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섭 더봄] 죽기 전에 꼭 가봐야 한다는 장가계, 막상 가보니 든 생각
[박종섭의 은퇴와 마주 서기] 자연훼손 측면에선 아쉽지만 건강, 시간, 경제적 여건 갖춘 시니어라면 즐길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진 곳은 많다
익숙한 환경에서 벗어나 여행은 늘 새로운 경험과 신선함을 준다. 그래서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설렘의 연속이다. 젊어서는 먼 유럽의 나라들을, 나이 들어서는 가까운 나라들을 여행하고자 했다. 그 원칙이 깨진 것은 중국 황산을 다녀오고서였다.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지만, 내려올 때는 계곡을 걸어 내려왔다. 몇 시간을 걸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내려오며 보았던 황산의 비경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가까운 나라도 걸을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다녀야 좋은 구경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멀든 가깝든 건강할 때 부지런히 다녀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중국 장가계·원가계가 좋다는 말은 일찍부터 들었기에 이참에 도전하기로 했다. 장가계(중국어 표기법으론 '장자제')는 산세가 험하기로 유명한 곳이다. 도봉산도 오르내리려면 쉽지 않다. 전에 발목을 접질려 큰 산을 도전하는 것은 조심스러웠다. 겁이 났지만 진통제와 파스를 준비하고 5박 6일의 일정으로 장가계로 떠났다.
그러나, 몇 군데를 제외하면 장가계는 80세 넘은 노인에게도 충분히 다녀오기에 무리가 없는 곳이다. 그 높은 산을 힘들여 오르내리며 걷지 않아도 될 수 있게 인위적으로 길을 만들어 놓았다. 셔틀버스로, 엘리베이터로, 에스컬레이터로 그리고 스키장 리프트 등 모든 탈 거리를 동원해 힘들지 않게 만들어 놓았다.
산 정상에서도 거의 평지처럼 산책하며 돌기에 힘들게 다닌 기억이 별로 없다. 한국에서라면 자연환경 훼손이라는 환경단체의 반발에 엄두도 못 냈을 일을 사회주의 국가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결과였다. 덕분에 평생 가보지도 못할 장가계 고봉을 무사하게 다녀왔다. 반면, 이래도 되나 싶은 양가감정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장가계 일대의 고봉까지 셔틀버스가 다니고 구간마다 여러 가지 탈 것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어렵지 않게 그 높은 봉우리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구름이 안개처럼 산허리를 감싸고 있는 산은 마치 신선들이 살고 있는 별천지 같았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시설이 아니었다면 언감생심 어찌 내가 이런 세상을 볼 수 있었을까 싶다. 산 정상이 정복된 구불구불한 길을 보면서 한편 짠한 마음이 들면서도 이들의 문화이며 삶이려니 이해가 되었다.
평생을 올라가 볼 수 없는 산은 그들에게 그렇게 의미가 있는 산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중국이 한창 경제개발 붐을 타고 있어 관광지 개발은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한국 관광객을 위해 여기저기 중국 글씨와 함께 한글이 적힌 곳도 많이 보였다. 주요 장가계·원가계의 여행 감동을 함께 나눠본다.
장가계 대협곡
우리 일행 30여명은 리무진 버스 두 대로 나누어 타고 관광을 시작했다. 무한 공항에 도착해 장가계 화천성 호텔까지 약 7시간 반을 달려 이동했다. 이튿날부터 본격적인 관광이 시작되었다.
먼저 장가계 대협곡 유리 다리로 향했다. 양쪽 계곡을 연결하는 유리 다리가 하늘 높이 걸쳐 있었다. 다리 바닥이 유리로 되어 300~400m 낭떠러지 아래가 훤히 내려다보였다. ‘덜컥!’ 유리가 깨지면 저 낭떠러지로 떨어진다고 생각하니 한 발짝 내딛기가 힘들었다. 다리가 후들거릴 것 같아 애써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여럿이 가니까 의지도 되고 ‘이 유리는 깨지지 않아’ 하며 믿음을 주니 걸을 수 있었다. 길이 430m, 폭 6m, 높이 300m로 ‘세계에서 가장 길고 높은 다리’라고 한다. 다리 중간쯤 난간에는 300m 아래로 뛰어내리는 번지점프를 하고 있어 구경하는 사람들의 환호가 계곡으로 울려 퍼진다.
유리 다리를 건너면 계곡을 잇는 집라인이 있다. 집라인 타러 들어가기 전 바구니를 타고 VR 안경으로 보는 가상현실 체험관이 있다. 장가계의 아름다운 경치가 눈앞에 현실처럼 펼쳐지거나 공중으로 둥둥 떠다니는 등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다.
이어서 아찔하게 보이는 집라인은 정말 저걸 탈 수 있을까? 믿어지지 않는다. 300m 상공의 밧줄에 의지해 이쪽 계곡에서 저쪽 계곡으로 건너가는 것이다. 혼자라면 정말 기가 질릴 것 같은 높이다.
