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현금 이벤트' 급증···키움증권, 지급액 100억 넘기도
작년 대비 11% 증가, 시장 질서 흔들어 금감원 "전반적 점검·개선 필요한 문제" 김상훈 "현금 살포 마케팅, 대책 마련해야"
올해 증권사들이 진행한 이벤트 중 '현금성 이벤트' 비중이 지난해보다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이 같은 불건전 영업행위가 시장의 공정경쟁 질서를 해칠 수 있다고 보고 제도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10개 종합금융투자사의 전체 이벤트 중 현금성 이벤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11.85% 상승했다. 지난해 평균 28.22%에서 올해 31.56%로 증가한 것이다.
이 중 올해 현금 지급 이벤트 비중이 가장 높았던 곳은 대신증권으로 조사됐다. 전체 이벤트의 55.81%가 현금 지급 형태였으며, 전년(62.26%) 대비 감소했지만 종투사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NH투자증권이 2위를 기록했다. 현금이벤트 비중은 지난해 16.67%에서 올해 54.29%로 225.67% 급증했다. NH투자증권은 지난 5월 '달러투자 새로고침! 외화채권 이벤트'를 진행하며 특정 미국채 10종을 매수하면 매수 금액에 따라 1~10만원의 리워드를 지급하기도 했다.
키움증권이 43.6%로 3위를 차지했지만 현금 지급액이 159억1400만원으로 집계돼 운용비용 기준 1위에 올랐다. 전체 증권사 중 현금지급액이 100억원을 넘은 곳은 키움증권이 유일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37.74%) 한국투자증권(35.54%) KB증권(25.53%) 신한투자증권(24.42%) 삼성증권(21.99%) 하나증권(16.67%) 메리츠증권(0%) 순으로 집계됐다.
증권사는 고객 수와 운용 자산 규모를 확장하기 위해 현금 지급 이벤트를 진행한다. 하지만 경쟁이 과열되며 일부 증권사에서는 특정 상품 매수에서 비정상적인 거래가 발생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키움증권은 올해 3월 한도없는 현금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현금을 노린 일부 고객이 미국 단기채 상장지수펀드(ETF)를 반복적으로 사고팔면서 일별 전체 해외주식 약정금액 중 이들 ETF가 차지하는 비중이 50%를 넘어서는 등 시장 질서가 흔들렸다. 키움증권은 자전거래를 방조하고 거래량을 부풀렸다는 의혹에 해당 종목들을 이벤트 대상 종목에서 제외한 바 있다.
KB증권도 작년 10월 해외주식 거래금액 이벤트 도중 현지 브로커로부터 이상 거래 징후를 통보받은 이후 해당 종목들의 온라인 매수를 제한했다.
증권사들의 잇따른 현금 지급 이벤트로 이상거래 현상이 이어지자, 금융감독원도 관련 사안에 대한 검토에 착수했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 금융부문 종합국정감사에서 이찬진 금감원장은 현금성 이벤트와 관련해 "전반적인 점검과 개선이 필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전반적으로 불건전 영업행위로 시장의 공정한 경쟁 질서를 저해하는 부분, 소비자 후생까지 침해하는 결과까지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자의 과당 매매를 유발하고 피해가 확산하는 부작용까지 발견되는 상황이라 제도개선을 내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 의원은 "증권사들이 실적 경쟁에 매몰돼 현금 살포식 마케팅에 나선 것은 시장 질서를 흔드는 행태"라며 "금감원은 현금성 이벤트가 투자 판단을 왜곡하지 않도록 사전 심사와 상시 점검 체계 등 실질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여성경제신문 서은정 기자 sej@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