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 정치In] 부동산 공방이 드러낸 한국 정치의 구조적 한계

[신율 칼럼] 민심 외면한 채 책임 전가 반복 여야 건설적 움직임 보이지 않아 유권자 투표 행태가 불이익 초래

2025-10-28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20일 서울시청에서 서울시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에서 목격했듯이 여야는 재발 방지책이나 실질적 수습책을 마련하기보다 서로를 비난하는 데만 열을 올렸다. 이번 부동산 문제 역시 이러한 책임 공방의 반복이다. 수도권 지방자치단체 국정감사 당시 여야 의원들은 서울 집값 상승의 책임을 전임 시장과 현 시장에게 서로 전가하며 상대 비방에만 집중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임에도 무리하게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를 추진해 투기 수요를 자극했고 이로 인해 시장 혼란이 가중됐다"면서 오세훈 시장이 올해 초 강남3구(강남·서초·송파)의 토허구역을 해제한 것이 서울 집값 급등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 의원들은 "이번 대책(10.15 부동산대책)은 고도비만 환자에게 '무조건 굶어라'는 식의 처방"이라며 "서민의 주택 구입 기회를 원천 차단한 '서울 추방령'"이라고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 같은 여야의 공방은 진영 논리에 충실한 일부 강경 지지층에게는 어필할 수 있을지 몰라도 유권자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침묵하는 다수'에게는 전혀 설득력이 없다. 야당의 주장에 동조하는 이들도 많지 않고 동시에 여당의 주장에 공감하는 이들도 드물다는 것이다. 침묵하는 다수는 사회적 현상이나 정치적 쟁점에 대해 감정적 반응보다 합리적 접근을 선호한다. 

부동산 문제에 대한 합리적 접근이란 상대방을 탓하는 것이 아니라 이번 대책이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는지를 면밀히 검토하고 실질적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 정치인은 민심을 외면한 채 책임 전가만 반복하고 있으니 늘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는 것이 위선과 가식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것이나 다름없다. 책임을 전가한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정치권의 태도 속에서 이번 대책의 실효성을 검증하거나 보완점을 찾는 노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많은 국민은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자본주의 시장 경제 체제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볼 때 개인이 자신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확대하는 데 당국의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발상은 국민의 광범위한 동의를 얻기 어렵다. 

이는 시장 경제라는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를 왜곡하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토지 거래 허가제를 실시한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실질적으로 하락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차원에서도 문제가 많은 대책인 것이다. 유권자들은 현 정부가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품었지만, 그 역시 실망만을 안겨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여당은 스스로의 정책을 진지하게 반성하고 야당은 구체적인 보완책이나 대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어떤 건설적 움직임도 보이지 않아 국민은 혼란과 좌절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런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정치권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다음 선거에서 이런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정치인들을 모조리 낙선시키는 것이다. 

이는 정치학에서 말하는 '책임 귀속성'을 실현해야 한다는 것인데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유권자들은 이러한 정치적 책임 귀속성을 실제 투표 행동으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지연 학연 혈연에 근거해 후보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지배적이었고 오늘날에는 진영 논리가 후보자의 자질과 정책 역량보다 투표 행위에 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적 환경에서는 책임 귀속성이라는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가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결국 정치인들이 책임 전가를 일삼는 것은 진영 내 강경 지지층의 호응을 통해 정치적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고 계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로 인해 실질적 피해를 입는 것은 침묵하는 다수의 국민이다. 부동산 문제마저도 진영 논리의 희생양이 된 지금 실질적인 해결책 마련은 요원하기만 하다. 결국 유권자의 비합리적 투표 행태가 우리 스스로에게 불이익을 초래하는 셈이다.

우리 유권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지점은 정치인들로 하여금 국민을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다. 그러니 우리의 미래가 암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성경제신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yulsh@mju.ac.kr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국국제정치학회 부회장

한국세계지역학회 부회장

한국국제정치학회 총무이사

통일부 정책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