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한국의 일몰·일출 담은 커피”···K-스타벅스의 ‘한국화 전략’

국내 단독 원두 ‘별빛 블렌드’ 출시 시트러스 산미와 한라봉·딸기향 담아 미국 본사와 다른 운영 전략 구사 수익성 개선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2025-10-29     류빈 기자
스타벅스 코리아가 지난 13일 출시한 별빛 블렌드 원두와 이를 에스프레소로 추출해 라떼로 만든 음료 /류빈 기자

“전통과 현대의 조화 그리고 낮과 밤의 조화처럼 상충되는 의미들이 하나의 조화를 이루었을 때 미적 요소들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됐는데요. 그것을 표현해 낸 것이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별빛 블렌드입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21대 커피 앰배서더인 김윤하 파트너는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스타벅스 아카데미에서 새롭게 출시된 원두 ‘별빛 블렌드’에 대해 이 같이 소개했다.

별빛 블렌드는 스타벅스 코리아가 개점 26주년을 맞아 국내 MD팀이 직접 기획하고, 글로벌 스타벅스의 전문 커피 개발자와 함께 약 1년 6개월에 걸쳐 공동 개발한 원두로, 지난 13일 출시해 오로지 한국에서만 선보인다. 2021년 7월 세계 최초로 자국어 애칭을 원두명에 담은 ‘별다방 블렌드’ 출시 이후 4년 만이다.

김 파트너는 “별빛 블렌드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원두 중 하나인 콜롬비아 원두를 ‘내추럴’과 ‘워시드’라는 2가지 가공 방식을 이용해 블렌딩했다”고 말했다. 같은 농장에서 수확한 원두라도 어떻게 가공을 했느냐에 따라서 커피 풍미가 달라진다. 별빛 블렌드는 내추럴 가공 방식이 나타내는 묵직한 바디감을, 워시드 가공 방식의 깔끔한 느낌을 모두 담아 밤의 묵직함과 아침의 개운함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별빛 블렌드를 테이스팅 해보는 시간도 마련됐다. 김 파트너는 테이스팅하는 방법에 대해 “향기를 한번 맡아보고 공기와 함께 와인을 먹듯 호로록 같이 마셔주면 된다”며 “첫 모금에는 맛이 잘 안 느껴질 수도 있으니 두 번째 모금 때 바로 삼키지 않고 입안에 조금 머금은 뒤 삼키고 나서 숨을 내뱉으면 향기가 좀 더 잘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이 방법으로 마셔보니 첫 모금에선 기존에 스타벅스에서 맛보았던 다른 커피 맛보다 산미가 있으면서도 뒷맛은 더 가벼웠다. 두 번째 모금에서는 다양한 베리류의 향이 입 안을 맴돌았다. 

실제로 별빛 블렌드는 과일의 풍미와 약간의 시트러스 산미가 있는 원두로, 한라봉과 딸기의 산뜻함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한국 단독 출시 원두였던 별다방 블렌드는 알밤의 고소한 풍미와 부드러운 초콜릿의 풍미를 강하게 표현했던 원두다. 별다방이 콜롬비아 원두의 묵직한 바디감을 살려 한국의 밤을 표현했다면 별빛 블렌드는 밤과 낮을 연결하는 그 사이를 나타냈다는 것이다.

별빛 블렌드의 패키지도 이런 맛을 그대로 시각화했다. 핑크빛을 바탕으로 한국의 전통 건축물과 스타벅스 1호점인 이대점, 빌딩 숲이 어우러져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의 모습을 담았다. 김 파트너는 “핑크빛 패키지는 딸기의 핑크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일몰과 일출을 표현하는 색상”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21대 커피 앰배서더인 김윤하 파트너가 지난 28일 서울 용산구 스타벅스 아카데미에서 새롭게 출시된 원두 ‘별빛 블렌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류빈 기자
별빛 블렌드 원두와 별다방 블렌드 원두, 콜롬비아 원두 3가지를 비교 체험해보는 테이스팅 시간을 가졌다. /류빈 기자

이날 별빛 블렌드 원두로 내린 에스프레소로 라떼를 직접 만들어보고 시음하는 시간도 가졌다. 실제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메뉴는 아니지만 별빛 블렌드의 산미가 우유와 만났을 때 좀 더 단 맛을 극대화한다는 점을 소개하기 위해 선보인 음료다.

한국은 주로 산미가 강한 원두보다 고소하거나 다크 초콜릿의 씁쓸한 향이 나는 원두를 더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 들어선 국내 소비자들이 커피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취향도 다변화하면서 산미 있는 커피 수요도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이에 스타벅스 코리아는 ‘한국식 원두 블렌드’를 개발하며 한국 커피 시장의 다변화된 수요에 발맞춰 나가겠단 의지로 해석된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신세계그룹이 지난 2021년 미국 스타벅스커피 인터내셔널로부터 지분을 인수한 뒤 독자 경영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본사의 방침과는 상반된 전략으로 한국 시장에 맞춘 ‘K-스타벅스’를 선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달앱 입점부터 기존에 없던 진동벨 도입, ‘카공족’을 위한 1인석 설치, 구독 서비스 등 새로운 전략을 잇달아 도입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스타벅스 코리아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약 3조1001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약 1908억원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내 커피 시장이 저가 브랜드의 빠른 성장으로 포화 상태인데다 일회성 비용과 매장 운영비 부담이 커지면서 스타벅스 코리아의 영업이익률은 감소하는 추세다. 2021년 10% 수준에서 올해 1분기 4%대로 감소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이 같은 한국화 전략은 커피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 뿐 만이 아니라 실적 반등을 위한 수익성 개선의 일환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이처럼 스타벅스는 운영 효율을 높이고 한국적 감성을 반영한 서비스 혁신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기존에 스타벅스가 가진 프리미엄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국내 소비자 취향에 맞춘 전략적 전환이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