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고육지책' 프리미엄 카드···연회비 8% 늘어도 실익 제한
상반기 연회비 8% 증가에도 순익 18%↓ 수수료 인하·대출 규제에 본업 수익 압박 ‘가성비 프리미엄’ 등장···연회비론 한계
카드업계가 연회비 중심의 ‘프리미엄 카드’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카드대출 규제 강화로 본업 수익이 둔화되자 고정 수익 확보 수단으로 연회비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5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BC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올해 상반기 연회비 수익은 총 7652억원으로 전년 동기(7081억원) 대비 약 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순이익은 1조2251억원으로 18.3% 감소했다. 본업의 수익성 하락을 연회비 증가로 방어하려는 전략이지만 실제 이익 개선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프리미엄 카드는 연회비 10만원 이상 구간에서 항공·호텔·골프 등 고급 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으로 카드사들은 이를 통해 고소득·우량 고객층을 확보하려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다만 카드사 간 혜택 경쟁이 과열되며 비용 통제가 어려워지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연회비 수익이 늘어도 혜택비와 마케팅비가 함께 늘면 실질 수익은 남지 않는다”며 “혜택 구조를 단순화하고 사용 실적과 연동된 리워드 중심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 프리미엄 카드 시장은 ‘가성비형·하이엔드형·중간형’으로 세분화되는 흐름을 보인다. 현대카드는 지난 3월 상대적으로 저렴한 연회비(8만원)의 ‘부티크(Boutique)’ 시리즈 3종(코퍼·새틴·벨벳)을 출시하며 중간 가격대 시장을 공략했다.
신한카드는 지난 3일 ‘더 클래식 네오(The CLASSIC NEO)’를 출시하며 중간가 프리미엄 시장에 가세했다. 7만원 이상 결제 시 7만 마이신한포인트를 증정하는 카드로 연회비는 국내 전용 11만7000원, 해외 겸용 12만원으로 설정됐다.
하이엔드 구간에선 카드사들이 15만~200만 원대의 고연회비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연회비 70만원의 ‘신라리워즈 삼성카드’를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연 1회 신라호텔 또는 신라스테이 투숙권, 혹은 50만 신라삼성포인트 중 하나를 선택해 받을 수 있으며 사용 금액에 따라 신라삼성포인트와 신라리워즈포인트를 중복 적립할 수 있다.
롯데카드는 지난 4월 연회비 15만원의 ‘롯데멤버스 카드 프리미엄’을 출시했다. 국내외 모든 가맹점에서 이용금액의 0.7%를 한도 없이 기본 적립하고 롯데그룹 계열사를 5개 이상 이용할 경우 월 최대 10만 엘포인트를 5% 특별 적립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카드업계는 프리미엄 라인 확장을 통해 결제액을 늘리고 우량 고객 기반을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다만 혜택 원가 상승과 유지율 관리 등 과제는 남아있다. 연회비 수익 증가가 실적 방어에는 도움이 되지만 본격적인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지려면 혜택 구조 효율화와 고객 세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본지에 “연회비는 단기적인 방어막 역할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유지율·실적·비용 관리가 결합돼야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가 만들어진다”며 “프리미엄 카드 시장은 이제 단순히 고가 경쟁이 아니라 세분화된 소비층을 누가 먼저 잡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