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인하·대손비용 직격탄···4대 금융 카드사, 3분기 일제히 ‘실적 쇼크’
고금리 조달·충당금 부담에 우리 46% 급감 신한·KB국민카드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 "이럴 바에는 결제원 통합" 비용 절감 '절실'
국내 4대 금융지주 소속 카드사들이 2025년 3분기에 일제히 순이익이 급감한 성적표를 받았다. 비용 증가와 더불어 대규모 대손충당금 적립, 규제 환경 악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리는 모습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4대 금융지주가 이자 이익 증대 또는 금융사 인수에 힘입어 역대급 또는 견조한 실적을 기록한 것과 달리 카드 부문은 그룹 내에서 유일한 부진 계열사로 전락하며 극명한 대조를 나타냈다.
순이익 규모는 가장 크지만 감소 폭이 두드러진 신한카드는 3분기 1338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22.9% 급감했다. 우리카드(300억원, 46.4% ↓), KB국민카드(993억원, 13.4% ↓), 하나카드(598억원, 11.8% ↓) 역시 모두 두 자릿수 감소율을 피하지 못했다.
개별 카드사의 실적 부진 요인을 살펴보면 신한카드는 신용판매 취급액이 상승했으나 고금리 환경에 따른 조달 비용 상승과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 증가가 순이익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가장 높은 감소율을 기록한 우리카드는 누적 대손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11.0% 증가한 3830억 원에 달했으며 전산업무비 등 일회성 판매관리비(판관비 12.7% 증가)까지 겹치면서 순이익이 300억 원대로 크게 주저앉았다.
KB국민카드는 99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영업수익 감소와 채권 매각 비용 증가가 실적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하나카드 역시 59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11.8% 떨어진 실적을 냈다. 가맹점 수수료 조정과 보수적인 여신 운용 기조에도 PLCC 모집 등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카드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인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와 규제 환경이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업계에서는 구조적 비용 절감을 통해 수익성을 방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 규제 환경을 감당하려면 카드사들이 개별적으로 부담하는 VAN(부가통신망) 수수료 및 결제 시스템 운영 비용의 절감이 시급하다"고 했다. 카드 결제 시스템 운영을 결제원 등으로 통합해 비효율적인 이중 비용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순이익이 급감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카드사들은 건전성 방어에는 집중하는 모습이다. KB국민카드의 연체율은 1.21%로 직전 분기 대비 0.19%포인트 개선됐으며 우리카드 연체율 역시 1.80%로 0.03%포인트 소폭 하락하는 등 리스크 관리의 성과를 나타냈다.
동시에 카드사들은 악화된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 수익 다변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핵심은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를 통한 제휴 기반 확대다. 신한카드는 최근 배달의민족과 협력해 PLCC를 출시했고 KB국민카드는 LCC 항공사와 제휴해 여행 특화 카드를 선보이는 등 특정 소비층을 공략하는 강력한 파트너사를 확보하고 있다. 하나카드가 MG새마을금고와 제휴해 출시한 MG+ S 하나카드는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또 다른 전략은 고수익 자산 포트폴리오 확대다. 특히 자동차 할부금융(오토론) 및 리스 자산의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드론 등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고 담보가 있는 자산을 확보해 안정적인 이자 이익을 창출하려는 목적이다. 카드사들은 이처럼 리스크 관리와 함께 수익 구조 다각화를 병행하며 '내실 다지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여성경제신문에 "현재 카드사들의 실적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규제와 고금리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구조적인 문제의 결과"라며 "수익성이 악화되면 결국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부가 혜택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신용카드 이용률 둔화라는 악순환을 낳을 수 있어 금융당국의 면밀한 진단과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허아은 기자 ahgentum@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