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65세, 누가 웃고 누가 우나···'일괄 연장'보다 유연한 해법은
고령층 1명 늘면 청년 1.5명 감소 저성장에 대기업·노조만 잔치 우려 '계속고용제' 등 한국형 해법 시급
저출생과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정년 연장 논의가 다시 뜨겁다. 현행 법정 정년은 60세지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63~65세로 은퇴 이후 소득 공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에서 발의한 정년 연장 관련 법안은 9건에 이른다. 사업주의 임금체계 개편 의무를 없애도록 한 내용이다. 국민의힘도 정년 연장에 원론적으로 동의한다는 입장이다.
앞서 지난 6월 정부는 현재 60세인 정년을 2033년까지 65세로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법안을 연내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은 조만간 당 특위 차원의 입법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문제는 방식이다. 노동계는 ‘법정 정년을 일시에 올리자’는 주장을 펴고 있지만 이 방식은 기업 부담을 급격히 키울 수 있다. 정년이 늘면 인건비가 늘고 인력 유지 비용이 커지면서 기업은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자동화를 서두를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보고서에서 “2016년 정년 연장 이후 고령 근로자 1명이 늘어날 때 청년 근로자는 0.4~1.5명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즉 정년 연장이 ‘노조 중심의 고용 안정’으로만 이어질 경우 청년 세대가 고용 절벽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경고다.
정년 연장의 혜택이 대기업·공공기관 등 노조가 있는 일자리에 집중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근속 연수에 따라 임금이 자동으로 오르는 연공형 임금체계가 그대로 유지된다면 저성장 국면에 기업의 부담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된다는 것이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거대 노조가 주장하는 임금 삭감 없는 정년 연장은 심각한 문제"라며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조성해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3월 발의한 법안은 기업에 계속 고용 의무를 부여하되 정년 연장과 퇴직 후 재고용 중 선택권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일본은 이미 초고령 사회를 겪고 있지만 법으로 65세 정년을 강제하지 않았다. 대신 ‘정년 연장·정년 폐지·계속고용’ 중 하나를 기업이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정년 이후 재계약 시에는 임금을 평균 40%가량 줄이는 방식으로 고용의 지속성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기업은 숙련된 인력을 저비용으로 계속 활용할 수 있고 고령층은 소득 공백 없이 일할 기회를 얻는 '윈윈(win-win)'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으로 정년을 일괄 연장하는 대신 노사 합의를 통해 고용 형태와 근로 조건을 유연하게 조정한 것이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고령층의 근로 의욕을 살리면서도 세대 간 일자리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유연한 제도 설계 필요성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연공서열 중심의 임금체계를 성과와 직무 중심으로 개편하는 것도 과제로 떠올랐다.
남찬섭 동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노동시장에서 청년층하고 또 고령층 간에 일자리가 서로 모순되지 않게끔 하는 게 필요하다"며 "의무가입 연령과 수급개시 시점을 맞추는 것 자체는 좋지만, 그렇게 하려면 노동자들이 의무가입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