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탈원전 만지작거리는 사이···‘SMR 열혈’ 中에 20년을 뺏겼다
중국, 세계 최초 상업용 SMR 시운전 돌입 한국, 세계 최초 SMR 설계인가 의미 퇴색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이 중국에 원전 기술을 전수하던 입장이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역전되려 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육상 소형모듈원전(SMR) 시운전에 돌입하며 원전 기술 패권 경쟁에서 앞서는 모양새다.
반면 한국은 고리 2호기 연장 가동 여부가 재차 미뤄지고 신규 원전 2기 건설도 불투명해지면서 사실상 탈원전 궤도에 접어들었다. 원전 산업 앞날이 불투명한 가운데 차세대 원전 시장 주도권 경쟁에서 한중간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중국이 건설 중인 세계 최초의 육상 상업용 소형모듈원전(SMR)은 내년 정식 가동을 앞두고 최근 시운전 단계에 돌입했다.
지난 16일 중국 국영 중핵집단유한공사(CNNC·중핵그룹)는 하이난성 창장시 원자력발전소에 위치한 상업용 육상 SMR ‘링룽 1호’ 원전의 저온 기능 시험을 성공리에 마쳤다.
중핵그룹은 고온 기능 시험 등 4단계의 추가 검증 절차를 거쳐 내년 중 상업운전에 나설 방침이다. 상업운전이 현실화되면 세계 첫 상업용 SMR로 기록될 전망이다.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중국에 원전 기술을 전수하던 입장이었지만 현재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한국은 2012년 세계 최초의 SMR 표준설계인가를 받아놓고도 당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로 기회를 방치한 전력이 있다.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혁신형 i-SMR 1호기는 지자체 자율유치 공모 형식으로 실증부지를 선정하겠다는 계획이 나왔지만 정치권의 발목 잡기로 현재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지난 정부 때 확정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까지 불투명해졌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신규 원전 2기는) 필요성이 없거나 혹은 신청하는 데가 없으면 (건설 안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신규 원전 건설 재검토를 시사했던 김 장관이 원전 건설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MR 개발과 신규 원전 건설마저 중단 위기에 처하며 산업 생태계가 붕괴된 사이 중국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해 원전 분야 첨단 기술인 SMR 분야에서 한국을 앞지르고 있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원전 기술력이 뒤처져 있었지만 2007년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가압수형 원자로 기술을 도입하며 원전 자립에 나섰다. 특히 정부의 강력한 정책·재정 지원 아래 설계부터 안전관리까지 전 분야 기술력을 빠르게 확보해 세계 원전 시장의 주요 경쟁국으로 부상했다.
업계 관계자는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이 중국에 원전 정비와 설계 기술을 전수하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한국의 원자력 산업 정체는 단순히 기술력 문제라기보다 정책적 공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여성경제신문 유준상 기자 lostem_bass@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