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예산안' 내놨지만 뜯어보니···투자 비중 낮고 사업 쪼개져

정부, 내년 728조 예산안 제출 선택과 집중 전략 재설계 시급

2025-11-06     이상무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의 핵심 키워드로 인공지능(AI)을 꼽았지만 실제 재정 우선순위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미래 명운을 좌우할 기술에 대한 투자가 단기 현금성 지원 사업보다 후순위로 밀린 모습이다.

6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2026년도 예산안에서 'AI 3강을 위한 대전환'을 핵심 중점 투자 분야로 선정하고 총 10조139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재명 대통령은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AI 시대를 여는 첫 번째 예산안”이라고 강조했다. 연설에서 ‘AI’라는 단어를 28차례나 언급하며 국가 경쟁력의 중심축으로 제시했다. 

내년도 AI 예산 중 2조6000억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AI 도입에 투입하고 7조5000억원은 인재양성 및 인프라 구축에 쓴다. 

하지만 728조원 규모의 전체 예산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그친다. 같은 기간 소비 진작을 위한 쿠폰 예산(13조원)이나 지역화폐 등 ‘사회연대예산’(26조원)에 비하면 여전히 낮다. 국가 성장동력으로 AI를 내세웠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산 구조의 분산도 문제로 꼽힌다. 주요 경쟁국들이 한두 개의 대형 프로젝트에 수십조원을 집중 투자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수십 개의 세부 사업으로 나뉘어 효과가 희석될 가능성이 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국토교통부의 디지털도로 AI 신기술 지원사업 420억원은 과제별 지원 금액 산정기준 미비, 사업 수행기관의 운영관리비 과다 등의 측면에서 사업 효율성 저하 우려가 있으므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기획재정부는 ‘AI AX-Sprint 300’(국민 생활과 직접 연결된 분야에 접목)의 사업 지침을 조속히 마련하여 부처 간 일관성이 결여된 사업 추진방안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AI 융합분야의 상용화 및 확산을 위한 프로젝트는 산업통상부와 보건복지부 등 10개 부처가 참여한다. 그런데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부족하거나 사업 관리 수단이 미비한 상황이다. 국가 범용인공지능연구소(AGI)를 설립하겠다는 사업의 경우 사업계획(연구소 조직 구성·재원 소요 등)이 전무한 상태에서 추진됐다.

업계에서는 AI 연구·인력양성·데이터 인프라를 연계한 대형 프로젝트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산업계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AI 예산은 산업 구조 전환과 노동시장 재교육까지 포함돼야 실효성이 생긴다”며 "국회에 계류 중인 AI 관련 법안 처리와 AI 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 인프라 확충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번 심사 과정에서 중복 사업 정리와 우선순위 조정을 할 수 있다. 이충형 국민의힘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선거를 위한 현금 살포성 예산은 철저히 검증되고 삭감돼야 한다"며 "진정 민생을 위한 구조 개혁과 미래 투자에 예산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