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90% 예방 가능한 HPV 9가 백신···한국만 "너무 비싸" 도입 줄다리기

9가 전환 시 고위험형까지 예방 범위 확대 OECD 다수 국가 9가 채택,한국 4가 고착 예산 100억 추가 투입 여부, 11월 증액 심사

2025-11-09     김현우 기자
한국은 여전히 4가 HPV 백신만 국가무료 접종 중이다. OECD 다수 국가는 9가 채택이 대세다. 한국형 고위험형까지 막기 위해선 9가 전환이 필요하나 예산 부담이 최대 걸림돌이다. /연합뉴스

자궁경부암의 중요한 원인 인자로 알려진 인유두종 바이러스 백신의 '9가 백신' 도입 여부가 예산의 벽에 막혔다. 

9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국내에서 지원하는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백신은 '4가(가다실)' 백신이다. 하지만 미국 등 다수의 국가에선 이미 효과가 더 좋은 9가 백신으로 교체한 상황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은 이미 4가 백신 판매를 중단했지만 한국은 여전히 국가가 4가 접종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제는 9가 백신으로 국가 사업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한부인종양학회 역시 지난해 개정 권고안에서 “기존 2가 또는 4가 백신 접종자도 추가적 아형 감염을 낮추기 위해 9가 백신 재접종이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9가 백신은 4가 백신 대비 고위험형 인자를 직접 관리할 수 있다. 미국 CDC 발표 자료를 보면 4가 백신의 경우 전체 암의 약 70%를 예방할 수 있고 9가는 6형부터 58형까지 약 90% 이상에 달하는 예방 효과가 있다. 

남성 HPV 관련 암인 두경부암, 항문암의 경우에도 기존 4가 백신은 16, 18형만 대비가 가능하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남녀 성중립 체계로 전환하기 위해서라도 9가 백신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OECD 국가 대부분이 9가 백신을 도입한 상황이다.

국내 HPV 관련 암 발생률도 증가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예지 의원이 질병관리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살펴보면 자궁경부암 진료 건수는 2020년 6만1636건에서 2024년 7만598건으로 약 15% 늘었다. 같은 기간 HPV 감염 건수도 1만945건에서 1만4534건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9가 HPV 백신 도입 관련 예산 문제 /여성경제신문 재구성, 냅킨AI

9가 백신 도입을 놓고 예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질병관리청은 김남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난 10월 국정감사 질의에 대한 서면 답변에서 “남녀 청소년 접종 확대와 고품질 백신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다만 “국가예방접종 전체를 9가로 전환할 경우, 접종률에 따라 약 90억~165억원의 추가 예산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4가 백신은 1회 접종당 약 6만~7만원 수준인 반면, 9가는 11만~13만원에 달한다. 국가예방접종 대상이 매년 약 25만명임을 고려하면 단가 인상분만으로 연간 100억원 이상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11월부터 시작되는 국회 예결위 예산 증액 심사에서 HPV 백신 예산 항목이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대선 공약으로 “HPV 백신의 질적 전환”을 내세운 만큼, 정책적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여야를 막론하고 제기되고 있다.

복지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국민 건강을 위해 필요한 예산이라면 여야가 협의할 여지가 있다”며 “질병청의 사업 전환 계획을 보고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질병관리청 추산에 따르면 9가 백신 전환 시 자궁경부암 발생률은 20% 이상, HPV 관련 질환 의료비는 연간 500억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