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기 더봄] 우리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백만기의 은퇴생활백서] 기계는 50년 쓰기 쉽지 않은데 관절 수명은 50년 정도라 한다 평생 사용하는 장기들도 있다 그동안 소홀히 대한 게 아닐까

2025-11-13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

얼마 전 출근길에 뒤에 오는 자동차에 받힌 적이 있다. 차에서 내려 미안하다는 남자에게 어떡하다가 신호대기 중에 있는 차를 추돌했냐고 하니 어젯밤 잠을 설쳐 깜빡 졸았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허리가 아픈데 교통사고까지 일어나 걱정이 되었다.

다음날 평소 다니던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교통사고 때문은 아니고 노화로 인하여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한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좀 더 버텨주어야 하는데” 하며 말을 흐렸다. 그리고 몇 가지 약을 처방해 주었다.

엑스레이 사진을 살펴보더니 상태가 더 나빠졌다고 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집에 와서 그의 얘기가 다시 생각났다. 좀 더 버텨주어야 하는데. 젊은 사람 같으면 수술을 권하든가 적극적인 치료를 하겠지만 환자 나이를 고려하니 그렁저렁 살다가 생을 마무리했으면 하는 배려일까. 아니면 일상생활은 아직 영위할 수 있으니 위험한 수술보다는 환자 스스로 관리하라는 암시일까.

어느 정형외과 의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우리 몸의 관절 수명이 50년 정도 된다고 한다. 건강관리를 잘한 사람은 50년이 넘어도 괜찮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50세를 전후하여 조금씩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그래선가 주위 지인을 보면 허리가 아프든지 무릎관절이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허리가 좋지 않아 병원에 다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게티이미지뱅크

자동차나 TV 같은 생활가전도 10년이 넘으면 나사가 빠지거나 화면이 흐려지는 등 여러 가지 잔고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부품을 수리해서 쓰더라도 아마 50년 이상 사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거기에 비하면 우리 몸의 장기가 대단하다고 여겨진다. 하물며 심장이나 폐 같은 장기는 평생 1분도 쉬지 못하고 몸을 지탱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몸의 기관들이 그동안 나를 위하여 수고하는 것에 비해 나는 그들을 너무 소홀히 대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몸이 말을 할 수 있다면 여러 차례 자신의 애로사항을 나에게 얘기했을 것이다. 어쩌면 통증을 통해 미리 알리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미안하고 고맙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겠다.

여성경제신문 백만기 위례인생학교 교장 eggtre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