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이자 장사 대박 4대 금융, 사회적 책임 정부 압박 어떻게 넘을까

3분기 누적 순익 16조 육박·역대 최대 실적 NIM 방어·비이자이익 선방으로 수익 견조 정부 기조 맞춰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 박차

2025-10-31     박소연 기자
4대 금융그룹이 3분기 누적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을 달성하며 생산적 금융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이 올해 3분기까지 약 16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시장금리 하락과 환율 변동성 등 불안정한 환경에서도 이자이익이 늘고 증시 회복에 따른 주식매매 수수료와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이자 중심의 수익 구조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고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전환 요구에 따라 금융권은 4분기 경영전략의 중심을 ‘수익’에서 ‘역할’로 옮기고 있다.

31일 여성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3분기 4대금융이 올해 3분기까지 거둔 누적 당기순익(지배기업 지분 기준)은 약 15조8000억원대로 16조를 목전에 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금리 인하 국면에도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 방어가 유지됐고 비이자이익도 견조한 흐름을 보인 것이 실적을 뒷받침했다.

그룹별로는 KB금융이 누적 5조121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16.6% 증가, 4대 금융 중 가장 높은 실적을 올리며 리딩금융 자리를 지켰다. 신한금융은 4조4609억원으로 10.3% 증가해 2위를 차지했고 하나금융은 3조4334억원으로 6.5% 늘었다. 우리금융은 2조7964억원을 기록하며 4대 그룹 모두가 3분기 누적 기준 사상 최대 순이익을 달성했다.

다만 이자이익 중심의 수익 구조에 대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비판이 이어지면서 금융권은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 압박 속에 이익보다 역할이 강조되는 국면에 놓였다. 이자이익이 전체 실적 상승을 견인했지만 ‘이자 장사’라는 지적이 여전히 제기되고 금융당국은 수익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혁신기업과 중소기업 지원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금융의 역할을 재정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진행된 '디지털 토크 라이브' 행사에서 “금융의 상당 부분은 인허가를 통해 국가 발권력을 대신 행사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세금으로 지원받아 영업하는 만큼 완전히 (금융) 개인의 이익만 추구해서는 안 된다. 금융에 대한 근본적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로 처음 출근하면서 “포용금융 강화, 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 금융시장 활성화, 가계부채 관리, 금융 소비자보호 등 전반을 집중적으로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4대 금융그룹은 대규모 생산적·포용 금융 확대 계획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하나금융은 2030년까지 총 100조원을 공급하는 ‘하나 모두 성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이 중 84조원을 생산적 금융에, 16조원을 포용 금융에 배정했다. 우리금융은 ‘미래 동반성장 프로젝트’를 통해 5년간 80조원을 공급하며 AI 등 혁신 산업 지원을 강화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아직 생산적·포용 금융에 대한 구체적인 투입 규모나 재원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다. 다만 KB금융지주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구조적 전환을 목표로 영업방식, 내부 시스템, 조직구조 등 그룹 운영 전반을 재정비하고 있다. 첨단전략산업 맞춤형 심사체계를 구축하고 전담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또 용인반도체클러스터 대규모 발전사업 금융 주선 등 산업별 실행 과제도 추진 중이다.

신한금융지주는 그룹 차원의 통합관리조직(PMO)을 운영하며 미래 첨단전략산업 등 15대 선도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초혁신경제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신성장 산업 전반에 대한 자금 공급과 민간 투자 활성화를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그룹사별 협업 체계를 통해 단계별 지원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금융그룹들은 자사주 매입과 소각, 분기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대규모 이익을 사회와 주주 모두에 환원하려는 차원이다. 다만 향후 과제는 자금 공급 규모보다 실질적 효과에 있다. 단순한 지원금액 확대보다는 혁신기업의 성장과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성과가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를 위해 금융그룹들은 투자 발굴 역량을 강하고 리스크 관리와 자금 공급의 균형을 맞추는 등 실질적 성과를 입증해야 한다.

4분기 이후에는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관리 강화로 수익성 둔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리 인하의 영향이 확대되면 이자이익 중심의 구조는 한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비이자이익과 생산적 금융 중심의 새로운 수익 축이 향후 지속 성장의 관건으로 꼽힌다. 결국 사상 최대 실적 이후 ‘이익’보다 ‘역할’이 강조되는 국면에 들어섰다. 생산적 금융이 그 해답이 될 수 있을지가 다음 분기 관전 포인트다.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에 “예대마진이 안정된 상황에서 비이자이익까지 버텼다는 건 내부 관리 역량이 그만큼 정교해졌다는 의미”라며 “다만 이제는 단기 수익 중심의 평가에서 나아가 그 이익을 어떻게 사회와 산업으로 환류시키느냐가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정부가 강조하는 생산적 금융도 결국 그런 맥락 속에서 해석해야 할 것”이라며 “각 금융그룹이 혁신 기업 지원과 투자형 금융으로 방향을 옮길 수 있느냐가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