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공필 칼럼] 추석에 건강기능식품 선물 받았어요?
[김공필의 The 건강] 대표적인 명절 선물 건강기능식품 용어 정의 건강보조식품 혼용 사례 균형잡힌 식사 보조 수단
건강식품은 대표적인 명절 선물이다. 최근 한 데이터컨설팅 기업의 추석 선물 선호도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20.5%는 건강기능식품을 추석 선물 아이템으로 선택했다. 가공식품 세트(8.8%)와 전통식품 세트(7.6%)를 선택한 응답자도 꽤 된다. 이들 식품 선물 세트 상당수도 건강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건강식품은 가장 인기 있는 명절 선물 아이템이라고 할 수 있다.
건강식품 선물은 다른 선물들과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준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건강을 챙긴다’는 기분과 함께 보살핌, 배려심까지 곁들여 있어 선물 효과가 배가된다. 그러나 건강식품이 무엇인지를 바로 알고 섭취해야 건강을 제대로 챙길 수 있다.
정부가 효과와 안전을 입증
건강식품이라는 용어는 포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건강식품은 건강에 좋다고 여겨지는 식품을 모두 통칭하는 말로 건강기능식품, 건강보조식품은 물론, 건강을 내세우는 일반식품도 포함된다. 따라서 건강식품 선물 세트라고 하면 건강기능식품일 수도 있고 단순히 홍삼청, 꿀, 견과류 같은 일반식품일 수도 있다. 특히 건강기능식품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건강기능식품은 인체에 유용한 기능을 가진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제조한 식품이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심사를 거쳐 기능성과 안전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제품이다. 제조와 유통 과정도 식약처의 관리, 감독을 받는다. 면역력 증진, 혈중 콜레스테롤 개선, 장 건강 개선, 피부 건강 개선, 기억력 개선 등 구체적인 기능성을 인정받은 성분과 함량이 들어 있어야 한다. 겉포장에는 건강기능식품 마크 및 로고와 함께 ‘면역력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음’ 같은 허가 받은 문구가 명기되어 있다. 반면 이런 문구가 없고 단순히 ‘건강에 좋은 ○○’, ‘활력 증진’ 등의 표현만 있는 제품은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다.
건강보조식품은 공식 용어 아니다
건강기능식품과 혼돈하기 쉬운 용어는 건강보조식품이다. 그러나 둘은 엄연히 다르다. 건강보조식품은 식약처가 기능성과 안정성을 인정한 식품이 아니라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은 식품을 두루 일컫는 말이다.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과학적 검증이 부족하고 기능성 표기나 안전성 보장이 없다. 건강보조식품은 2002년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 전에 사용된 용어로 현재 공식 용어로는 사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건강보조식품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신력이 있어 보이기 때문이다. 건강식품 보조제 같은 유사 문구가 사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약 6조원이다. 의약품 시장이 30조원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적은 규모가 아니다. 과거에는 홍삼이 절대적이었지만 홍삼의 비중은 감소 추세이고 프로바이오틱스, 비타민, EPA 및 DHA 함유 유지, 체지방 감소 제품, 단백질 보충제 등 다양한 제품이 소비되고 있다. 막연히 ‘건강에 좋다’가 아니라 ‘장 건강엔 ○○’ ‘혈행 개선에는 ○○’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오해들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오해도 많다. 첫 번째 오해는 건강기능식품을 치료제로 알고 있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은 정부에서 효능을 일정 범위 내에서 인정했다는 것일 뿐이지 의약품은 아니다. 의약품은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목적으로 하며 의사 처방이나 약국 구매를 통해 복용한다. 허가 과정도 1~3상 임상시험을 거치는 등 매우 까다롭다. 반면 건강기능식품은 건강 유지와 생리 기능 개선을 돕는 수준이다. 따라서 병을 치료하는 효과를 기대한다면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의약품을 찾는 것이 맞다.
건강기능식품을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오해도 있다. 건강기능식품은 과량 섭취 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섭취 용량을 지켜야 한다. 복용 중인 약물과의 상호작용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특정 질환을 치료 중이라면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음식은 휘발유, 건강기능식품은 엔진오일
온라인 광고나 후기를 맹신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일부 건강기능식품은 허가받은 기능성을 침소봉대해 마법의 약처럼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쇼닥터’들이 방송에서 제품의 효능을 과장해서 홍보하기도 한다. 그러니 소비자는 건강기능식품 표기 문구가 ‘도움을 준다’는 단정적인 표현이 아니라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유연한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이유를 주목해야 한다.
우리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같은 원료를 섭취해 에너지를 만들고 몸에 필요한 물질을 생산한다. 우리 몸의 기능과 관련된 영양소를 조절하고 대사를 촉진하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 건강기능식품의 주요 임무다. 자동차에 비유하면 음식은 휘발유이고 건강기능식품은 엔진오일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균형잡힌 식사가 먼저고 건강기능식품은 보조 수단이라는 것을 알고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할 때 건강 증진 효과가 배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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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경제신문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kpkim62@gmail.com
김공필 의학저널리스트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했고, 조선일보 출판국 기자, 월간 <여성조선> 편집장, 조선일보 행복플러스 섹션 편집장, 월간 <헬스조선> 편집장, ㈜헬스조선 취재본부장을 지냈다. 현재 의학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며 <주간조선> 등 다양한 매체에 의학 기사와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