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의석 쏠림이 초래한 국정감사의 변질 

[신율 칼럼] 본연의 임무와 먼 혼란 소수 야당 의견 배제돼 권력구조 근본 고민해야

2025-11-04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10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최민희 위원장이 최수진 의원 등 국민의힘 의원들로부터 사퇴요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2025년 국정감사가 끝났다. 국정감사가 마무리될 무렵이면 매년 빠짐없이 등장하는 문장이 있다. 바로 '최악의 국감'이었다는 평가다. 올해도 어김없이 같은 말이 반복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말 그런 평가가 어울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는 그동안 국정감사의 무용론이 제기될 때마다 국정감사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국정감사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감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제도적 장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를 지켜보며 과연 이러한 방식의 국정감사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김현지 실장과 조희대 대법원장에 관한 논란, 그리고 과방위와 법사위의 혼란스러운 장면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들 사안은 국정감사의 본연의 임무와는 큰 관련이 없다. 국정감사가 이처럼 변질된 데에는 두 가지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 

첫 번째는 여당이 대통령 소속 정당이라는 정체성보다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스스로의 역할을 정립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거 여당들과 마찬가지로 민주당 역시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행정부를 견제하는 역할보다는 대통령실을 방어하는 데 치중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여당이 입법부의 일원이라는 입장을 포기하면 행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는 사라지고, 여당은 행정부의 방패막이로 전락하게 된다. 그런데 이번 국정감사에서 이 같은 모습이 더욱 두드러진 것은 두 번째 원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두 번째 원인은 민주당이 지나치게 압도적인 의석을 점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의석 구조가 민심의 반영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2대 총선을 되돌아보면 254개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득표율 차이는 고작 5.4%P에 불과했다. 

이는 국민의힘을 선택한 유권자 역시 민주당 지지자만큼이나 많았음을 의미한다. 비록 우리나라 선거 제도가 승자 독식 구조라고 하더라도 단지 결과만으로 민심을 단정 짓는 것은 위험한 왜곡이다. 

더욱이 민주주의는 다수의 뜻뿐 아니라 소수의 의견 역시 정책 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하는 시스템이라는 차원에서 단순히 의석수만으로 민심을 대변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은 압도적인 의석을 바탕으로 소수 야당의 의견을 배제한 채 증인 채택 문제나 상임위 운영을 자의적으로 이끌었고 국정감사는 '야당의 시간'이라는 본래의 기능을 상실한 채 '수(數)의 논리'만이 작동하는 장(場)으로 전락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국정감사의 모습이 앞으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22대 국회의 임기는 아직 3년 이상이나 남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확인됐듯이 투쟁이 일상이 되어버린 국회의 일상이 국정감사라고 해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결국 싸움의 '무대'만 바뀌었을 뿐 정쟁은 계속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국정감사는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국민들이 반드시 인식해야 할 점은 국회 의석이 한 정당에 지나치게 쏠릴 경우 견제와 균형은 물론이고 국정 운영 자체가 마비되며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도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국회는 이미 결정된 구조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다음 총선에서는 누가 승리하든 좀 더 균형 잡힌 의석 분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유권자들은 가져야 한다. 

참고로 국정감사 제도는 대통령제를 채택한 국가에만 존재한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내각제는 입법부가 행정부를 구성하기 때문에 입법부가 행정부를 견제할 수 없는 구조지만 대통령제는 삼권분립을 바탕으로 각 권력이 상호 견제하는 체계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지금처럼 권력 분립이 의석수(數)에 의해 무력화되면 과연 대통령제를 지속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차라리 이럴 바에는 개헌을 통해 권력 구조 자체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만하다. 

이번 국정감사는 우리나라 대통령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줬다. 권력 구조가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이제는 권력 구조의 근본부터 다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여성경제신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yulsh@mju.ac.kr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