하지만 앞사람도 타고 뒷사람도 타기를 기다리니 아내는 무서워하면서도 집라인에 몸을 맡긴다. 내가 타고 내려오는 아내에게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다시 600m 미끄럼틀을 타고 굽이굽이 내려가는 코스는 급경사가 이어진다.
아내는 겁을 먹고 안 타겠다고 한다. 브레이크를 밟으며 타면 괜찮다고 달래며 타게 했다. 타고나니 즐거웠다며 뿌듯해했다. 이렇게 대협곡 스릴을 성공적으로 만끽하고 계곡 호수를 유람선으로 한 바퀴 돌고 오전을 끝냈다.
천문산, 천문동
오후 일정은 총길이 7455m 세계 최장 거리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는 천문산이다. 천문산은 해발 1518m로 정상에는 중국 10대 사찰로 꼽히는 천문 산사가 있다. 주로 지나가는 안개구름에 싸여 있어 신비로움까지 느껴진다.
이렇게 높은 곳에 웅장한 크기의 절이라니 믿어지지 않는다. 또한 산사를 둘러싸고 있는 유리 바닥 잔도 길과 귀곡 잔도 길은 그 아찔함과 짜릿한 체험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잔도 길은 벼랑에 선반이 붙어있듯 해발 1400m 절벽에 붙어있는 길이다. 귀곡 잔도길 일부 구간에 있는 유리 바닥 잔도 길은 좁은 바닥이 유리로 되어 있어 절벽 아래 낭떠러지로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아찔하다.
길을 닦는 중장비도 들어올 수 없는 벼랑에 오직 사람의 힘으로 이런 길을 만들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한 발짝씩 내디디며 내려보는 경치는 형언하기 힘들 정도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 천문동은 절벽이 무너지며 생긴 천문산 정상 부근의 거대한 천연 동굴이다. 경비행기 3대가 지나갈 정도의 크기로 ‘하늘로 통하는 문’처럼 보여 붙여진 이름이다. 해발 약 1,518m 정상에 뚫린 구멍으로 높이 137.5m, 너비 57m이다.
보봉호수, 십리화랑, 72기루 야경
장가계 보봉호수는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인공 호수로 서유기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뱃놀이 하기 좋은 호수로 마치 무릉도원을 유람하듯 경치가 좋다. 협곡을 따라 이어진 호수로 수상가옥이 있고 선녀바위, 두꺼비 바위 등 볼거리가 있다.
십리화랑은 기이한 봉우리와 암석 등이 어울려 마치 거대한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5.8km 협곡을 따라 가족 바위, 약초 캐는 할아버지, 세자매봉이 볼거리로 모노레일을 타고 협곡을 둘러보는 코스다. 인간의 능력으로 저렇게 거창하고 아름다운 정원을 꾸미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자연이 주는 선물이기에 놀랍고 경탄스럽다.
저녁때쯤 되어 건물 야경이 아름답다는 72기루 호텔을 보러 갔다. 거대한 호텔에서 뿜어져 나오는 레이저와 황금빛 야경이 환상적인 동화 속에 빠져들게 한다. 이 호텔은 완성된 것이 아니라 미완성인 채로 관광객들에게 개방되었다.
호텔을 짓던 사장이 50대의 이른 나이에 사망하고 24세의 어린 아들이 인수해 호텔을 완성하지 못하고 관광지로 개방했다고 한다. 돈, 명예보다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아바타 영화 찰영지 원가계와 천자산 그리고 황석채의 고봉들
원가계의 산과 바위 풍경은 또 다른 놀라움을 준다. 천하제일 교는 ‘하늘에 다리가 닿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떠 있는 높이가 300m라 한다. 두 봉우리가 하나의 긴 복도로 연결되어 천연 다리 구멍을 형성했다.
천자산에는 어필봉과 선녀헌화, 하룡공원이 있어 각각의 다른 특징으로 모양을 뽐내지만,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좀처럼 그 모습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아바타의 촬영지도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원가계를 내려오는 케이블카 밖으로 전개되는 바위산은 놀라운 모습이다. 눈으로만 보긴 아까워 동영상을 눌렀다. 하지만 다 내려와 확인한 영상은 저장되지 않고 날아가 버려 아쉬움을 더했다. 아마 그들만의 신비한 세계가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꺼려 지워버린 것이 아닌가 싶다.
마지막으로 본 황석채의 하늘을 찌를듯한 봉우리들은 떠나는 우리 일행을 배웅하러 나온 모습이다. 언제 또다시 올 기회가 있을지 모른다. 아름답고 웅장한 장가계·원가계의 모습을 마음껏 즐기고 갈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아무리 좋은 곳이 있어도 건강이 받쳐주지 않으면 안 된다. 또한 시간과 경제적 여건이 없어도 안 된다. 더욱이 장가계처럼 갈 수 있는 조건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자연훼손이란 측면에서는 아쉽지만, 모든 여건과 조건이 갖추어진 시니어에게는 좋은 장소요 기회여서 즐거웠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아직도 갈 수 있는 곳은 많다.
여성경제신문 박종섭 은퇴생활 칼럼니스트 jsp107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