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몸 사리던 '中 스타벅스' 로컬에 백기···보수 경영의 패배

보위 캐피털에 中 사업 지분 60% 매각 데이터 기반 운영 체계 통해 시장 장악 신제품 출시마다 SNS상 트렌드로 자리 "보수적 경영에서 벗어난 변화가 필요"

2025-11-06     김성하 기자
중국 루이싱커피와 스타벅스 로고 /바이두 캡처

미국 커피 업계 선두 기업 스타벅스가 중국 사업 지분 60%를 현지 사모펀드 보위캐피털에 매각한다. 회사 측은 매장 확대 전략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에서는 중국 커피 시장 1위 루이싱커피(瑞幸咖啡)의 저가 공세와 현지 전략에 밀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5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스타벅스는 중국 내 약 8000개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 법인의 지분 60%를 보위캐피털에 40억 달러(약 5조7000억원)에 넘기고 지분 40%를 유지한다. 브랜드와 지식재산권(IP)은 계속 보유하며 새로 설립될 합작법인에 라이선스 형태로 제공한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스타벅스의 두 번째로 큰 시장으로 지난달 기준 801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매각 경쟁에는 현지 사모펀드와 대형 기업 약 30곳이 참여했으며 보위캐피털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보위캐피털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손자인 장쯔청이 공동 설립한 투자사로 주요 투자 분야는 소비재·테크놀로지·헬스케어·부동산 등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투자 포트폴리오나 운용자산 규모(AUM) 등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된 자료가 많지 않아 활동 내역이 비교적 제한적이다.

중국 스타벅스 전경 /바이두 캡처

회사 측은 이번 결정을 중국 내 매장을 두 배 이상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브라이언 니콜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는 "보위캐피털의 현지 전문성이 중소 도시 확장을 가속할 것"이라며 "파트너십을 통해 중국 내 매장을 두 배 이상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매각 배경에 지난 2023년 중국 커피 시장 1위에 오른 루이싱커피의 급성장과 저가 전략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2019년 창립한 루이싱커피는 팬데믹 시기 소형 매장과 배달 중심 모델로 빠르게 성장했다. 올해 2분기 매출은 123억 위안(약 2조5800억원)으로 스타벅스(56억 위안)를 크게 앞섰다. 글로벌 매장 수는 2만6206개이며 이 중 중국 본토와 홍콩 매장이 2만2000개다.

루이싱커피의 성장 배경에는 가격 인하 경쟁을 넘어선 전략적 기획이 자리한다. 공간 경험보다 주문과 생산 효율을 우선시하는 '데이터 기반 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소형 픽업스토어 중심으로 비용을 절감했다. 재고 관리 자동화와 위챗페이·알리페이를 기반으로 한 100% 모바일 주문 방식을 도입해 회전율을 극대화했으며 이는 높은 디지털 적응도와 빠른 소비 속도를 보이는 중국 소비자 특성과 맞아떨어졌다.

특히 위챗의 슈퍼 앱 기능을 활용해 메신저에서 가까운 매장을 검색하고 주문·결제·픽업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편의성을 높였다. 이 같은 전략으로 중국 커피 산업 앱 월간 활성 사용자(MAU) 기준 업계 1위를 기록하며 가장 넓은 디지털 고객 기반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매장에서는 직접 주문이나 키오스크 대신 앱을 통해서만 주문이 가능하다.

또 하나의 승부수는 '커피의 일상화' 전략이다. 루이싱커피는 평균 음료 가격을 약 20위안(4000원대)으로 책정해 스타벅스보다 약 10위안 낮췄다. 신규 고객 쿠폰과 상시 할인 프로모션으로 이용 장벽을 낮추고 멤버십과 쿠폰 시스템을 적극 운영해 반복 구매를 이끌었다.

중국 유명주 마오타이와 협업해 2023년에 출시한 '마오타이 라테' /바이두 캡처

중국 젊은 층을 겨냥한 현지화 메뉴 전략도 주효했다. 루이싱커피는 중국 소비자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로컬 음료를 선보였으며 2023년에는 중국 유명주 마오타이와 협업한 '마오타이 라테'를 출시해 큰 화제를 모았다. 중국식 원료와 재료 조합을 활용한 메뉴는 소셜미디어(SNS)에서 폭발적 반응을 이끌며 한때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코코넛 라테, 쌀·두유 조합 음료 등 현지 취향을 반영한 시그니처 메뉴가 SNS 화제를 일으키며 신규 고객 유입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응해 스타벅스도 춘절을 맞아 '동파육 라테'를 선보였으나 60위안이 넘는 가격과 호불호가 갈린 맛으로 평가가 엇갈렸다. 스타벅스는 2024년 약 78종의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같은 기간 루이싱커피는 119종을 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의 보수적 운영 기조도 실적 부진 요인으로 지목된다. 스타벅스는 여전히 라운지형 매장 중심의 경험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대표는 지난해 한 팟캐스트에서 "모바일 앱에 굴복하는 것이 스타벅스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본다"며 "브랜드 경험을 훼손해 커피를 평범한 상품으로 만들고 스타벅스다움을 잃게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저우창칭 상하이 쇼핑센터협회 브랜드전문위원회 주임은 "스타벅스는 중국에서 여전히 우수한 자산이지만 보수적 경영에서 벗어난 변화가 필요하다"며 "보위캐피털과의 합작을 통해 의사결정이 더 유연해져야 시장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성하 기자 lysf@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