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 입원비 받을 수 있나" 실손 '관심' 당국, 5세대 개편 병행 추진

이찬진, 대법 판결 전 수술자 구제 가능성 언급 급여 중심 5세대 병행 추진···신뢰 회복 겨냥

2025-11-06     허아은 기자
지난 2022년 대법원은 백내장 수술을 입원치료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연합뉴스

백내장 수술 입원비 보장 관련 실손보험 분쟁이 다시금 주요 현안으로 떠올랐다. 지난 2022년 대법원 판결 이후 백내장 수술 환자들이 보험사로부터 충분한 실손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민원이 급증하자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대법원 판결 이전 수술 환자에 대한 구제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다. 동시에 연내 출시를 목표로 추진 중인 ‘5세대 실손보험’은 급여 중심 구조로의 전환을 예고하며 소비자 보호와 시장 안정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금융당국의 복합 개혁이 본격화하고 있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 관련 실손보험금 분쟁의 핵심은 ‘입원치료로 볼 것인가, 통원치료로 볼 것인가’에 있다. 지난 2022년 대법원은 환자의 상태, 수술시간, 진료기록, 합병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실질적 입원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면 백내장 수술을 입원치료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당시 대부분의 수술이 국소마취로 30분 내외에 끝나고 수술 후별도의 처치나 장기 관찰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이 판결 이전에는 다수의 보험사가 백내장 수술을 ‘입원’으로 인정해 고액의 보험금(최대 5000만원)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판결 이후에는 통원의료비 한도인 20만~30만원 내에서만 지급되면서 보험금 수령액이 급격히 줄었다. 이를 두고 환자들은 “의사의 지시에 따라 입원했고 수술 후 통증 관리와 관찰이 필요했다”며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감사원도 당시 금감원의 분쟁 처리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감사 결과 금감원이 백내장 관련 분쟁을 줄이기 위해 사실관계를 충분히 확인하지 않은 채 약 62%의 사건을 임의 종결 처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독당국이 소비자 보호보다 민원 통계 축소에 집중했다는 비판이 뒤따랐다.

최근 이찬진 금감원장은 백내장 민원인을 직접 만나 “의사의 진단에 따라 수술을 받았는데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는 사례가 있다”며 “법원 판례와 사례를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내부 회의에서 “대법원 판결 이전에 수술받은 환자에 대한 구제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방침은 대법원 판결의 효력 시점을 기준으로 ‘소급 구제’ 가능성을 처음 공식화한 조치로 평가된다. 금감원은 단순한 입원여부가 아닌 △의사 입원지시서 △수술기록지 △수술 후 합병증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실질적 입원 필요성이 인정되는 환자에 한해 예외적으로 보험금 지급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의학계는 “백내장 수술의 입원 필요성은 환자마다 다르다”며 의료적 판단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고령층이나당뇨, 고혈압 등 기저질환 환자는 수술 후 안압 상승이나 감염 위험이 높아 입원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험업계는 “법원의 판례 취지를 흔들 수 있고 구제 범위가 확대되면 과잉진료가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험사들은 이미 2022년 이후 백내장 관련 지급보류·소송비용이 급증하면서 손해율 관리에 부담을 안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소급 구제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 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공식 언급했다. 그는 “실손보험은 의사 판단 여하에 따라급여와 비급여의 경계가 모호한 ‘그레이존’이 존재하며 이로 인해 모럴해저드가 발생하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5세대실손보험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금감원과 금융위는 5세대 실손보험을 통해 △중증질환 중심 보장 △경증 비급여 자기부담률 상향(최대 90%) △비급여·급여 혼합진료 제한 △보험료 30~50% 인하  △임신·출산 관련 급여 항목 보장 등의 개편을 추진 중이다. 또한 1·2세대 실손 가입자를대상으로 ‘계약 재매입 제도’를 도입해 단계적 전환을 유도할 계획이다.

금감원 분쟁조정의 절반가량이 실손보험 관련 건으로 허위청구 환수율은 10% 초반대에 그치고 있다. 금감원은 경찰청과 공조해 허위청구 수사를 병행하며 정상 환자는 구제하고 허위청구는 차단하는 투트랙 개혁을 예고했다.

이번 백내장 구제방안과 5세대 실손 개편은 단순한 민원 해결을 넘어 실손보험 제도 신뢰 회복을 위한 전면 개혁의 신호탄으로평가된다. 이경재 전주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소비자 보호와 보험사 리스크 관리라는 상충된 과제를 동시에풀어야 하는 만큼 금감원이 어떤 균형점을 택할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