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알리바바-신세계 전폭 지원···G마켓 ‘부활 드라이브’ 걸었다

G마켓 연간 7000억원 투자 국내 셀러 지원에만 5000억원 알리바바 AI 기술력 내재화

2025-10-21     류빈 기자
제임스 장(장승환) G마켓 대표가 21일 서울 코엑스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향후 목표와 사업 전략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류빈 기자

G마켓이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재도약을 선언했다. 국내 1세대 이커머스 플랫폼이었던 G마켓이 쿠팡, 네이버 등 경쟁사에 밀린 가운데 1위 탈환을 위한 ‘글로벌-로컬 마켓’으로 거듭나겠단 포부를 밝혔다. 내년에만 약 7000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자해 역직구 사업 등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고 5년 안에 연간 거래액(GMV) 1조원을 목표로 내세웠다.  

21일 G마켓은 서울 코엑스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향후 목표와 사업 전략에 대해 발표했다. G마켓은 지난달 18일 신세계그룹과 알리바바그룹의 합작법인(JV)의 핵심 자회사로 편입됐다. 신세계와 알리바바는 합작 기업을 통한 데이터 결합 우려에 대해 시스템을 분리하고 철저한 관리하겠다는 '자진시정 조치'를 마련했고 이를 기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G마켓의 새로운 수장이 된 제임스 장(장승환) 대표는 “국내 1위 오픈마켓 재도약을 위해 ‘국내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확장’의 두 축을 본격 추진하겠다”며, 이를 ‘G마켓=글로벌-로컬마켓’ 전략으로 제시했다. 그는 이를 실행하기 위해 연간 총 7000억원을 투자해 셀러 지원(5000억원), 고객 프로모션(1000억원), AI 기술 고도화(1000억원)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30년까지 거래액도 현재 대비 100% 이상 늘리겠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지난달 26일 신세계그룹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G마켓 대표로 선임된 장 대표는 알리바바 그룹 계열사인 라자다를 설립한 이커머스 분야의 전문가다.

G마켓은 실적 부진 지속으로 신세계 계열사 중 아픈 손가락으로 꼽힌다. G마켓의 2024년 매출액은 약 9612억원. 전년 대비 약 19.7% 감소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674억원으로 전년 대비 손실 폭이 2배 이상 증가했다. 최근 3년(2022~2024년)간 누적 영업손실 규모만 약 1650억원 수준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약 381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4.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약 419억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폭이 약 258억원 확대됐다.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 적자가 지속돼 외형과 수익성 모두 악화된 상황이다. 매출이 줄면서 ‘허리띠 졸라매기’ 전략이 필요하나 아직 실질적 반등은 보이지 않는 상태다. 대신 G마켓은 알리바바그룹과 신세계그룹의 지원을 발판 삼아 재도약을 위한 투자를 지속해나가는 모습이다.

장 대표는 “국내에서는 셀러와 함께 성장하는 가장 믿을 수 있는 플랫폼, 해외에서는 K-상품을 세계로 전파하는 대한민국 대표 K-커머스 플랫폼. 이를 위해 국내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확장 두 가지 전략을 시작한다”며 “셀러들의 성장이 곧 플랫폼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규 영업본부장이 G마켓 해외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류빈 기자

G마켓은 이러한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 연간 7000억원을 투자한다. 셀러 지원을 위해 연간 5000억원을 들여 기존 셀러의 부담을 낮추고 신규 셀러 성장을 돕기 위해 사용한다. 기존 입점 셀러의 판촉 지원 및 매출 확대를 위한 직접 지원 프로그램에 3500억원이 쓰인다. 빅스마일데이 등 대형 프로모션에 들어가는 고객 할인 비용을 전액 부담한다. 할인쿠폰에 붙던 별도 수수료도 폐지한다.

신규 셀러와 중소 영세 셀러 육성을 위해 기존보다 50% 늘어난 연간 200억원 이상을 투입한다. 신규 셀러의 빠른 정착을 위해 일정 기간 수수료를 받지 않는 제로(0) 수수료 제도도 조만간 도입한다. 셀러들을 돕기 위해 100명 이상의 영업 컨설턴트를 추가로 영입해 판매 전략부터 마케팅까지 1대1 맞춤형 상담을 제공한다.

