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주권은 허상···현대건설이 보여준 진짜 하이퍼스케일
전력 규모 수도권 최강에다 구조 효율도 세계 최고 수준 하루 20만 가구 전력으로 국경 초월 AI 클라우드 가동
국내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가 완공됐다. 현대건설이 준공한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는 IT Load 64MW, 수전용량 100MW의 초대형 전력 인프라를 갖춘, 한국형 하이퍼스케일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24일 현대건설은 최근 경기도 용인 죽전에 위치한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데이터센터’를 준공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는 퍼시픽자산운용이 발주하고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신한금융투자가 공동 투자한 총 1조3000억 원 규모의 사업으로, 연면적 9만9125㎡(약 3만 평) 부지에 데이터센터 2개 동과 부속시설이 조성됐다.
이번 데이터센터는 SK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울산 산업단지에 7조 원을 투입해 조성 중인 ‘울산 데이터센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전력 규모로는 수도권 최강, 구조적 효율로는 세계적 수준이다. 이 시설의 전력은 하루 20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양에 달한다. 수도권 남부권의 디지털 허브 중심에서 AI와 클라우드 산업의 거대한 연산 엔진으로 작동한다.
특히 어떠한 통신사업자에도 종속되지 않는 ‘망 중립(Neutral) 구조’로 구축돼, 다양한 글로벌 사업자의 트래픽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개방형 데이터 인프라로 설계됐다. 이는 세계 각지의 클라우드 연산망과 실시간으로 파동을 교환하는 개방형 생태계의 구현에 가깝다. ‘소버린’이나 ‘데이터 주권’이라는 말은 점차 사라지고, 대신 ‘글로벌 생태계’ 개념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판교권역과 인접한 입지적 이점을 통해 수도권 남부 전역의 데이터 순환을 최적화하며, 글로벌 네트워크의 한 축으로서 ‘지능의 연결’이 이루어지는 지점이기도 하다. 2022년 2월 착공 이후 43개월 만에 준공된 이 센터는 복잡한 도심형 부지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지하 굴착과 지상 골조를 병행하는 STD(Strut-Top-Down) 공법을 적용했다.
이뿐 아니라 BIM(빌딩정보모델링) 기반의 간섭 최소화 설계, 패스트트랙(Fast-Track) 공정 운영, 프리컨스트럭션(Pre-Construction) 사전기획 시스템 등을 결합함으로써 전력·냉각·배관의 다층 구조를 정밀하게 통합 관리했다. 이러한 공정 최적화는 물리적 인프라를 하나의 유기적 시스템으로 변환한 알고리즘적 사고의 결과로 평가된다.
현대건설은 첨단 제어 기술과 에너지 절감형 운영 시스템을 통해 데이터센터의 효율을 과학적으로 극대화했다. 고효율 냉방시스템과 프리쿨링(Pre-Cooling) 기술, 실시간 에너지 모니터링 체계가 결합된 결과, 전력효율지표(PUE)는 1.3을 달성했다. 에너지 흐름의 손실을 최소화하고 연산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술이다.
또한 국제 인증 기준인 티어Ⅲ(Tier 3) 이상 안정성을 확보해 24시간 무중단 운영이 가능한 고신뢰성 인프라를 구축했다. 핵심 전력 구간에는 비상발전기와 UPS, 냉동기가 이중·삼중화되어, 하나의 회선이 멈춰도 다른 회선이 즉시 작동하는 완전 자동 복구 체계가 적용됐다. 이는 인간의 개입 없이 자가 복원되는 ‘자율적 전력 지능(Self-Healing Power System)’의 구현에 가깝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이번 용인 죽전 데이터센터는 AI 시대의 연산 생태계 속에서 한국이 담당할 수 있는 물리적 기반을 명확히 제시한 사례”라며 “국경을 초월한 데이터 흐름 속에서 한국의 전력 인프라가 세계 연산의 심장부로 작동하는 새로운 모델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건설은 2004년 금융결제원 분당센터를 시작으로 KT 목동 IDC, 네이버 세종 ‘각’, K스퀘어 가산 등 국내 주요 데이터센터를 시공했으며,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센터까지 직접 건설하며 국제 표준의 기술력을 입증했다. 향후에는 지역별 에너지원 특성에 맞춘 친환경·SMR(소형모듈원전) 연계형 모델을 통해, AI 시대의 연산 효율과 에너지 자립을 동시에 실현하는 하이퍼스케일 전문업체로 나아갈 계획이다.
여성경제신문 이상헌 기자 liberty@seoul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