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떨어질까 입 다문 정부···보유세 인상안, 정치적 먹구름으로

정청래 “돌출 발언 자제” 주문 전·월세 가격 상승 요인 가능

2025-10-27     이상무 기자
부동산세제 개편(CG) /연합뉴스 

정부 여당이 고가 주택 보유자나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 논의가 불붙자 진화에 나섰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금 인상 이슈가 표 떨어지는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유세 강화에 대해 이규연 대통령실 홍보소통수석은 2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10·15 부동산 대책이 만약 시장에 잘 먹혀든다면 굳이 그런 카드를 쓸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앞서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부 대책에 보유세 인상도 포함됐어야 한다며 “그랬으면 더 확실한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용기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보유세 강화가 응능부담(부담 능력에 따라 과세) 원칙에 부합한다”며 인상 필요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논의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반복적으로 밝히며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전현희 의원 등은 강한 반대의 뜻을 밝힌 상황이다. 정청래 대표도 26일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개별 의원의 돌출 발언을 가급적 자제해 달라”고 당부했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정부 내부에서도 일부 고위 관계자의 다주택 보유 사실이 드러나면서 ‘내로남불’ 논란이 확산됐다. “정책을 만든 이들이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얽혀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결국 당 주택시장안정화 TF는 세제개편에 대해서는 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은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등)보다 거래세(취득세·양도소득세 등) 비중이 높은 편이다. 

현행 보유세 제도는 자기 집에 거주하는 실수요자와 은퇴 후 소득이 줄어든 고령층 등의 세 부담을 덜기 위한 취지로 운영 중이지만, 실제로는 고가 자산가에게 세 부담 회피의 통로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민주당 측의 기본 인식이다. 

민주당이 2023년에 발간한 '재집권 전략 보고서'에는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해 보유세 강화가 즉효"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보유세를 인상하면 그 부담이 임차인으로 상당 부분 전가돼 전·월세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 

국토연구원의 2023년 ‘종합부동산세 변화가 주택가격과 민간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종부세 인상이 단기적으로 집값을 낮췄지만, 2~3년 차엔 집값이 오히려 반등하는 경향을 보였다.

야권에서는 아파트를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닌 ‘사치재’로 보는 현 정부의 시각이 정책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반 국민이 바라는 것은 단순히 저렴한 집이 아니라 쾌적하고 품격 있는 주거 환경인데, 공급 대책이 부실하면서 세금만 높이는 것은 불만을 증폭시킨다는 주장이다.

야권 관계자는 여성경제신문에 "정부의 ‘세금 정치’는 단기적 지지층 관리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부동산 시장의 신뢰를 흔드는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문제는 지역 공동체의 붕괴다. 보유세 인상으로 기존 거주자들이 밀려날 경우 그 지역은 슬럼화될 가능성이 크다. 자산가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는 것은 낙후와 공실뿐인 실정이다.

온라인에서는 징벌적 성격의 보유세 강화는 “내가 못 가질 바에야 남도 갖지 말라”는 심리에 기반한 ‘한풀이형 정책’이라는 비유도 나온다. ‘솔로몬의 판결’ 속 거짓 어머니의 심리와 같다는 지적이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지금 민주당이 보유세 인상 여부를 두고 엇갈린 태도를 보이는 것은 서민 주거 안정이 아니라 총선·지선을 앞둔 정치적 계산일 뿐”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도, 남 탓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여성경제신문 이상무 기자 sewoen@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