 형태라서 이를 맞기 꺼리는 환자도 적지 않다는 점이다. 현재 미국인 4명 중 1명은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 중 주사 가격이 한 달에 500달러가 넘고 환자 스스로 주사해야 하는 데다 보험 승인 절차도 까다로워 실제로 주사를 맞고 치료받는 이는 1% 정도밖에 안 된다. PCSK9 단백질을 차단함으로써 콜레스테롤을 확실하게 낮추는 먹는 형태의 신약이 나오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MSD가 새롭게 내놓은 고지혈증 치료제가 ‘엔리시타이드’다. MSD는 지난 7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미국심장협회(AHA) 연례 학술 대회에서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했다. 엔리시타이드는 간에서 생기는 PCSK9 단백질을 차단, 몸이 스스로 나쁜 콜레스테롤을 줄일 수 있도록 돕는 원리를 이용했다.

발표에 따르면 엔리시타이드를 24주 동안 심근경색·뇌졸중 등을 겪은 고위험군 참가자 2912명이 복용한 결과 이들의 LDL 수치는 최대 60%가 감소했다. 심근경색·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 위험은 1년 만에 최대 20%까지 줄었다. MSD 연구 책임자는 “이 약의 목표는 가격을 낮춰 누구나 복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미국에선 성인 600만여 명이 고지혈증을 앓고 있다.

다른 제약사들도 고지혈증 치료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암젠은 ‘리파타(Repatha)’라는 주사약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틴을 이미 먹고 있는 환자들이 여기에 더해 리파타를 맞으면 심근경색·뇌졸중 위험을 25% 줄일 수 있다.

노바티스는 ‘렉비오’라는 주사제를 보유하고 있다. RNA 기술을 활용해 콜레스테롤 생성을 막는 치료제다. 1년에 두 번만 맞으면 된다는 점에서 편의성을 높였다.

유전자 회사 크리스퍼 테라퓨틱스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만든 치료제를 맞음으로써 콜레스테롤 수치를 영구적으로 낮출 수 있는 치료법을 실험하고 있다. 시험 결과 15명 중 최고 용량을 맞은 사람은 LDL은 49%, 중성지방은 55% 감소했다고 한다. 다만 아직 연구 초기 단계고 상용화하려면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경제신문 김정수 기자 essence@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