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미인 줄 알았는데 피부암···비급여 미용 진료에 집착한 이유
대학병원, 중증 피부질환 중심 구조 ‘기미·주름’ 민간으로 쏠림···진단 공백 오진 위험 줄이기 위해 미용 진료 도입
"기미 제거술을 받으려고 레이저를 쏘았더니 피부암을 더 번지게 했다"
기미나 주름 등 미용 목적의 진료가 피부암 조기 치료 '골든타임'을 놓치게 하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일본 킨키대학 의학부 피부과 오쓰카 아쓰시 교수는 2021년 교수 취임과 동시에 대학병원 내에 미용피부과 팀을 신설했다. 대학병원에서 미용진료를 본격 도입한 사례는 흔치 않다. 피부미용을 위해 병원을 찾게 만들고 이 과정에서 의학적 피부병을 조기에 찾아 치료하겠다는 게 목적이다.
대학병원 피부과는 기존 아토피 피부염, 감염증, 피부암, 자가면역성 질환 등 생명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중증 질환 진료가 중심이었다.
공적 보험체계 안에서 중증 환자 진료가 우선되면서 미용의료는 대학병원에서는 우선순위가 낮게 분류돼 왔다.
비급여 진료 위주인 미용의료는 기존 대학병원 규정과 보상체계와 맞물리기 어렵다는 점도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 과정에서 미용 목적 환자 상당수가 민간 클리닉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충분한 진단 없이 레이저 시술을 받은 뒤 피부암 발견이 지연되거나 악화된 사례를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다.
오쓰카 교수는 여성경제신문과 통화에서 “미용 시술이라 해도 정밀 진단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학병원 수준의 진단 역량을 기반으로 안전한 미용 진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며 미용피부과 팀 신설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기미처럼 보이지만 피부암일 수 있다. 정확한 진단 없이 시행되는 미용 시술은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대학병원은 과학적 근거와 전문 인력을 갖춘 공적 의료기관으로 미용 분야에서도 환자에게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아래는 오쓰카 교수와의 서면 인터뷰 전문.
— 일본 대학병원 피부과는 기존에 어떤 역할을 맡아왔나.
"대부분 피부암, 아토피피부염, 자가면역성 수포증, 감염증 등 생명과 생활에 영향을 주는 중증 질환을 중심으로 진료해 왔다. 고도 의료와 연구가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 그런데 최근 미용의료 이야기로 관심이 옮겨가는 이유는 무엇인지.
"기미나 주름을 개선하고 싶은 수요는 꾸준하다. 한데 어디서 상담해야 할지 몰라 가격만 보고 민간 클리닉을 선택하는 사례가 많다.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 안전상 우려되는 지점이 있는지.
"겉으로는 기미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피부암인 사례가 보고됐다. 충분한 진단 없이 레이저 시술을 하면 발견이 늦어지거나 악화될 수 있다. 미용의료에서도 진단 능력이 핵심이다."
— 그동안 대학병원은 왜 미용의료에 소극적이었나.
"‘생명과 직결되지 않는다’, ‘보험 진료가 아니다’는 이유로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대학병원 규정과 진료보수 체계에 자유진료를 접목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었다. 그래서 “대학병원은 미용진료를 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다."
— 그래서 직접 팀을 꾸렸나.
"2021년 교수 취임을 계기로 미용피부과 팀을 신설했다. 환자들로부터 “확실하고 안전한 미용진료를 받고 싶다”는 상담을 여러 번 들었다. 공적 의료기관이 이러한 수요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판단했다."
— 대학병원 내 미용피부과의 강점은 무엇인가.
"피부암 진료를 해온 전문의가 많다. 작은 병변도 정확히 진단할 수 있다. 이 경험과 연구 기반은 안전한 미용진료의 토대다. 환자들은 과학적 근거와 높은 신뢰를 기반으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 피부과 의료 환경이 변해야 한다고 보나.
"미용 목적이라도 안전과 진단은 생략될 수 없다. 대학병원은 그 역할을 수행할 책임이 있다. 학문적 근거와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안전한 미용의료를 제공하는 체계를 확립하고자 한다."
여성경제신문 김현우 기자 hyunoo9372@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