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수백만원 블로거 꿈꾸다 10분 만에 750만원 날린 사연
초보 블로거 노린 홍보비 미끼 사기 쇼핑몰·사업자 정보 정교하게 도용 선입금 요구·계약서 없는 제안 피해야
# 제품 홍보를 해 주면 홍보비를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쇼핑몰 주소를 보내며 미용기기 2개만 구매하라고 했다. 총 10만원 정도였다. 금액이 적어 일단 믿고 결제했다. 텔레그램으로 대화 중이었는데 구매 인증을 보내자 홍보비와 제품 구매비를 포함해 50만원을 입금해줬다.
철썩 믿고 30만원어치를 추가 구매했고 100만원을 입금받았다. 액수가 커지고 홍보 제품 100만원어치를 구매한 순간 “다른 고객 입금이 밀려 1시간 뒤 처리하겠다”는 말을 남겼다. 그대로 총 900만원어치를 추가 구매했고 입금받았던 1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을 빼앗겼다.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를 상대로 ‘제품을 홍보하면 홍보비를 주겠다’며 접근한 일당을 경찰이 추적 중이다.
4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은평구에 사는 초보 블로거 이민영(가명·29) 씨는 지난 6월 네이버 블로그 제품 홍보 사기를 당했다.
이씨는 올해 3월 블로그 수익을 목표로 개인 블로그를 개설했다. 한 달여 만에 이웃 수 500명, 월 30만원가량을 벌기 시작했다.
이씨는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유튜브에서 블로그로 월 수익 수백만원을 벌었다는 영상을 보고 시작했다”며 “한 달여 만에 광고 수익 승인을 받았고 실제 수익이 생기니 욕심이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올린 게시글 댓글에 ‘우리 제품을 구매해 홍보하면 구매 금액과 홍보비를 주겠다’는 제안이 있었다”며 “신종 사기였고 피해자가 상당히 많았다”고 했다.
이씨가 잃은 금액은 약 750만원. 범죄는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올해 결혼 후 신혼살림을 하며 모아온 돈이었다.
해당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 당국에 따르면 사기범들은 블로그 개설 1달 미만의 ‘초보 블로거’를 집중적으로 노렸다. 수백만원 수익을 기대하며 블로그를 시작한 사람들의 심리적 허점을 활용했다.
범행 초기에는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며 신뢰를 쌓았다. 이후 “작업팀과 원활한 대화를 위해 텔레그램으로 이동하자”고 유도해 대화 기록이 남지 않는 텔레그램 방으로 옮겼다.
이어 자신들이 운영한다는 쇼핑몰 링크를 보내 판매 제품을 구매하도록 했다. 쇼핑몰에 기재된 사업자등록번호와 주소는 모두 정상 사업체의 정보를 도용한 것이었다. 실제 주소도 운영 중인 가구점·화장품 도소매점 등을 무단으로 이용했다.
이씨가 국내 활동 범죄조직이 아니라며 경찰에 신고했으나, 피해자가 입금한 계좌 역시 차명 계좌여서 명확한 증거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현재 경찰은 피의자를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 통화에 “선입금을 요구하거나 계약서 없이 접근하는 홍보 제안은 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국내 사이버사기로 인한 피해 금액은 3조4000억원을 넘겼다. 범죄 검거율은 53% 수준에 그쳤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