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삶] 고흐가 죽기 전 유일하게 팔린 작품, 그 쓸쓸함에 대하여
빈민 구호소에서 밥 얻어먹으며 예술혼 이어간 화가 그의 손끝에서 화려하게 표현된 사람들의 노동과 금빛 햇살
“내 그림은 사람들이 죽은 뒤에야 이해될 것.” 고흐(Vincent van Gogh)의 편지 속 이 문장은, 세상에 대한 예언이자 자조였다. 그가 죽기 6개월 전에 단 한 점, ‘붉은 포도밭’만이 400프랑에 팔렸다. 아를에서 그림을 완성한 다음 날 그는 동생 테오에게 이렇게 썼다.
“어제는 붉은 포도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그렸어. 저녁의 해가 대지를 불태우는 것처럼, 모든 것이 금빛과 붉은색으로 빛나고 있었지.” (November 6, 1888, WebExhibits Letters №559.)
세상은 여전히 그에게 냉담했지만 한 줄기 희망의 빛이 그의 고독을 덜어주었을지도 모른다. 예술가의 생을 지탱하는 것은 돈이 아니라 ‘이해받는다는 느낌’이니까.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붓끝에 쏟아부었지만, 세상은 그 열정에 관심이 없었다.
고통 끝에 그가 스스로 세상을 떠난 후 그의 이름을 되살린 사람은 동생 테오의 아내 요한나였다. 요한나는 남편과 고흐가 주고받은 수백 통의 편지를 정리하여 고흐의 내면과 예술에 담긴 그 열정을 세상에 알렸다. 1901년 파리에서 열린 회고전은 그 노력의 결실이었다. 비평가들은 “고흐의 색채는 영혼의 언어”라고 썼고, 그때부터 그의 이름은 비로소 미술사의 전면으로 떠올랐다.
1910년대 이후 뭉크 등 표현주의 화가들은 고흐를 자신들의 ‘정신적 스승’으로 여겼다. 그의 색채와 붓질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감정의 폭발이었고 이는 현대 미술 미학의 전환점이 되었다. 후대 화가들에게 세잔이 구조를, 고갱이 색채를 주었다면 고흐는 영혼을 준 것이다.
세월이 흘러 그의 작품은 경매 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거래되며 없어서 못 사는 작품이 되었다. ‘의사 가셰의 초상’(8250만 달러, 1990), ‘사이프러스 나무가 있는 과수원'(1억1720만 달러, 2022)은 더 이상 한 화가의 그림이 아니라 “인간의 고통이 낳은 가장 아름다운 예술”로 상징되었다. 그러나 그 가치는 결국 숫자가 아니라 시간 속에서 증명된 진심의 무게일 것이다.
예술의 시간은 언제나 느리게 흐른다. 이 그림을 완성한 지 137년이 지난 오늘(11월 5일), 그의 그림은 조용히 말한다. 진정한 예술은 이해받지 못하는 쓸쓸한 순간에도 꺼지지 않는 믿음이라고···.
돈 맥클린은 아래 곡을 통해 빈센트 반 고흐에 대한 공감과 위로를 보냈다.
여성경제신문 한형철 초빙기자 donham21@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