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1등 시대'는 갔다?···신한라이프, 신한카드 제치고 그룹 새 수익 엔진 부상


신한라이프, 순익 5145억원으로 비은행 1위 등극 IFRS17 도입에 이영종 사장 ‘가치 중심 경영’ 결실 신한카드 순익 31% ↓, 대손충당금·비용 증가 탓

2025-11-06     허아은 기자
이영종 신한라이프 사장(왼),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 /각 사

신한금융그룹의 비은행 지형이 재편되고 있다. 그룹 내 ‘비은행 효자’로 불리던 신한카드가 올해 부진을 겪는 사이 신한라이프가 보험업권 내에서 유일하게 순이익 성장세를 이어가며 비은행 계열사 1위 자리를 차지했다. 2023년 도입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이후 추진해온 ‘가치 중심 경영’ 전략이 본격적으로 결실을 맺고 있다는 평가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의 2025년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3% 증가했다. 비이자이익은 3조1692억원으로 5%가량 늘어나며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그룹이 지속 추진해온 ‘이익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 구체적인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특히 신한라이프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514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1% 증가하며 비은행 계열사 중 단연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5284억 원)에 근접한 수준이다.

신한라이프의 성장 배경으로는 보장성 중심의 상품 포트폴리오 전환과 ALM(자산부채종합관리) 기반의 운용 전략이 꼽힌다. 단기 수익보다 장기 가치에 초점을 맞춰 보장성·연금상품을 확대한 결과다. IFRS17 체제에서 보험사의 미래 이익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인 계약서비스마진(CSM)은 7조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했다. 이는 장기 보장성 상품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질적 성장세가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ALM 전략을 통한 금융손익이 49.6% 늘며 안정적 수익 구조를 뒷받침했다. 운용자산의 70% 이상을 국공채·특수채 등 우량 장기채로 구성해 금리 변동 위험을 최소화한 점도 주효했다. 신한라이프 측은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꾸준히 증가하며 보험손익의 부진을 상쇄했다”며 “장기적 가치 중심의 자산·부채 관리 전략을 통해 업권 내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2023년 취임한 이영종 대표의 경영 전략도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Top 2 생보사 도약’과 ‘지속 가능한 가치 성장’을 내세운 그는 취임 첫해 역대 최대 실적(5284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다시 성장을 이어가며 연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생명보험업계가 업황 부진을 겪는 가운데 유일하게 두 자릿수 성장을 지속했다는 점에서 리더십이 부각된다는 평가다.

반면 신한카드는 수익성 둔화가 두드러졌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1338억원으로 전년 대비 22.8% 감소했고 누적 순이익은 3804억원으로 31.2% 감소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대손충당금 확대,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 마케팅비 부담 등이 겹친 탓이다. 카드 이용액은 60조4000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카드론 등 여신 부문 성장세 둔화로 수익 개선은 제한적이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카드 측은 “민생소비쿠폰 등 정책 효과로 연체율은 전분기 대비 0.13%포인트 하락한 1.37%로 개선됐지만 대손비용과 일회성 비용이 여전히 부담으로 작용했다”며 “중장기적으로 마케팅 효율화와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 B2B 결제 및 해외 결제 등 신규 수익원을 발굴해 카드업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겠다”고 설명했다.

올해 신한금융 비은행 부문 실적 1위는 신한라이프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신한카드가 분기 단위로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누적 실적 기준으로는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는 평가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을 비교할 때 신한라이프가 이미 5000억원을 넘어선 반면 신한카드는 4000억원을 밑돌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비은행 부문의 균형 성장이 그룹 전체의 수익 기반을 한층 견고하게 만들고 있다”며 “카드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로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체력을 기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