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라운드’에 종말된 한미 FTA···국제 산업 변화 대응이 과제
보호무역 기조 본격화에 수출 위기 관세 15%, 제조업 수익성 직접 타격
한미 간 관세 협상 전격 타결에 시장에서는 자유무역 질서가 사실상 조정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이 주도하는 보호무역 기조가 본격화되면서 한국 산업 전반의 대응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평가다.
3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번 협상은 글로벌 통상 질서 재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미·중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공급망 중심의 국제 질서가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 노무현 정부 시절 추진돼 이명박 정부에서 완성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미국과 자유무역 체제를 약속했다. 이에 따라 2.5%였던 미국의 한국산 승용차 관세는 2016년 1월 1일부로 전면 철폐됐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한미 FTA와 무관하게 징벌적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정부는 지난 8월 세계경제를 30년간 지탱해온 세계무역기구(WTO) 체제 종식을 선언했다.
정상적인 절차라면 한국 정부는 FTA 조항에 따라 WTO에 제소하는 등 통상 규범을 통해 대응했어야 했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과 정치적 부담 속에서 한국은 사실상 대응 카드를 꺼내지 못한 채 손을 놓았다.
한국 기업이 부담할 15%의 관세는 일본과 EU(유럽연합)의 수준과 같지만 제조업 평균 이익률이 5~10%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다. 자동차·기계·화학 업종 등 주요 수출 산업은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변수로는 외환시장 불안이 꼽힌다. 이번 합의에서 연 200억 달러씩 10년간 총 2000억 달러 현금 납입으로 규모가 커졌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4100억 달러 수준이지만 한국은행에 따르면 실제 시장 안정에 투입할 수 있는 여력은 150억~200억 달러에 그친다. 매년 연간 수익률 전부를 미국에 보내야 한다는 뜻이다. 여기에 환투기 세력까지 붙으면 관리가 어려워질 우려도 나온다.
'트럼프 라운드' 시대 개막에 국내 제조업의 산업 생태계 유지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생산 거점이 해외로 옮겨가면 부품 공급망, 중소기업 협력망, 고용 구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와 고용 위축을 막을 대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전 세계적으로 정부가 기업의 경쟁력 강화에 직접 개입하는 ‘정책 주도형 산업 경쟁’이 강화되는 흐름 속에서 한국 역시 산업 구조 전환을 가속해야 한다"며 "단기 외환 안정 대책과 중장기 산업 전략을 병행하는 ‘투트랙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