G마켓은 연간 1000억원 이상을 마케팅에 투입해 소비자 혜택을 확대한다. 빅스마일데이, 한가위빅세일, 설빅세일, G락페 등 4대 이벤트를 대형 할인 행사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조만간 진행될 빅스마일데이 고객 지원 규모를 전년 대비 50% 이상 늘린다.

오픈마켓의 강점인 상품 구성에도 힘을 쏟는다. 인기 브랜드들을 새로 확보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JBP(Joint Business Plan)를 체결하고 알리바바가 보유한 글로벌 유통망과 직소싱 시스템을 활용해 새로운 상품을 제동한다.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유럽 등 글로벌 브랜드를 중심으로 약 100만개(SKU) 상품을 확보할 예정이다. 이마트와 협력을 통한 신선·마트 장보기 서비스를 고도화한다. 이마트 매장과 연계한 새벽배송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는 O2O 기반의 퀵배송 서비스를 도입한다.

G마켓은 해외 시장 확대도 주력할 예정이다. G마켓은 현재 알리바바 계열 동남아 지역 플랫폼인 라자다를 통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5개국에서 상품을 판매 중이다. 라자다는 동남아 전역에 걸쳐 약 1억6000만명의 고객을 보유 중이며, 지마켓은 총 2000만개의 상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 외에 남아시아 지역과 스페인, 포르투갈 등 남유럽과 2027년까지 북미, 중남미, 중동 등으로 진출할 예정이다.

장 대표는 “라자다와 연동을 끝냈고 현재 상품을 싱크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동남아 3개 국가를 시작으로 앞으로 5년 내에 200개 이상의 나라에 판매가 가능해지고 1조원 이상의 거래액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규 영업본부장은 “현재 많은 셀러가 해외 진출을 생각하고 있지만 물류, CS, 번역, 세금, 국가별 규제 사항으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앞서 말한 운영 프로세스는 G마켓에서 해외 판매 도우미만으로 원스톱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G마켓 분야별 연간 투자 규모 /G마켓

G마켓의 이런 글로벌 전략을 뒷받침할 기술력으로 AI를 적극 활용하고 이를 위해 연간 1000억원을 향후 3년간 지속 투자하겠단 목표도 내세웠다. 이는 알리바바가 축적한 우수한 AI 기술 노하우를 활용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보다 정밀하게 상품을 추천하고, 고객의 달라진 행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적합한 결과값을 도출하고 개인별 맞춤도가 매우 높아지는 것이 특징이다. 내년부터 ‘멀티모달 검색’도 강화한다. 멀티모달은 단순한 텍스트 외에 느낌이나 감각과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포함해 고객의 의도를 식별하고 다양한 형태의 검색 결과를 보여준다. 예를 들어 고객이 ‘부드러운 소재의 러닝화’를 검색하면 ‘부드러움’, ‘소재’와 같은 요소를 이미지로 판독해 적합한 상품을 보여준다. 셀러의 판촉을 돕는 수단인 광고에서도 AI를 활용한다.

김정우 PX 본부장은 “알리바바는 커머스 영역의 AI 기술 수준이 글로벌 톱클래스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알리바바 글로벌 셀링 플랫폼을 통해 전 세계 200여 국의 판매를 지원을 하고 있고 odps라는 빅데이터 처리에 기반한 전문 플랫폼을 통해 대용량 실시간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저희는 이런 인프라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기술적인 협업들이 진행 중이다. 피크 트래픽 처리 역량을 초당 3만 건 정도까지 견딜 수 있게 하고 초당 주문 건수도 1000건까지 주문을 받게 해서 글로벌 톱클래스 수준의 인프라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앞으로 5년간 이커머스에 있을 가장 큰 변화는 AI라고 생각한다”며 “알리바바의 AI 기술력, 그리고 신세계의 이코 시스템을 잘 활용해 국내 고객들에게 최고의 경험을 줄 수 있는 이커머스가 되겠다”고 말했다.

여성경제신문 류빈 기자 rba@seoulmedia.co.kr