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재 칼럼] Fed는 12월에 금리를 내릴까?
[김성재의 국제금융 인사이트] 연준, 25bp 인하 두고 매 vs. 비둘기 갈등 심화 트럼프, 마이런 이사 통해 50bp 인하 압박 강화 파월 의장 발언에 시장 금리·주가 모두 흔들린다
지난주 수요일 오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 Fed)는 통화정책의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헤드라인을 본 금융시장은 예상대로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서자 일단 안도했다. 하지만 금리 결정의 논의 과정을 세세하게 분석하자 불안감이 시장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에서 두 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한 명은 금리 인하 자체에 반대했고 다른 한 명은 더 크게 인하해야 한다면서 통상적인 25bp 인하 폭에 반대했다. 이는 합의가 존중되는 연준의 문화를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금년 들어 통화정책의 방향을 둘러싸고 연준 내부 견해차가 크게 분열해 있다는 징후에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7월 FOMC 회의에서는 연준 본부의 크리스토퍼 월러(Christopher Waller) 이사와 미셀 보우먼(Michelle Bowman) 감독담당 부의장이 금리 동결이 아니라 25bp 인하를 주장하며 반대표를 던졌다.
연준 이사회가 분열을 보인 가운데 금리를 동결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트럼프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의사 결정이 항상 늦어 타이밍을 놓친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더 나아가 자신의 오른팔 인물을 아예 연준 이사 자리에 낙하산으로 내려보냈다.
지난 2023년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과거 측근이었던 라엘 브레이너드(Lael Brainard) 당시 연준 부의장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으로 데려가자, 에이드리아나 쿠글러(Adriana Kugler) 세계은행 집행이사가 공석이 된 연준 이사 자리를 차지했다.
연준 이사의 임기는 14년 단임으로 중도에 사퇴하면 후임자가 잔여 임기를 채우게 된다. 쿠글러 이사는 2026년 1월 말까지 브레이너드 전 부의장의 잔여 임기까지 재직할 수 있었다. 하지만 금년 8월 쿠글러 이사는 사직 의사를 밝혔다.
연준 이사회에 공석이 생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 책사로 불리는 스티븐 마이런(Stephen Miran)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을 후임 연준 이사로 임명했다. 마이런 이사도 잔여 임기를 채우며 내년 1월까지 근무하게 된다. 관세를 비롯한 트럼프의 경제정책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는 마이런 이사는 당연히 강력한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
9월 FOMC 회의에서 여타 위원들은 모두 25bp 금리 인하에 동의했지만 마이런 이사만은 그보다 두 배인 50bp 인하를 주장했다. 10월 FOMC 회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줄곧 50bp 인하를 주장하며 25bp 인하 결정에 반대표를 행사했다. 과거에는 대체로 진보적 인사들이 금리 인하를 선호했지만 보수적인 마이런이 이런 추세를 깨고 나왔다.
마이런 이사는 현재 4~4.25%인 기준금리가 2.5~3%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고 본다. 그러려면 금리를 최소한 1.25%포인트 내려야 한다. 25bp씩 내려서는 하세월이 걸릴 것으로 생각한다. 트럼프는 한술 더 뜬다. 민생 안정을 위해서는 기준금리가 1.25~2.5% 수준으로 확 내려가야 한다고 본다.
금리 인상을 통한 물가 안정을 선호하는 보수적 정책 기조에서 이탈한 것은 비단 트럼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1970년대 초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전 미 대통령도 금리 인하에 미적대는 연준을 공격했다. 심지어는 자신의 측근인 아서 번스(Arthur Burns) 백악관 자문관을 연준 의장으로 임명해 금리 인상을 방해했다.
닉슨 전 대통령은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부르고 자칫하면 대공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우려했다. 하지만 연준의 지나친 비둘기파적 정책 결정은 두 자릿수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졌다. 오일쇼크로 경기마저 침체하자 미국 경제는 고질적인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렸다.
이런 과거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금리 인하를 밀어붙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과거와 달리 물가 불안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관세를 인상해도 일시적 물가 불안에 그칠 뿐 추세적인 인플레이션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트럼프의 압력에다 고용시장마저 냉각되자 연준은 9월 FOMC부터 1년 만에 금리 인하를 재개했다. 거대 기업의 대거 해고를 포함해 고용시장을 둘러싸고 나쁜 소식이 자주 등장하자 대부분의 시장과 경제 전문가는 연준의 금리 인하가 금년 말까지 이어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9월부터 연말까지 세 차례 FOMC에서 각각 25bp씩 총 75bp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를 이루었다. 연준의 완화적 금리인하가 시장 우호적이라 판단한 주식시장은 연일 전 고점을 경신했다. 금리에 민감한 중·소형주와 가상화폐 가격도 덩달아 상승했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모처럼 4%를 깨고 내려오기도 했다. 그런데 10월 FOMC 회의 이후 이 모든 예상이 빗나갔다. 우선 FOMC 위원인 제프리 슈미드(Jeffrey Schmid)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금리 동결을 주장하며 25bp 인하에 반대표를 던졌다. 이를 통해 금리 인하를 둘러싸고 연준 내부에 이상 기류가 있음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다.
FOMC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도 시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금리 인하에 우호적 견해가 표명될 것이라 기대한 시장에 찬물을 끼얹듯 12월 FOMC와 관련해서는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입장을 강한 톤으로 천명했다. 연준 내 매파의 입장이 소수파가 아니라 비둘기파와 비등하다는 것을 암시했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의 베스 해먹(Beth Hammack) 총재와 로리 로건(Lorei Logan)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연달아 금리 인하에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평소 비둘기파적인 라파엘 보스틱 (Raphael Bostic) 애틀랜타 연은 총재도 어느 정도의 제약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며 매파적 제스처를 취했다.
이들은 현재 물가 수준이 녹록지 않다고 본다. 실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대비 3% 올라 연준의 목표치인 2%에서 여전히 멀다. 물가와 성장 모두에 부담을 주지 않는 중립금리(neutral rate of interest) 수준에서도 이견을 보인다. 중립금리가 2.5~4% 수준이라며 추가적인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준이 분열상을 노출하자 시장도 갈팡질팡하고 있다. 장기채권 금리는 4% 위로 치솟았다. 12월 금리 인하가 물 건너가면 시장의 연말 랠리도 실종될 가능성이 있다. 금리 인하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향후 경제 지표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고용시장 냉각이 지속되고 시중 자금시장에 경색 조짐이 보이면 연준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다. 시장 이면의 데이터를 더 주시해야 하는 이유다.
여성경제신문 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francis.kim@furman.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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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재 퍼먼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종합금융회사에서 외환딜러 및 국제투자 업무를 담당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예금보험공사로 전직해 적기 정리부와 비서실에서 근무했다. 2005년 미국으로 유학 가서 코넬대학교 응용경제경영학 석사 학위를받았고 루이지애나주립대에서 재무금융학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대학에서 10년 넘게 경영학을 강의하고 있다. 연준 통화정책과 금융리스크 관리가 주된 연구 분야다. 저서로 '페드 시그널'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