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영 더봄] '춤추는데 남녀 키 차이 13cm가 딱 좋다' 사실일까?

[강신영 쉘위댄스](88) '영국 왕실 교사 협회' 명칭 사용 '남녀 키 차이 13cm' 등은 낭설

2025-11-09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내가 댄스 칼럼을 쓰면서 댄스계에 잘못 알려진 것들, 일반인이 잘 모르고 있는 사실 등에 역점을 두면서 썼다. 정설이 없으니 소문 또는 전설 같은 풍문에 의지한 말들이 많이 오갔다.

대표적인 것으로 ‘댄스 파트너는 13cm 키 차이가 가장 이상적이다.’, ‘영국 왕실 댄스 교사 협회’ 등의 오역도 있었다.

춤추는 데 남녀의 키 차이는 별 상관없다. 그러나 통념은 안 바뀌는 것이 문제다. /사진=강신영

‘13cm 이야기’는 당시 댄스스포츠의 역사도 초창기인 데다 댄스계가 좁다 보니 비교적 쉽게 원천 소스를 찾을 수 있었다. 초창기에 우리나라 댄스계에서 챔피언을 오래 한 사람이 한 얘기였다.

내가 13cm 키 차이의 이유를 물으니 단순히 자기와 자기 파트너 간 차이가 그렇다고 했다. 이 의문은 당시 우리나라를 오갔던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인터뷰하면서 근거 없는 이야기로 발표할 수 있었다.

이들은 파트너와의 키 차이가 거의 없거나 오히려 여성이 큰 예도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이상적인 남녀의 키 차이를 물었고 별 상관없다는 답을 받아 자신 있게 발표할 수 있었다.

그러나 13cm 이론은 내가 댄스하는 동안 지도자들의 뇌리에 강하게 박혀, 내가 원하는 키가 크고 늘씬한 파트너와는 연습 파트너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몸집이 아주 작아 키도 작은 여자 파트너만 추천하는 것이었다.

내 키가 162cm인데 13cm 차이 이론대로 하자면 여성의 키가 149cm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 안 되는 것이었다. 그 정도 되는 키의 여성도 드물고, 실제로 같이 춘다 해도 그림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반대로, 키가 170cm 이상으로 큰 여성은 남자 파트너를 찾기 어려워진다는 얘기가 된다.

지금은 키 큰 남성이 좀 있지만, 댄스 초창기만 해도 남자들 키가 170cm 언저리가 대부분이었다. 불행히도 지금도 이 이론은 경기 대회에서 심사를 보는 심사 위원들의 생각까지 바꾸지는 못한 것 같다. 이미 머릿속에 입력된 선입견을 깨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키, 체중 등 체형이 서로 맞으면 물론 좋다. 그러나 그보다 모든 면에서 서로 잘 맞는 파트너가 중요하다. /사진=강신영

영국에서 발급된 지도자 자격증에 나오는 ‘영국 왕실 댄스 교사 협회’ 또는 ‘영국 황실 교사 협회’ 이야기는 영국 왕실에 대한 환상이 들어 있는 명백한 오역이다. 개인 명함이나 인쇄물 등에도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영국 왕실의 권위를 노린 의도적인 오역일 수도 있다. 그래서 영국문화원에 정식 질의를 해서 받은 답이 ‘영국 왕실과 관계없다’는 것이었다.

‘영국 황실’은 대영제국 시절 인도 황제를 겸했기 때문에 잠시 사용한 적이 있으나 1947년 인도 독립 후에는 황제 칭호를 사용하지 않는다. 왕과 그 가족 집안을 일컫는 ‘Royal Family’는 ‘영국 왕실’로 번역한다. ‘Imperial Society’를 번역할 때 ‘왕실’ 또는 ‘황실’이라고 번역하는 경우가 많은데 명백한 오역이다. ‘Imperial’은 그 당시 ‘대영제국’ 시절의 ‘제국’이라는 뜻일 뿐이다. 영국 왕실과는 무관한 단체다.

1900년대 초 영국에서 댄스스포츠를 체계적으로 다듬고, 발전시킨 단체들이 그 당시 국호가 ‘대영제국’이었으므로 거기서 발급되는 자격증들에 ‘British Empire’에서 딴 ‘Imperial’을 붙이는 것이 유행이었다.

영국 왕실의 후원을 받는 단체는 ‘Royal Academy of Dance(RAD)’처럼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 있는 발레 교육 기관의 하나로 창립 당시부터 왕실 후원을 받았고 지금도 시험과 자격증 발급에서도 왕립 인가를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 예술적, 클래식 발레 중심이다.

그 외에 ‘영국 로열 발레단(Royal Ballet)’, ‘로열 오페라 하우스(Royal Opera House)’는 영국 왕실이 후원자로 되어 있고 ‘Royal’이라는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한다.

여성경제신문 강신영 댄스 칼럼니스트 ksy692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