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저평가라고?···행동주의 압박 속 '현금 방어' 초비상

업황 최악인데 코리아디스카운트 운운 내년 주총 사외이사 물갈이 밑밥 깔기 단기 주가 vs 장기 체력···경영 시험대

2025-10-31     이상헌 기자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인터배터리 2025'의 LG화학 부스를 찾아 초고중합도 PVC로 만든 전기차 충전용 케이블을 보고 있다. /LG화학

내년 7월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해외 행동주의 펀드가 LG화학에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논쟁이 다시 부상했다. 이번 요구는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둔 선제적 압박으로 해석된다. 개정 법 시행 전부터 주주권을 앞세워 압박 전술을 펼치는 것이다.

3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최근 석유화학 업황 부진과 투자 부담이 겹친 상황에서 현금 유동성 확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단기적 주주환원 확대 요구에 즉각 응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에 △사외이사 구성 개선 △주주환원 강화 등을 제안했다. 펀드 측은 LG화학이 순자산가치(NAV) 대비 큰 폭으로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며 지배구조 개편과 경영 효율화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현재로서는 재무 유연성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배터리 소재·스페셜티 화학 중심 전환을 위한 대규모 투자가 병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올해 석유화학 부문 실적 악화로 영업손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비용 절감 △조달 구조 개선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이 내부적으로 진행 중이다. 이는 글로벌 공급 과잉과 수요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행동주의 측은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사외이사 전문성 다변화, 이사회 의장·대표이사 분리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사회 개편 시기와 방식은 회사가 추진 중인 사업 재편 속도와 직결되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이런 가운데 시장에서 제기되는 저평가 논란 역시 장부 가치 대비 단순 할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석유화학 업황 변동성, 장기 투자 회수 기간,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 등 외부 변수들이 현재 주가에 반영된 결과라는 것이다.

팰리서캐피탈은 LG화학이 순자산가치 대비 74% 할인돼 거래되고 있다며 69조원 규모의 가치 격차를 주장했다. 그러나 장부상 자산 가치와 시장 평가의 괴리를 곧바로 ‘저평가’로 해석하긴 어렵다. 글로벌 석유화학 업황 둔화, 대규모 CAPEX 부담, 배터리 소재 투자 회수 기간 등을 고려하면, 시장 측정이 오히려 보수적으로 조정된 상태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자산총계 94조원, 자본총계 45조원이라는 숫자가 과거 수요 환경과 금리 국면의 산물이라면, 30조원대 시가총액은 현재와 미래 조건을 반영한 재측정 값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지금의 주가는 “너무 작은 옷”이라기보다, 이전의 큰 옷이 더는 체형에 맞지 않음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단기 주가 부양과 장기 경쟁력 확보가 충돌할 수 있는 구간”이라며 “기업이 시장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지만, 구조 전환기에는 투자 지속 여부가 핵심 변수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