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월 비용 20만원, 자식들 눈치 볼 일 없네요"

한국, 일자리 많아도 저임금·비정규 압도 일본, 은퇴 후에도 역할 지속 구조 확보 제도 차이 만든 고령층 집단 혐오 방향

2025-11-04     김현우 기자
요양원 리얼스테이지(나라시 소재)는 시설에 입소한 고령자가 ‘일’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요양 필요도가 낮은 입소자에게 월 수만엔 수준을 벌 수 있는 가벼운 작업을 제공해 입소자 보호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목적이다. /여성경제신문

# 일을 하지 않고 요양원에 머물 경우 월 15만엔(약 150만원) 안팎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매일 4시간씩 팔찌 제작 등 경량 작업을 수행해 얻은 수입으로 입소 비용을 상쇄하니, 자녀 부담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지역 젊은층의 제품 관심도 높고 개호보험 수가를 포함하면 노후 비용 자체가 사실상 ‘제로 수준’에 가까워진다.

일본 나라시의 리얼스테이지는 입소 노인이 시설 내부에서 초단시간 노동을 수행하면 월 수만엔 수준 소득을 확보하도록 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요양 필요도가 낮은 입소자를 대상으로 지역 기업과 연계해 체력 부담이 적은 분류·포장 작업을 매칭한다. 시설은 외부에서 초단위 경량 공정을 수주해 이를 작업 가능 입소자에게 세분화해 배분했다. 완료분을 정산해 소득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자체도 시설 내 일자리 제공을 장려한다. 나라현은 인증제를 통해 사업장 경쟁을 관리하면서 지역 연계형 수익 보완과 인력 정착을 유도하는 정책 방향을 제도화 했다. ‘외주 대체 수익’(시설)과 ‘현금 소득’(입소자)을 동시에 만들어 총 부담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유카 히로나가 리얼스테이지 원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체력 부담이 없는 분류·포장 위주의 작업만 배정하고 하루 작업 가능 시간과 주간 상한을 직접 관리한다”고 했다.

이어 “입소자가 직접 번 금액은 시설비에서 자동 차감되는 구조가 아니다. 본인 계좌로 지급하고 그 돈을 생활비에 쓰든 시설비에 쓰든 본인 선택”이라고 했다.

회계 처리 방식에 대해서도 “일감 수익은 시설의 제3 수익으로 별도 계정 분리하고 입소자 소득은 개별 과세 대상으로 본다. 본질은 ‘입소자의 역할 유지’이지 노인 노동으로 시설 운영비를 대체하는 장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출 항목이 많지 않은 입소자에게는 대부분 시설 비용에 수입을 충당하는 구조로 작동한다.

다만 외주 발주 의존도가 높아 경기 변동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 축소나 단가 하락이 발생하면 입소자 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 집단 감염이나 안전사고 발생 시 책임 귀속 문제도 남는다. 노동인지, 위탁인지, 치료 비용 발생 시 보험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구분해야 한다.

후로다 겐지 오사카부립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입소 노인의 사회적 역할 유지와 비용 조정이 동시에 가능한 모델이라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는 크다”면서도 “강제 요소가되지 않도록 사전 표준과 안전 가이드라인을 국가가 먼저 확정한 뒤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